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북한은] 김정숙예술극장 방화, 한국이 사주?

서울-손혜민, 문성휘 xallsl@rfa.org
2023.11.16
[지금 북한은] 김정숙예술극장 방화, 한국이 사주? 지난 2014년 모란봉악단이 양강도 혜산시 도예술극장에서 공연하는 모습.
/연합뉴스

RFA에서 보도된 북한 주요 내부 소식을 보도 기자와 함께 심층 분석해 보는 <지금 북한은>,

이 시간 진행에 이예진입니다.

 

-북한 지방 식료공장, 처음으로 절임배추 판매에 나선 이유

-불조심이 아니라 불법 화공류를 근절하자는 북한 당국

-김정숙예술극장 방화, 한국 정부가 사주?

 

이예진: 한국에서는 10가구 중 6가구만 올겨울 김장을 담글 계획인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사시사철 먹거리도 많고, 파는 김치도 많기 때문에 김장을 담그는 집들이 점점 더 줄고 있는 거죠. 20여 년 전부터는 절임배추를 사서 김장을 하기 시작했는데, 올해 절임배추를 사서 김장을 담그겠다는 가구는 절반이 넘습니다. 하지만 북한에선 이제부터 시작인 것 같습니다. 손 기자, 올해는 지방도시에서도 절임배추를 팔기 시작했다고요?

 

손혜민: . 그렇습니다. 11월 중순부터 말까지 북한 내륙에는 김장이 한창입니다. 김장철 북한의 장마당 풍경은 채소를 팔고 사는 사람들로 하여 인산인해를 이룹니다. 거기다 고추와 마늘 등 양념재료까지 팔거나 사려는 주민들로 하여 11월 장마당은 김장용 채소와 양념재료 장사가 성수기라고 봐야 하겠죠. 그런데 올해는 절임배추 판매가 등장하면서 눈길을 끌고 있다고 하는데요. 한국에서는 당연한 것이겠지만, 북한에서는 절임배추가 장마당 상품으로 등장한 자체가 이례적입니다. 북한 주민들은 보편적으로 자택에 있는 김치독이나 물탱크에 배추를 돌기돌기 넣고 그 위에 소금을 뿌려 직접 절이는 것이 대중문화였거든요. 그런데 절임배추가 장마당에 나왔으니 북한 김치문화가 변화하는 것이라 할 수 있는데요. 주목되는 것은 절임배추 판매자가 지방 식료공장이라는 겁니다.   

 

이예진: 지난해에는 평양김치공장에서 절임배추를 판매하면서 수익이 꽤 좋았던 것으로 전해졌는데요. 지방 식료공장도 돈벌이 수단으로 절임배추를 선택한 걸까요?

 

손혜민: 돈벌이 수단은 맞죠. 그런데 평양김치공장의 영향을 받아 지방 식료공장도 절임배추 판매에 나섰다고 보기보다 북한 당국의 자력갱생 기조가 영향을 주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물론 수도 평양에 자리하고 있는 류경김치공장에서 절임배추는 물론, 김장양념까지 장마당에 판매하며 운영자금 마련에 나서고 있으니 지방 식료공장도 그 경험을 따라 배운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여기서 주목할 것은 평양에 자리한 김치공장과 지방의 식료공장은 생산지표가 다릅니다. 말하자면 류경김치공장은 각종 김치를 봉지에 포장해 평양호텔과 상점 등 평양상업망으로 유통하거나 해외 자리한 평양식당 등으로 수출하여 외화벌이하는 곳입니다. 반면 지방에 자리한 식료공장은 국가로부터 원료와 자재를 공급받아 식용유와 된장, 간장 등 기초식품을 생산하여 지역 주민들에게 국정가격으로 공급하는 곳입니다.   

 그러나 1990년대 경제난 이후 국가자재 공급이 마비되면서 지방 식료공장 가동도 대부분 멈추었는데요. 이에 북한 당국은 식료공장 자체로 부업지를 개간해 옥수수나 콩 등을 재배해 기초식품을 생산할 수 있는 원료 해결에 나서도록 했습니다. 그러나 식료공장 부업반에서 농사를 지으려면 종자와 비료 등을 장마당에서 구매해야 합니다. 그러니 가을에 수확하는 곡물로 술과 된장 등을 생산했다 하여도 공급가격은 합의제 가격, 즉 시장가격입니다. 이것이 자력갱생으로 장려되었는데요. 자력갱생 실적에 따라 공장 간부들의 충성심이 평가받기 때문에 평안남도 은산군 식료공장 간부들이 올 김장철에 절임배추를 장마당에 내놓고 판매하는 것입니다.

 

이예진: 한국에서는 인건비가 높다 보니 절임배추 가격이 생배추보다 2배 이상 비싼데요. 북한에서는 절임배추 가격이 어떻게 형성되어 있습니까?

