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는 지금] 탈북민 기타 리스트,북한주민을 위해 공연
2024.10.07
이른 가을의 단풍이 깔린 캐나다 토론토 광역시 옥빌의 한 작은 교회의 저녘 창가, 은은한 기타소리가 고즈넉한 저녘노을로 물들어가는 하늘가로 울려펴집니다.
(기타 연주 현장음)
기타소리를 따라 들어간 교회안은 사람들로 꽉 차있었는데요. 탈북민 유은지씨가 연주를 하고 있습니다. 이날 행사가 열린 은혜와 평강교회에는 어림잡아 70여명 모였습니다.
이날 음악회가 특별한 이유는 한국에서 클래식 기타리스트 즉 고전 기타 연주자로 활동하는 탈북민을 초대해 마련한 음악회였기 때문입니다.
유은지: 탈북민들은 아실거예요. 명절날이 제일 싫어요. 놀러 갈곳이 없어요. 근데 저는 올해 아주 신나게 캐리어 끌고 기타 둘러메고 고향집 방문하듯이 토론토로 오게 되었습니다.
지난 2006년 함경남도 함흥을 떠난 유씨는 중국을 거쳐 2010년 대한민국에 도착했고 북한에서 하고 싶었던 음악공부를 계속하기 위해 대한민국의 최고음악 대학에서 클래식 기타를 전공으로 배웠습니다.
북한에서 남한에 가기까지 많은 분들이 목숨을 걸어야 하는 길인데 하나님이 아니라면 이자리에 오지 못했을 것이라며 첫번째 연주곡으로 “사랑합니다. 나의 예수님”이라는 노래를 연주했습니다.
시작부터 청중의 열렬한 박수를 받은 유씨는 계속해서 아르헨티나 음악 베르데 알마 (순수한 영혼), 베네수엘라 왈츠곡인 안토니오의 라우로의 발스 베네졸라노를 연주했습니다. 그리고
유씨는 연주 중간 중간에 자신의 탈북 이야기도 들려줬습니다.
유은지: 저는 고향이 함흥입니다. 함흥하면 냉면이 연상되죠? 여기는 냉면이 좀 있나요? 한국에 와서 냉면이 너무 그리워가지고 냉면하는 집은 다 찾아다녔는데 똑같은 맛은 없더라구요.
유은지씨는 북한에서 8살때부터 기타를 배우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북한 사람들이 일반적으로 치는 통기타가 아닌 클래식 기타를 알게 된 유씨는 함흥에서 유일하게 클래식 기타를 한다는 한 귀국자, 즉 일본 명문대를 졸업했다는 재일동포한테서 클래식 기타를 배우게 됩니다.
통기타와 클래식 기타는 모양은 같지만 기타줄이 다른데요. 통기타의 줄은 쇠줄인 반면 클래식 기타의 줄은 나일론입니다. 그렇게 기타를 배우면서 예술대학에 갈 꿈을 그렸지만 집안사정은 어려워지고 직접 돈을 벌어야 살 수 있는 상황에 처했습니다. 결국 우여곡절 끝에 남한에 가게 됩니다.
이날 음악회에서 유은지씨는 캐나다 온타리오주에서 바이올린 연주자로 활동하는 한인 김은지씨와 프랑스의 명곡 엘빔보를 이중주로 연주했습니다. 북한에서 온 은지와 남한에서 온 은지, 두 은지의 환상적인 이중주는 이날 공연의 절정을 만들었습니다.
유은지: 북한에도 복음이 전파되는 그날이 오길, 또 통일이 돼서 남북이 자유롭게 오가는 날이 왔으면 좋겠습니다. 그래서 마지막으로 “누군가 널 위해 기도하네” 이곡으로 제 이야기와 연주를 마치겠습니다.
유은지씨는 아름다운 계절에 캐나다를 방문해 공연을 마무리하면서 아름다운 세상에 사는 여러분이 매일 먹을 것을 걱정하는 북한주민들을 위해 기도를 해달라고 말했습다. 지금까지 캐나다에서 RFA 자유아시아 방송 장소연입니다.
에디터 이진서, 웹편집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