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는 지금] 크리스마스의 기적
2023.12.26
한해가 참 빠르게도 지나갔다는 생각과 함께 오늘은 이곳 캐나다 사람들이 가장 크게 쇠는 명절 크리스마스에 대한 이야기 전해드립니다.
북녘에 계시는 분들은 크리스마스에 대해서 얼마나 알고 계시는가요? 저는 북한에 있을 때 백과사전, 외국영화 등에서 잠깐잠깐 비치는 크리스마스의 모습을 보고 “아, 서양에서는 ‘크리스마스’라는 기념일을 쇠고 있구나” 하고 알고 있었습니다.
더욱이 북한에서 만든 “조국해방전쟁”이라는 기록영화를 보면 인천상륙 작전을 통해 전세를 바꾼 맥아더 장군이 북한을 향해 진군 하면서 군인들에게 “크리스마스는 고향에 가서 쇨 수 있게 하겠다” 하는 말이 나오는 데 그때 아, 크리스마스가 미국에서 가장 큰 명절인가보다 하고 생각했었습니다.
그런데 최근에 탈북해 온 분들을 만나면 의외로 20대 북한사람들이 크리스마스에 대해서 잘 모르고 있는 것을 보니 아직도 북한이 얼마나 외부세계에 대해서 꽁꽁 막고 있는지 알 수가 있었습니다.
크리스마스 또는 성탄절로 불리우는 12월 25일은 예수의 탄생을 기리는 명절로 기독교에서 예수는 인류를 구원하러 세상에 와서 십자가에 매달려 돌아간 하나님이 세상에 보낸 아들로 여겨집니다.
우리가 날짜를 셀 때 2023년 12월 등으로 말하는 바로 그 2023년은 예수의 탄생을 기점으로 해서 말하는 것입니다. 즉 기원 1세기, 기원전 몇 세기 하는 것도 예수의 탄생을 중심에 두고 나눠지는 것입니다.
이는 전 세계 사람들이 현시대에 쓰고 있는 달력으로 이슬람국가이나 불교국가나 다 마찬가지로 이 달력을 쓰고 있습니다.
북한에서는 김일성의 생일을 태양절로 하고 주체력도 만들었는데 주체 몇년 하고 이름을 단 것은 아마 이 예수의 생일 크리스마스를 본따 만든 것 같습니다. 여기에 크리스마스 명절 때 일어난 기적 같은 일이 있습니다.
지난 1914년 제1차 세계대전 때 이야기인데요. 당시 서로 진지에 대치하고 있던 영국과 독일군들은 크리스마스 명절이 되자 참호에서 서로 조촐하게 크리스마스 행사를 치렀습니다. 당시 코소보를 제외한 모든 유럽국가들이 기독교 문화를 공유하고 있었기 때문에 성탄절은 국가를 불문하고 특별한 의미가 있는 기념일이었습니다.
영국 진지에서 크리스마스 노래가 잔잔하게 울렸고 이 노래는 상대편 독일 진지에까지 울려퍼졌습니다. 그러자 독일 참호에서는 촛불이나 전등으로 장식된 작은 크리스마스 나무들을 진지에 올려놓기 시작했습니다. 한 독일병사는 작은 크리스마스 나무를 안고 상대 측으로 몸을 일으켜 달려왔지만 아무도 그를 쏘는 영국 병사는 없었습니다.
이를 시작으로 영국과 독일 양측의 수많은 장병들이 비무장 상태로 참호 밖으로 올라왔습니다. 그리고 이들은 서로 악수 하고 포옹하면서 크리스마스 선물을 나누었고 심지어 장병들은 시체를 치운 공터에서 축구경기까지 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한국전쟁 때에도 크리스마스의 기적이라고 불리우는 감동적인 이야기가 있습니다. 강원도 원주에서 가까운 한 캐나다 군부대에서 있었던 일인데요. 캐나다 군인들은 크리스마스 예배를 드리기 위해 모였는데 밖에서 갑자기 아이 울음소리가 들렸습니다. 군인들이 밖으로 나가보니 한 남루한 차림의 거지 아이였습니다.
군인들은 아이를 안고 들어와 몸을 녹여주고 음식을 주었으나 아이는 계속 울었고 의사를 데려와 보니 병이 심해 병원에 입원해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아이가 퇴원할 때가 되어서 의사는 아이의 병원비를 걱정했는데요. 이때 캐나다 군부대의 사단장이 와서 아이의 병원비를 전부 지불하고 갈곳이 없는 아이를 입양하기로 했습니다.
20여년이 지난 후 캐나다에서 어엿이 자란 아이는 의사를 찾아와 감격적으로 재회하게 되는데요.
이는 한국전쟁 때 있었던 또 하나의 크리스마스의 기적으로 기록되게 됩니다.
크리스마스에 이곳 사람들은 거리와 건물안에는 달콤한 크리스마스 노래가 넘치고 사람들은 사랑과 평화의 메시지가 담긴 편지를 교환합니다. 북한에 계시는 여러분들도 이 이야기를 들으면서 잠시나마 행복과 소망의 순간을 가지시길 바랍니다.
지금까지 캐나다에서 RFA 자유아시아방송 장소연입니다.
에디터 이진서,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