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북한은] 수해 현장서 ‘돌격대의 눈’이 향한 곳
2024.09.12
RFA에서 보도된 북한 주요 내부 소식을 보도 기자와 함께 심층 분석해 보는 <지금 북한은>, 이 시간 진행에 이현주입니다.
-수해 현장 동원된 돌격대 20만명 추산, 대부분 17~20대
-돌격대 청년들 직접 본 중국의 발전상… “중국은 언제부터 저런 모습인가”
-북한 당국이 여러가지 부작용에도 돌격대 건설 방식을 고집하는 이유
-러시아와의 친분 강조하며 뒤에는 깎아 내리는 북한 당국의 속내는?
수십만 명의 돌격대를 동원한 수해복구 공사가 2달 가까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돌격대 청년들의 눈이 향한 곳은 한번도 직접 보지 못했던 강 건너 입니다. 이번주 북한의 주요 소식, 김지은 안창규 기자와 함께 알아봅니다.
- 북한 당국은 당초 30만이 탄원했다 밝혔는데요. 실제로 양강도, 자강도, 평안북도 수해복구에 투입된 인원, 얼마 정도로 추산할 수 있을까요?
안창규 기자 : 말씀하신 것처럼 북한 당국은 전국에서 30만 명의 청년이 압록강 수해 복구에 나갈 것을 탄원(자원)했다고 밝혔습니다.
평안북도 지역의 수해복구를 백두산영웅청년돌격대와 속도전청년돌격대가 주로 맡았습니다. 자강도의 수해복구는 군부대와 중앙기관, 평양시, 평안남도, 황해남북도 등에서 파견된 당원연대가 담당했고 양강도는 함경북도, 나선시 등에서 파견된 당원연대가 맡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북한 매체가 피해가 가장 심한 평안북도 신의주시와 의주군에 13만 명이 동원됐다고 보도했는데 이를 기준으로 추산하면 압록강 수해복구에 동원된 총 인력이 적어도 20만 명은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문제는 말이 탄원이지 실제로는 거의 반 강제로 청년과 주민들이 동원되었다는 것입니다.
- 이렇게 많은 인원을 파견하고는 지도부가 걱정거리가 생겼습니다. 돌격대원들 가운데 국경에 가보지 못한 청년들이 대다수이고 이들이 직접 눈으로, 처음 중국의 발전된 모습을 확인 건데요. 안 기자, 북한 당국이 파견 전에 이런 상황을 예상하지 못했을까요?
안창규 기자 : 수해 복구가 급한 나머지 북한이 이 부분을 미처 생각하지 못하고 돌격대를 파견한 것일 수도 있고, 아니면 예상은 했지만 국경 단속을 강화해 탈출만 막으면 된다고 생각했을 수도 있습니다. 압록강 수해 피해는 다른 내륙 지역이 피해를 입은 것과 차원이 다릅니다. 중국측에서 북한의 피해 상황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 실제로 청년들의 동요는 어느 정도인 것으로 확인됩니까?
안창규 기자 : 소식통은 이들 중 대부분이 국경에 한번도 와보지 못한 청년들이라고 전했습니다. 북한에 이동 및 여행의 자유가 없기 때문입니다. 일반 주민이 평양은 물론 국경, 전연(휴전선)지역에 출입하는 건 더욱 어렵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수해를 입은 지역은 압록강 주변, 국경 지역입니다.
신의주와 의주의 경우, 마주하고 있는 지역이 중국의 단동입니다. 그런데 단동은 요녕성 끝자락에 있는 작은 변방 도시인 반면 신의주는 북한에서 다섯 손가락에 드는 큰 도시입니다. 그런데도 눈으로 그 차이를 확실히 확인할 수 있는 상황이고 평안북도 수해복구에 동원된 청년 대부분이 태어나 처음으로 중국의 발전된 모습을 직접 눈으로 보게 된 겁니다.
강 너머 중국 단동은 줄지어 일떠선 고층 아파트가 빼곡하고 도로에 자동차가 쉴새 없이 오갑니다. 또 밤이 되면 북한 지역은 몇시간 전기가 오다 정전이 되면 깜깜한 암흑 세상이 되는데 중국은 밤새껏 온 도시에 불빛이 환합니다.
자기가 태어난 고향에서 절대 볼 수 없었던 모습이 너무 신기한 나머지 10분 동안 중국 도로로 차가 몇 대 지나가는지 세어보는 청년도 있었고 단동이 지금의 모습을 갖춘 게 몇 년도였는지 궁금해하는 청년도 있었다고 합니다.
