[청진아주메의 남한 이야기] “북 장사전략, 남한에 안 통해”
2024.10.01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청진아주메의 남한생활 이야기 이 시간 진행에 박수영입니다. 북한에서는 대학 출판사에서 일하던 여성이 남한에서는 간호조무사가 되어 생명을 돌보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남한에 정착한 지는 어느덧 10년이 넘었는데요. 이순희 씨가 남한에서 겪은 생활밀착형 일화들 함께 들어봅니다.
기자: 이순희 씨 안녕하세요.
이순희: 네, 안녕하세요.
기자: 지난 한 주 어떻게 지내셨나요?
이순희: 제가 얼마 전에 마트(상점)에 가서 대폭 할인된 물건을 잔뜩 사 왔어요. 생필품부터 식재료 그리고 화장품까지 이것저것 저렴한 가격에 사서 기분이 좋더라고요. 북한 고향 분 중에는 할인이라는 말을 모르는 분도 계시는데요. 할인이라는 건 상품의 값이 정해져 있는데 그 값보다 싸게 파는 것을 뜻해요. 남한에서는 추석이나 설 같은 기념일이나 백화점 혹은 마트 창립기념일에 맞춰서 고객 감사 이벤트라고 하면서 가격을 대폭 할인해서 팔곤 하는데요. 그 할인의 폭이 엄청나죠.
기자: 백화점 혹은 마트 중에 할인 행사를 자주 진행하는 곳도 많은데요. 이번에 다녀오신 곳에서는 얼마나 할인을 받으셨나요?
이순희: 맞아요. 평소에도 유통기한이 임박한 상품이나 이월상품의 경우 할인 상품으로 내놓곤 하는데요. 집에서 10분 정도 걸어가면 백화점이 있어요. 이 백화점이 세일할 때 제가 자주 이용하는데요. 출퇴근 길이 백화점을 지나는데 “추석 감사 50% 세일” 이렇게 쓰여 있으면 퇴근해서 오다가도 차를 세우고 들어가는데요. 이번에는 추석이 지난 후 할인 행사라 그런지 반값에서, 많게는 90%까지 가격을 깎아주는 상품도 있었어요.
기자: 할인율이 크면 그만큼 상점도 손해이기 때문에 상품의 질도 떨어지지 않을까 우려되는데요. 어떠셨나요?
이순희: 90%까지 대폭 할인하는 건 이익을 남기려고 하는 것 같진 않아요. 다만 상품을 팔지 못하면 다시 회수하거나 폐기해야 하는 데 그 비용이 더 많이 들기도 하니까요. 그렇다고 안 팔린 상품을 그대로 두지는 않아요. 새로운 디자인과 재질의 상품은 계속 들어오는데 이전의 상품을 두지 않는 거죠. 고객들 입맛에 맞는 새 상품을 진열해 둬야 고객들도 더 그 상점에 자주 찾아오고 하나라도 더 사니까 상점에도 이익이 되는 거죠. 따라서 음식의 경우 유통기한이 임박한 상품은 신선도가 떨어질 수 있지만 바로 먹는 고객 입장에서는 크게 차이 나지 않아요. 또 음식이 아닌 생필품이나 옷은 전혀 질이 떨어지는 상품들이 아니에요.
한번은 백화점에서 할인하는 기간이 아닐 때 8만 원짜리 원피스를 샀는데요. 불과 며칠 후에 같은 원피스를 절반 가격인 4만 원에 파는 거예요. 얼마나 아쉽던지요. 그래서 매장 직원에게 아쉬운 마음에 “제가 이 원피스를 며칠 전에 8만 원 주고 샀어요”라고 하니, 그 직원이 함께 아쉬워하더라고요. 그래도 할인은 언젠가 또 하기 마련이거든요. 그래서 다른 원피스는 돌아오는 할인 기간에 저렴하게 살 수 있으니 금방 잊어버렸어요.
기자: 그럼 추석 명절 후 할인을 통해 어떤 물건들을 사셨습니까?
이순희: 생활에 필요한 물품들을 여러 개 샀어요. 2만 원에 파는 세탁세제가 1만 원에 팔고 있더라고요. 그리고 남한에는 ‘1+1’이라고 하나를 사면 하나를 더 주는 할인도 있는데요. 간장 1통을 샀는데 1+1행사 제품이라 두 개를 한 개 가격으로 샀죠. 원래 하나는 필요했는데, 다른 하나는 두고 먹을 수 있으니 횡재한 거죠. 북한에서는 이런 제도가 없으니 잘 모르실 것 같아요. 북한에서는 하나라도 더 비싸게 팔면 남는 장사라고 생각하고 어떻게든 가격을 속이기에 바빴어요. 그런데 남한에서는 그런 얕은 속임수는 통하지 않아요.
