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는 지금] “느릿느릿 사소한 통일”, 방북취재 수필 출간
2024.10.14
북한을 여덟차례 방문해 취재한 내용을 바탕으로 한 책이 최근 출판됐습니다. 기자가 이 책의 저자인 캐나다 동포 언론인 송광호 기자를 만나 자세한 이야기 들어봤습니다.
송광호 기자는 한국을 비롯한 국내외 언론에 꽃제비, 고난의 행군 등을 최초로 보도한 장본인이며 모스크바 특파원으로 있을 당시인 1994년 유랑하던 러시아 벌목공 출신 등 탈북민 2명이 유엔 난민인정을 받아 한국에 들어올 수 있도록 도왔습니다.
이는 러시아의 유엔난민기구(UNHCR)가 개설된지 얼마 되지 않은 때였으며 러시아에서 이루어진 첫 탈북난민 인정 사례였습니다. 그후 3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UNHCR은 러시아의 망명 탈북민들이 이용하는 난민인정 창구가 되고 있습니다.
송광호 기자는 캐나다 동포사회 언론인으로서 여러 저서를 출간한 적은 있지만 북한관련 도서는 이번이 처음입니다. 캐나다 교포기자로 한국 강원일보와 도민일보 특파원으로 활동한 송광호 기자는 신문사의 후원으로 지난 1989년부터 30여년간 8차례 북한을 방문해 평양과 북강원도 등을 취재한 경험을 가지고 있습니다.
송광호 기자: 북한취재도 남보다 많이 갔다왔고, 그 동안에 자료를 많이 갖고 있었고 언젠가는 한번 책을 내야 되겠다 생각을 하고 은퇴 후에…
송광호 기자는 북한관련해선 오랜 세월 쉽게 접할 수 없는 북녘 땅이라 언젠가는 나름 실제 북에서 겪은 체험담을 알리고 싶었다며 캐나다 시민권자라 북한취재가 가능했다고 전했습니다.
송 기자는 책을 쓰면서 실제 북한을 방문해 보고 들은 것 자신이 느낀 것 등을 생생한 체험을 바탕으로 어느쪽으로도 치우치지 않게 서술하려고 노력했다고 밝혔습니다. 특히 캐나다 교포인만큼 캐나다사회 동포들의 이산가족 찾기 역사와 캐나다 방북인사들의 이야기 그리고 최근 캐나다 사회에 늘어나는 탈북민들의 이야기를 책에 담았다고 했습니다.
그런 많은 이야기 가운데 가장 인상 깊고 지금까지도 잊혀지지 않았던 것은 바로 1997년 가을 방북이었는데요. 그때 정말 가까스로 입국허가가 나와서 겨우 방북할 수 있었다고 전합니다. 송광호 기자는 그때 방북 전까지 북한이 “고난의 행군”시기라는 것을 몰랐다며 북한에 입국해서야 상황이 심각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당시 열흘간 평양과 원산 등지에 체류하면서 북한의 상황에 무척 놀랐다고 전했습니다.
송광호 기자: 북한에 들어가서 깜짝 놀란게 엉망진창이잖아요. 꽃제비라든지, 고난의 행군이라든지 그런 표현자체를 대한민국 언론에 내가 처음으로 글을 썼어요.
불과 수 년전 북한을 방문했을 때에도 북한 안내원이 북한은 “거지, 깡패, 창녀”가 전혀 없는 나라로 위대한 수령님 복으로 인민들은 행복을 누린다“고 선전했던 나라가 극심한 전력난, 연료난으로 그야말로 풍전등화 상태였고 송광호 기자는 북한이 아무래도 붕괴되는 날이 멀지 않은 것 같다고 느꼈습니다.
하지만 이후 북한은 무너지지 않고 기사회생의 길에 들어선 것은 그 시기 남쪽에 들어선 김대중 정부의 도움이 있다고 본다면서 이렇게 복잡한 남북한의 관계와 그 안에 숨겨진 많은 이야기들이 있겠지만 독자들이 읽으면서 북한을 바로 보고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고 전했습니다.
송광호 기자가 출간한 이번 책의 제목은 “느릿느릿 사소한 통일”인데요. 지금 통일이 너무 부담스럽게 생각되서인지, 아니면 너무 오랜기간 질질 끌어서 그런지 이젠 통일이 오히려 관심에서 멀어져 사소한 것처럼 되어버렸다고 아쉬워했습니다.
또 다른 관점에서 이제 좀 여유를 갖고 통일을 대해보자는 입장에서 “느릿느릿 사소한 통일”이라고 책의 제목을 지었다고 전했습니다. 지금까지 캐나다에서 RFA 자유아시아 방송 장소연입니다.
에디터 이진서, 웹편집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