압록강, 두만강을 사이에 두고 북-중 지역 간의 판이한 차이는 북한의 아픈 부분이었습니다. 이번 기회에 북한은 피해지역, 즉 중국과 가까운 지역을 중국과 별로 차이 나지 않게 번듯이 꾸리려 할 겁니다. 이런 겉모습 바꾸기는 북한이 잘하는 것 중의 하나입니다.
복구가 완성되면 피해지역은 겉보기에 번듯하게 변모될 진 몰라도 건설이 진행되는 동안 수만 명의 북한 청년들이 개혁개방 덕에 놀랍게 발전한 중국의 모습과 신의주의 초라한 모습을 매일 비교해보며 자본주의에 대한 동경과 환상이 높아질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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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에서 돌격대로 파견되는 청년들은 ‘나이가 어리다’고 표현하셨는데 어느 정도의 나이인가요? 청년들 사이에 한국 영상 등이 이미 퍼져있기 때문에 북한 당국이 감춰도 외부의 실상을 어느 정도 알고 있다고 예상했는데, 수해 현장에서 중국 단둥을 직접 본 돌격대 청년들의 반응을 보면 아직 대부분의 북한 주민들은 중국이나 한국의 경제 성장 상황을 잘 모르는 것 같습니다.
안창규 기자 : 우선 각 지역에서 파견된 돌격대, 즉 당원 연대는 당원들이 주로 속해 있고 일부 노동당 입당을 앞둔 청년들이 포함돼 있습니다. 이들은 보통 30~40대입니다. 하지만 복구에 동원된 군인들과 백두산영웅청년돌격대, 속도전돌격대 대원은 다 17~27세 청년들입니다.
이들 중 한국 영화나 드라마, 그리고 중국 드라마를 본 사람이 꽤 된다는 건 부인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영화나 드라마에서 보는 것과 자기 눈으로 직접 보는 건 엄청난 차이가 있습니다. 한마디로 영화는 대본에 근거해 제작된 영상이기 때문에 가장 좋은 장소나 거리에서 촬영하고 영상에 나오는 행동이나 대화도 연출된 것임을 전재로 하고 봅니다.
북한에서 본 한국 드라마에 나오는 집이나 거리를 보면서 저도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눈으로 직접 보는 건 각본이나 연출된 것이 아닌 실제 존재하는 모습입니다. 그렇게 때문에 북한 주민이 한국 영화나 드라마를 여러 편 봤다고 무조건 한국을 동경하는 건 아니라는 겁니다. 그러나 한국에 와서 서울의 거리와 주민들의 풍요한 생활 모습을 눈으로 직접 본다면 한국에 영영 눌러 앉고 싶지 않을까요.
- 북한 당국은 사실상 주먹구구식으로 돌격대를 파견한 것으로 보입니다. 그만큼 급한 상황이었겠지만, 사실 돌격대 파견으로 문제가 발생하는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닙니다. 그럼에도 수십년 동안 대규모 돌격대 파견을 고집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안창규 기자 : 2008년 북한이 공개한 신의주시 인구가 35만 9천 여명, 의주군 인구는 11만 명이었습니다. 합하면 47만 명인데 만약 그때보다 인구가 증가했다 해도 50만 명 미만일 것이고 압록강 주변 피해 지역 인구는 그보다 훨씬 작습니다.
이런 신의주와 의주에 13만 명이 들어갔습니다. 자강도나 양강도의 경우도 다르지 않을 겁니다. 해당 지역 주민들의 먹고 입고 쓰고 사는 것도 제대로 안되는데 엄청난 인원이 추가로 들어가다 보니 이들의 숙식을 보장하는게 정말 쉽지 않습니다.
그러니 복구에 동원된 돌격대원들에게 초보적인 식재료인 된장도 공급하지 못하고 알곡 가공에 필요한 전기를 보장하지 못해 복구에 지장을 주었다고 간부들이 추궁을 받습니다. 또 부식물 등 물자를 충분히 공급받지 못한 돌격대원들이 개인 밭이나 농장 밭을 습격해 남새(채소)와 알곡 같은 것을 훔치는 상황이 발생했습니다.
이런 부작용이 있음에도 북한 당국이 대규모 돌격대 파견을 고집하는 이유는 김일성 때부터 뭐든 군중을 동원해 해결하고 이 과정을 통해 주민을 통제하는 ‘동원 정치’에 익숙하기 때문입니다. 여기에 더해 고난의 행군 이후 자금, 연료, 자재 등 모든 게 부족하다 보니 무슨 공사를 할 때 예산을 편성하고 일할 인력과 장비 등을 구비하고 공사를 시작하는 게 아니라 돌격대를 조직해 순수 인력으로 공사를 해오다 보니 과거의 낡은 방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봅니다.