기자: 북한에서 쓰는 장사 속임수가 남한에 통하지 않는다고 생각하신 이유가 뭔가요?
이순희: 북한 장마당에서는 어제 2천 원에 팔던 걸 가격을 잘 모르는 사람이 사러 오면 오늘은 4천 원에 팔 수도 있고, 또 내일은 3천 원으로 가격을 내릴 수도 있어요. 그런데 남한 마트나 장터에서 똑같은 수법을 쓰면 다음부터는 장사하기 힘들어져요. 인터넷을 통해 쉽게 정보를 접할 수 있거든요. 온라인으로 가게 후기를 남기는 체계도 있어서 손님마다 가격을 다르게 받는 건 상상도 못 할 일이죠. 만약 말투가 어눌하다고 가격을 높게 받았다가 그 손님이 인터넷에 사연을 알려버리면 그 가게는 금방 망할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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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인터넷을 통해 물건을 사는 건 또 어떤 장점이 있죠?
이순희: 직접 백화점이나 마트에 가서 물건을 사려면 일일이 가게를 다 들러서 가격 비교를 해야 하잖아요? 인터넷으로 물건을 구입하면 클릭 몇 번으로 상거래 업체 가격을 일렬로 쭉 진열할 수 있어요. 직접 물건을 보지 않고 구매하는 거라는 단점도 있지만, 앞서 구매한 고객들이 상세한 후기를 남겨주니까 이 후기들을 믿고 구매하는 거죠. 어제도 제가 시중가에 3만 원 정도 하는 배 5개를 1만 5천원에 샀어요. 배 한 알에 6천원인 걸 인터넷으로 3천 원에 산 거죠.
기자: 어떻게 인터넷으로 과일을 구매할 때 반값에 살 수 있었던 거죠?
이순희: (온라인 직거래를 할 수 있는) 애플리케이션이 있어요. 중간 업체를 거치지 않기 때문에 마트에서 파는 똑같은 상품을 더 저렴하게 구할 수 있어요. 배를 수확하는 농부가 직접 포장해서 택배로 파는 거죠. 생산자는 중간 업체를 안 거치니 더 비싼 가격에 팔 수 있는 거고, 구매자는 시중가보다 더 싼 가격에 살 수 있어 ‘누이 좋고 매부 좋고’라고 할 수 있죠.
기자: 전자제품 매장이나 백화점에 가면 신혼부부들을 위한 할인제도도 있더라고요. 이 같은 특별할인 제도도 이용해 보셨나요?
이순희: 특별할인 제도가 참 많아요. 대표적으로 말씀하신 신혼부부들을 위한 혼수 특가 할인이 있어요. 신혼부부들이 새 살림집에 들어가기 전에 집안에 들여놓을 혼수 즉, 텔레비전 같은 각종 가전제품과 가구들을 새로 사잖아요? 그래서 이 부부들에게 묶음 상품을 살 경우 할인해 주는 행사도 있어요. 신혼부부인 걸 인증하면 할인을 적용받을 수 있거든요. 냉장고 한 대 가격으로 냉장고랑 김치냉장고까지 구입할 수 있고요.
또 학원에 등록할 때 친구랑 같이 등록하면 특별 할인을 해주기도 해요. 청소년들이 손전화기 요금을 너무 비싼 걸 하기에는 부담이 있으니까 청소년 특별 할인도 있고요. 제가 많이 이용하는 할인 제도는 기차표 할인이에요. 청소년, 젊은이, 그리고 65세 이상인 사람들에게도 기차표를 할인해 주거든요. 손전화 요금이나 기차표 등 잘 찾아보면 해당하는 경우가 많아서 저도 특별할인을 유용하게 쓰고 있어요.
기자: 이순희 씨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이순희: 여러분 다음 시간에 뵐게요.
기자: 청진아주메의 남한생활 이야기, 오늘은 한국 대구에 있는 이순희 씨를 전화로 연결해 남한의 할인 제도에 대해 전해드렸습니다. 지금까지 진행에는 워싱턴에서 RFA 자유아시아방송 박수영입니다.
에디터 이진서, 웹편집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