 

손혜민: 한국과 다름없이 생배추보다 절임배추가 비쌉니다. 현재 평안남도 은산군 장마당에서 개인이 판매하는 생배추 1킬로 가격은 품종과 품질에 따라 내화 3,000(미화0.36달러)~1,500(미화 0.18달러)이고요. 식료공장에서 판매하는 절임배추 1킬로는 내화 4,000(미화0.48달러)으로 알려졌습니다평양시장 가격은 확인되지 않았지만 모든 물가가 비싸기 때문에 절임배추 역시 지방보다는 비쌀 것으로 추정됩니다.

 

이예진: 한국의 주부들이 절임배추를 선호하는 이유는 단연 일이 확 줄기 때문입니다. 김장이 보통 일이 아니죠. 북한의 주부들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싶은데요. 북한 여성들이 절임배추를 선호하는 이유, 한국과 비슷합니까?

 

손혜민: 우선 북한에서 김장은 여성들의 몫입니다. 김장독을 묻어야 할 구덩이 파는 일을 남편이 도와주긴 하는데요. 배추를 사서 다듬고, 그것을 소금에 절이고, 절임배추를 다시 씻어서 양념을 버무려 김장독에 넣는 공정은 가정주부들이 하는데 며칠이 걸립니다. 그러니 수돗물이 긴장해 물값을 절약하려는 의도도 있겠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시간 비용입니다. 식수 공급은 평양이나 지방이나 국가공급보다는 대부분 자체로 펌프를 설치해 지하수로 해결하거든요. 산이 많은 지역이나 농촌 지역에서는 냇가와 강이 마을에 있어 직접 양동이로 운반하겠지만, 도시주민들은 집집마다 펌프수도를 이용하죠. 첫째도, 둘째도 시간절약, 배추절임하느라 며칠 소비하느니 그 시간에 장사하면 돈을 벌게 되니 절임배추가 생배추보다 조금 비싸도 손해는 아닙니다. 어쩌면 북한 시장 발달로 가사노동에서 벗어나려는 여성들의 인식 변화가 절임배추를 시장상품으로 등장하게 한 배경이라고도 분석할 수 있습니다

 

이예진: 다음 소식입니다. 한국에서도 이달을불조심 강조의 달로 지정하고 국민들에게 주의를 당부하고 있는데요. 문 기자, 북한에서는 얼마전불법 화공류를 철저히 근절하자는 주제로 주민 강연을 벌였다고요?

 

문성휘: , 이게 지난달 18일부터 21일 사이에 북한 전역의 각 인민반 별로 조직된 주민 강연인데요. 인민반 별로 조직된 주민 강연이라고 하면 북한의 모든 주민들을 상대로 한 강연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화공류라는 말은 남한도 그렇지만 북한에서도 잘 사용하지 않는 표현입니다. 북한은 주민 강연에서 화공류에 대해불이 닿으면 폭발을 일으키는 물질이라고 설명했다고 하는데요. 또 개인이나 기관기업소, 협동농장들에서 보유하고 있는 화공류를 모두 사회안전부 호안과에 등록하라고 하면서 그 종류에 대해 구체적으로 언급을 했다고 합니다. 화공류의 구체적인 종류로는 광산이나 탄광들에서 사용하는 폭약, 개인과 협동농장들에서 가지고 있는 화학비료, 휘발유와 디젤유, 시너, 프로판 가스(LPG)를 저장하는 가스통으로 규정했다고 합니다

 

이예진: 북한 주민들이 개인적으로 화공류를 사용하는 일이 많습니까?

 

문성휘: , 많지는 않지만 북한에서도 개인들이 불법적인 화공류를 사용하는 일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북한은 이번 주민 강연에서 최근 연간 불법적인 화공류가 어떻게 사용되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여러 사례들을 언급했다고 하는데요. 정확한 날짜는 밝히지 않았지만 얼마 전 평안북도의 한 농촌 살림집 건설장에서 돌격대원들이 불법으로 제조된 화공류를 이용해 암반을 제거하던 중 큰 인명피해를 냈다는 내용을 사례로 들었다고 하고요. 여기에 더해 개인들이 불법으로 제조한 화공류로 물고기를 잡거나, 겨울철 일부 협동농장에서 불법적인 화공류로 얼어붙은 거름을 부수는 등 화공류의 악용 사례들을 열거했다고 합니다.

 

이예진: 악용이라기보다는 그저 주민들이 먹고 사는데 사용해 온 것 같네요. 불법 화공류라고 하면 사제 폭탄과 비슷할 거 같은데, 개인이 이걸 어떻게 입수하는 거죠?

 

문성휘: , 북한에서 말하는 화공류는 사제폭탄과 비슷한 개념입니다. 이런 화공류는 이미 만들어진 걸 불법적인 경로로 입수하는 방법이 있고, 또 여러가지 재료들을 조합해 화공류를 직접 제조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이미 만들어진 화공류는 북한의 광산과 탄광, 건설장에서 사용하는 폭약입니다. 일명 다이너마이트라고도 하고, 북한에선 뜨로찔이라고도 부릅니다. 광산이나 건설장에서 사용허가를 받고 폭약을 인출하는데, 인출한 폭약을 다 사용하지 않고 몰래 숨겨두는 거죠. 예하면오늘 우리 광산 갱에서 폭약 10개를 사용해야 한다라고 보고하고 폭약 10개를 받아오는데, 실제로는 8개밖에 사용을 하지 않는다는 거죠. 폭약 사용을 검열하는 감시자들이 있다고 해도 이걸 일일이 다 점검할 수는 없으니까 얼마든지 빼낼 수 있다는 겁니다. 다만 빼돌린 폭약을 몰래 사용하다가 들키면 큰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북한은 주민들의 일거수일투족을 늘 감시하는 나라이기 때문에 폭약을 몰래 빼돌리거나 불법적으로 사용하는데 대해서 처벌이 엄격합니다.

