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진아주메의 남한 이야기] 아파트에서 돼지 키웠어요
2024.10.23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청진아주메의 남한생활 이야기 이 시간 진행에 이진서입니다. 북한에서는 대학 출판사에서 일하던 여성이 남한에서는 간호조무사가 되어 생명을 돌보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남한에 정착한 지는 어느덧 10년이 넘었는데요. 이순희씨가 남한에서 겪은 이야기를 함께 들어봅니다.
기자: 이순희 씨 안녕하세요.
이순희: 네, 안녕하세요.
기자: 오늘은 어떤 이야기를 준비하셨습니까?
이순희: 이 시간에는 한국인들이 반려동물을 많이 기르는데 대하여 이야기 하려고 해요.
기자: 반려동물을 키우십니까?
이순희: 아니요. 그런데 한번은 여기서 대학 다닐 때 친구집에 놀러갔다가 애완견을 보고 귀여워했더니 이사갈 때 나보고 키워보겠냐고 하더라고요. 그런데 내가 주말에 놀러다니느라 집을 비우면 주인 없는 강아지는 누가 밥을 주고 챙겨줄지 걱정이 돼서 못키우겠다고 했죠.
기자: 반려동물이란 장남감이 아닌 사람과 더불어 살아가는 동물이다란 뜻인데요. 집에 두고 귀여워하는 동물이란 뜻에서 한때는 애완동물이라고 부르다가 요즘은 반려동물이란 말을 쓰는데 쉽게 말해서 집에서 키우는 개나 고양이 등을 말하는 거죠. 북한에서 반려동물이란 말을 알았나요?
이순희: 북한에 살 때 애완개라는 말은 있었어요. 그런 집은 일반 집보다 생활수준이 높은 집이었어요. 왜냐하면 사람이 먹을 것도 없는데 애완견은 고급으로 먹여야 하니 일반 사람은 키울 수가 없었던 거죠. 여기선 동물을 가족처럼 대하더라구요. 동물을 학대하면 법으로 처벌까지 하고 있어요. 동물보호법이란 것도 있어서 뭐 이런 것도 있나 하고 놀랐어요. 그리고 당장 법시행을 앞두고 있는데 보신탕이라고 해죠. 개를 잡아먹으면 처벌을 받게 됩니다.
기자: 개를 식용으로 식당에 납품을 하는 동물사육 농가 피해가 예상이 되는데 그문제는 어떻게 해결을 하죠?
이순희: 현재 식용으로 개를 키우는 농가에 한마디당 600 달러의 보상금을 지급한다는 말을 뉴스에서 본 것 같은데요. 정부에서 보상하지만 그것은 한번이기 때문에 당장 다른 직업을 찾아야 하는 문제가 생기고 보신탕을 전문으로 하는 식당도 업종을 바꾸던가 다른 음식을 팔아야 하는 문제가 생긴거죠. 그러니까 개를 사랑하는 사람들은 대환영을 하고 사회전반적인 분위기가 이제 남한에 10대 경제대국이 됐는데 다른 나라들에서 혐오하는 그런 음식은 먹지 말자 그런 것 같아요.
기자: 이런 이야기가 북한주민에게는 어떻게 들릴지 모르겠습니다.
이순희: 네, 저도 처음에는 당황스럽기도 하고 뭐 이런게 문제가 되나 했는데 이곳에 살다보니 북한과는 많이 다르다는 것을 느낍니다. 북에서도 동물들을 기르지만 애완동물 보다는 식용목적으로 기르는 집이 많죠. 솔직히 주택들에서는 바깥에 돼지우리를 짓고 동네 집집을 돌아 다니며 음식물 찌꺼기를 모아서 그리고 풀을 뜯어서 삶아서 돼지를 길러 팔기도 하고요. 아파트에서는 화장실 욕조에서 돼지를 기르기도 하거든요.
기자: 집안에서 돼지를 기르면 그 냄새는 어떻게 합니까?
이순희: 할 수 없는 거죠. 아파트에 가면 돼지분뇨 냄새가 심하고 공기가 안좋죠. 그뿐만 아니라 개, 닭도 심지어 염소도 기르는데 새벽이면 아파트에서 수탉 울음 소리가 울려 퍼지고 그 소리를 듣은 개들이 짖는 소리가 참 가관이었어요.
