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는 지금] 낙태에 대한 논란

최근 북한에서 인구감소를 줄이고자 출산을 적극 장려하는 한편 여성들에 대한 낙태와 피임을 금지시키고 이에 대한 시술을 하는 의사들을 처벌하는 소식이 들려오고 있는데요. 이번 시간에는 캐나다와 같은 서방사회의 낙태와 관련한  사회적 논쟁과 정책에 대해 전해드립니다.

불과 100여년전까지만해도 많은 여성들에게 낙태에 대한 선택권은 많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의학시술이 요즘처럼 발달하지 않아 유아 사망률이 높았던 시절에는 보통 낳을 수 있는 만큼 낳고 살아남은 자식들을 마지막까지 키웠죠. 그래서 자녀가 열명 좌우가 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우리나라에서 여성들이 이렇게 아이를 많이 낳았던 것은 여성은 결혼을 하면 반드시 대를 이어야 한다는 유교적 관념과 또 어떻게 피임을 해야 하는지 지식이 부족한 탓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세대가 바뀌면서 북한에서도 여성들이 피임이나 낙태를 하기 시작했는데요. 물론 국가에서 법으로 정한 것이 아닌 사회적 분위기였습니다.

1960년대에 결혼한 여성들은 주로 세자녀를 가지는 것을 바람직한 것으로 여겼고 또 그 다음세대들은 두 명정도의 자녀를 키우는 것을 선호했습니다. 그런데 1990년대를 지나서 고난의 행군을 겪으면서 수 많은 여성이 아이를 집에 두고 식량을 구하러 떠나면서 출산율이 급격히 줄어들게 된 것입니다.

그래서 북한은 정식으로 낙태를 금지하는 법을 세우고 낙태를 제공하는 사람들에게도 벌금과 징역을 부과하기 시작했습니다. 최근에는 더욱 법으로 엄격히 다스리면서 시술한 의사에 대해서 징역형을 선고하기도 했죠.

현재 임신부의 요청에 따른 낙태를 허용하거나 처벌하지 않는 나라는 전 세계 60여개 국이며 경제적 사유가 있을 때 낙태를 허용하는 국가는 10여개국, 낙태를 절대로 허용하지 않는 나라는 바티칸, 몰타, 도미니카 공화국, 엘살바도르, 니카라과, 필리핀 등입니다. 그리고 낙태 허용시기는 대개 임신 14주 이내입니다.

북한이 낙태를 법으로 금지한 것이 인구감소와 경제적 이유라면 위의 8개 여러 나라들에서 금지하는 것은 주로 종교적인 이유와 생명존중 때문입니다. 즉 태아가 생명인가 아닌 가에 따라서 낙태가 허용되어야 하는지 아닌지에 대한 논쟁이 있는 데요.

1969년 이전까지도 캐나다에서 낙태는 금지돼 처벌을 받았고 낙태를 한 임산부는 2년 이하의 징역을 선고받고 이를 집도한 의사와 낙태하려는 여성을 도운 사람은 최대 종신형까지 선고받았을 정도로 엄격했습니다. 이는 당시 캐나다 사람들의 60퍼센트가 카톨릭 신자였다는 사실과 관련이 있습니다. 하지만 캐나다는1960년대 말 여성의 지위에 관한 왕립위원회에서 공청회를 3년간 개최하면서 이를 토대로 여성의 문제에 대한 보고서를 발표했습니다.

이 보고서에는 임신 첫 12주 이내에는 낙태를 합법화 할 것과 임신 12주 이후에는 여성의 건강을 위협하는 경우나 태아가 심각한 장애가 있는 아이로 태어날 가능성이 큰 경우에 한해 낙태가 합법화 되어야 한다고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마침내 1988년 캐나다 대법원은 인간의 생명, 자유 및 안전에 대한 여성의 권리를 침해한다며 당시 낙태금지법이 위헌이라는 판결을 내리고 낙태죄를 폐지했습니다.

생명권과 관련된 논쟁에서 캐나다 대법원은 인간만이 헌법상의 권리를 가지고 그러한 권리는 태어날 때부터 시작된다고 해석했습니다. 하지만 아직까지도 낙태는 절대로 있어서는 안된다는 종교적 논쟁은 계속 되고 있습니다.

캐나다에서는 임산부가 낙태를 결정할 때는 충분히 정보를 인지하고 임신중지를 결정할 수 있도록 상담을 제공하는 데요. 간혹 낙태를 하고 후회하는 여성도 있기 때문입니다.

북한은 중국에서 살던 탈북 여성이 임신되어 북송되었을 때 태아가 중국인의 씨라면서 무조건 낙태시키곤 했는데요. 지금 낙태를 불법으로 규정한 북한이 북송된 임산부에 대해 어떤 조치를 취할지 지켜볼 일입니다.

탈북민 루시아 장씨도 북송 당시 그렇게 보위원들이 낙태시키려 던 아이를 기적적으로 살려냈는데요. 그때 낙태시도로 인해 아이는 비록 장애인으로 태어났지만 현재 캐나다에서 아이와 함께 잘 살고 있습니다. 장씨의 이야기는 책으로 출판이 됐고 큰 화제가 되었습니다.

지금까지 캐나다에서 RFA 자유아시아방송 장소연입니다.

에디터 이진서, 웹편집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