개인이 직접 제조하는 화공류도 여러 가지가 있는데 제일 쉽게 만들 수 있고, 또 많이 쓰이는 화공류는 질소비료로 제조한 폭발물입니다. 질소비료를 햇볕에 바싹 말리거나, 가마에 볶아서 습기를 완전히 제거하면 이게 화약입니다. 이렇게 만든 화약을 병이나 곽에 넣고 불이 꺼지지 않게 폭약 심지나 면실에 연결해 불을 달면 일정한 시간이 지나 폭발을 하는 겁니다. 이렇게 질소비료로 제조한 폭발물은 흔히 강물에 던져 물고기를 잡을 때 많이 사용을 하고요. 북한에선 겨울철 산에서 키가 큰 나무를 떠다 가로수로 심는 작업을 많이 합니다. 이럴 때에도 얼어붙은 나무 뿌리를 떠내는 것이 쉽지 않으니 질소비료로 제조한 폭발물을 넣어 터뜨리면 나무를 쉽게 뜰 수 있습니다. 또 한 가지, 북한 사회에 불만을 품은 사람들이 의도적으로 방화를 저지르는 사례들이 있는데 이때 사용하는 화공류도 있습니다. 시한폭탄과 비슷한 건데 폭발을 일으키는 것이 아니라 화재를 발생시키는 도구입니다. 1995, 북한 양강도 혜산시 혜화동에서 개인 창고들에 방화를 저지른 사건이 있고, 김정숙예술극장을 불태운 사건도 있습니다.

 

이예진: 지금 말씀하신 1995년 김정숙예술극장에서 일어났던 대형 화재 사건은 당시 북한 당국이 한국 정부가 북한 주민들을 사주해 일어난 사건이라고 선전했다고 보도하셨는데요. 주민들도 모두 그렇게 믿었을 지 궁금해지네요.

 

문성휘: , 1995 11 19 11시경, 김정숙예술극장이 갑작스런 화재로 전소되었는데요. 지금의 김정숙예술극장은 화재사건 이후 새로 다시 지은 건물입니다. 당시 양강도 안전국, 한국으로 치면 경찰청이죠. 양강도 안전국의 주장으로는 김정숙예술극장의 화재로 그곳에 있던 외국산 악기만 170만 달러 어치가 불타 없어졌다고 했는데요. 김정숙 예술극장 방화범들은 사건이 발생한 때로부터 3년이 지난 1998, 함경남도 함흥시에서 체포되었다고 합니다. 범인은 25살부터 32살까지의 꽃제비 출신 청년 3명이었다고 하는데요. 북한 당국은 이들 꽃제비 청년 3명이 한국의 안기부, 현재의 국가정보원 사주를 받아 김정숙 예술극장에 불을 놓았다고 떠들었습니다. 꽃제비 출신 청년 3명이 남한으로부터 3만 달러의 돈을 받고 불을 질렀다고 했는데, 이 사건을 두고 양강도의 주민들도 엇갈린 반응을 보였습니다.

한편에선 북한 당국의 선전을 그대로 믿는 사람들도 있었고, 다른 한편으로는 꽃제비 청년 3명이 불을 놓았다고 하는데 정작 그들에 대한 재판도 없었고, 범인들의 얼굴조차 보지 못했으니 믿을 수 없다는 반응이었습니다. 실제 한국의 국가정보원이 사주한 사건이라면 북한으로선 주민 선동을 위해서라도 요란하게 재판 놀음을 벌렸겠는데, 그냥 간부강연과 주민강연에서 범인들을 잡았다, 안기부의 사주를 받은 꽃제비 3명이었다, 이렇게 말만 하니까 의심을 가지는 사람들이 많았죠. 특히 화재를 저지른 도구가 아까 말씀드렸던 비닐봉지에 휘발유를 넣고 성냥개비와 면실을 연결한 도구였다고 하는데 그런 도구는 개인이 얼마든지 만들 수 있으니까 북한 체제에 원한을 품을 사람들이 자발적으로도 방화를 저지를 수 있는 겁니다. “남한의 안기부가 사주했다이건 북한 당국이 사건을 명쾌하게 해명을 못했을 때 상투적으로 쓰는 수법이라고 이해를 하셔야 할 것 같습니다.

 

오늘 준비된 소식은 여기까지 입니다. 함께해 주신 손혜민, 문성휘 기자 감사합니다.

손혜민, 문성휘 기자: 감사합니다.

<지금 북한은> 지금까지 진행에 이예진이었습니다.

 

에디터 양성원, 웹팀 김상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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