기자: 북한에서는 당연한 건데 외부세계 사람들이 그 소리를 들으면 정말 상상이 안가네요.
이순희: 제가 북에 있을 때 우리 부모님 집도 아파트였는데 거긴 김치냉장고가 없으니 아파트 밑에 일정한 너미로 집집마다 땅을 배정해줘서 창고를 짓고 그 창고안 땅에 김치독을 묻고 씁니다. 그리고 그 창고에서 개도 키웠거든요. 낮에는 창고밖에 목줄을 길게 해서 내놓고 길렀죠. 개밥으로는 쌀뜨물에 채소 옥수수나 겨가루를 풀어넣어 끓여서 먹이면서 길렀던 생각이 납니다. 저는 그때 베란다에 토끼를 길렀는데 토끼 분뇨 지린내가 엄청 심했던 기억도 있고요.
그런데 여기 오니까 집에서 애완용 동물을 얼마나 깨끗하게 기르는지 몰라요. 사람처럼 옷도 입히고 목욕도 시키고 미장원도 가고요. 배변도 전용을 만들어서 집에서 냄새가 안나도록 키우죠. 그러니까 반려동물이란 말이 자연스럽게 이해가 되더라고요.
기자: 미국도 아침 저녁으로 개 산책을 시키는 사람을 많이 보는데 남한에서도 애완견을 많이 키우나봐요.
이순희: 남한도 마찬가지에요. 애완동물들을 산책 시킬때는 꼭 목줄을 채우고 혹시 산책 하다가 배변 하면 비닐 주머니를 가지고 나갔다가 산책도중 배변 하면 꼭 비닐주머니에 넣어 집에 와서 화장실에서 버린답니다.
기자: 개는 반려견 고양이는 반려묘라고 하는데 병이 나면 치료도 해주는데 요즘 그런 병원도 많겠어요.
이순희: 네, 예전에는 소나 돼지 등 큰 동물을 치료하는 수의사가 대부분이었다면 이제는 정말 여러 종류의 동물을 치료하는 의사가 많아졌고 그러다가 늙어서 죽으면 개 장례식장까지 있어서 거기서 화장해서 묻어주고 있어요.
기자: 반려동물이 개나 고양이만 있는 건 아니잖아요.
이순희: 네, 열대지방에서 사는 원숭이나 이구아나. 자라, 파충류 같은 동물도 길러요. 심지어 여우나 늑대를 기르는 사람들도 있어요. 뭔가 자기만의 특별한 동물과 함께 한다는 생각이 있어서 그런지 우리가 볼때는 이해하기 힘든 동물을 키우더라고요.
기자: 솔직히 북한에서는 먹을 것 걱정으로 지금도 힘든 시기를 보낸다는 뉴스를 보면서 이런 반려동물을 생각하면 머리가 복잡하시겠어요.
이순희: 네, 솔직히 처음에는 그랬는데 지금은 당연하게 받아드리고 있어요. 여기 사람들이 처음에는 유행처럼 반려동물을 기르다가 개나 고양이를 때려서 죽게 하거나 불구로 만드는 것을 보면 경찰에 신고 하거든요. 아마 고향분들은 짐승을 때려도 처벌 한다고 하면 안믿을 거에요. 그래서 개나 고양이를 키우다가 못키우겠으면 사람들이 보지 않을 때 집에서 멀리 떨어진 산에 버리고 오는 경우가 있어서 들고양이나 들개가 돼서는 주인없이 떠도는 경우가 있다고 뉴스에 나오더라고요.
우리 고향분들은 오직 식용으로 쓰던 것을 반려동물로 키우다가 처리 못해서 버린다고 하면 어머나 왜 버려 잡아먹지 않고 이렇게 생각할 거예요. 그러나 여기는 자기가 기르던 동물을 막 잡아먹는 것이 없거든요. 그래서 그런 경우를 볼때마다 고향에서 하루 세끼 밥도 제대로 못먹는 고향분들 생각이 많이 난답니다.
기자: 이순희씨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이순희: 여러분 다음 시간에 뵐게요.
기자: 청진아주메의 남한생활 이야기 오늘은 한국 대구에 사는 이순희씨를 전화로 연결해 반려동물에 대해 전해드렸습니다. 지금까지 진행에는 워싱턴에서 RFA 자유아시아방송 이진서입니다.
에디터 이진서, 웹편집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