북부 철길과 평양-남포 고속도로가 그렇게 건설된 대표적 사례인데 북한은 청년들이 기계 장비가 거의 없이 거의 삽과 곡괭이, 등짐으로 철길과 고속도로를 건설했다고 자랑처럼 선전하고 있습니다.
-북한 철도 침목 하나가 청년 목숨 하나다, 이런 얘기 들은 적이 있습니다. 자랑스럽다기보다는 슬픈 일이 아닌가 싶습니다.
다음 소식입니다. 안 기자, 김 기자, 러시아는 북한 사람들에게 어떤 국가입니까? 사람 속의 인식이 궁금한데요, 이런 인식이 최근 좀 달라졌다고 볼 수 있을까요.
안창규 기자 : 네, 변했죠. 러시아에 대한 북한 주민들의 감정은 이전과 분명히 다를 거로 생각합니다. 과거의 러시아 즉 이전 쏘련은 미국과 견주는 강국이었고 당시 사회주의 국가도 적지 않았던 만큼 그 영향력도 높았습니다. 하지만 지금의 러시아는 정치와 군사는 물론 경제적 측면에서 강국의 지위를 거의 잃었다고 볼 수 있는 반면 중국이 많은 면에서 강국의 면모를 갖춰가고 있습니다. 이런 사실을 적지 않은 북한 주민이 인식하고 있다고 봅니다.
김지은 기자 : 과거 쏘련(쏘베트 련방)일 때에는 러시아에 대한 주민들의 감정이 좋은 편이었습니다. 나중에는 바뀌었지만 주체사상도 초기에는 맑스-레닌주의에 기초한 사상이라고 교육했거든요. 그러나 러시아와 연계가 깊었다는 점은 주민들의 정서로 꽤 오래 자리를 잡았고 이 감정이 오늘날까지 이어졌다고 봅니다.
한가지, 러시아 사람들이 북한 사람에게 갖는 인식도 한번 생각해 볼만 합니다. 북한 노동자를 쓰는 사람은 일 잘하고 부지런한 사람들이라고 생각하지만 그것과는 별개로 ‘독재 지도자 아래서 착취당하는 불쌍한 사람들’, ‘불쌍하게 산다’… 이런 인식이 깊습니다.
- 제가 러시아 얘기를 여쭤본 것은 지난 8월 말과 9월 초, 공장, 기업소, 각 단위 별로 진행한 내부 강연에서 거의 연속으로 러시아에 대해 다뤘기 때문입니다. 강연 내용 자체는 북한만의 주장 내지는 왜곡으로 볼 수 있는데요. 내부 강연에서 러시아에 유독 집중하는 이유, 어떻게 보십니까?
김지은 기자 : 최근 보도를 통해 알려진 러시아와 북한의 밀착관계를 주민들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최근의 강연이 그야말로 코웃음 칠 일이었을 겁니다. 그러나 이것은 북한의 상투적 선동 방식으로 주민들에게는 익숙합니다.
8월 20일 강연의 주요 골자는 러시아가 사회주의를 포기하고 자본주의를 택한 것에 대한 비난이었습니다. 소련이 사회주의 붉은 기를 내리고 황금주의를 선택해 국가 위상이 추락했고 가난하다, 이런 내용이었는데 북한이 과거부터 러시아에 노동자를 파견해왔기 때문에 러시아가 가난하지 않다는 사실을 주민들이 더 잘 알고 있습니다.
원래 북한의 선전은 다 거꾸로 들으면 이해하기 쉽습니다. ‘탄광에 탄원하는 청년들이 늘었다’고 당국이 말하면 ‘아, 또 탄광에 인력이 부족하구나, 모두 탄광에 안 가려고 하는구나’ 이렇게 생각하면 맞습니다.
- 북한의 선전은 다 거꾸로 들어야 한다고 하셨으니, 러시아 관련 강연도 모두 반대로 이해하면 되겠습니다. 최근 러시아에 대해 주민들의 관심이나 동경이 높아지고 있다는 소식이 많은데요, 이것에 대한 반향으로 볼 수 있을까요?
김지은 기자 : 그렇습니다. 최근 9월 초, 강연도 러시아 관련이었는데요. 푸틴 대통령이 김정은 위원장을 존경하고 흠모한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사실 강연 내용을 만약 남한, 러시아, 중국, 미국 등의 다른 국가 사람들이 듣는다면 북한의 뻔뻔함에 놀랄 것이고 지어는 그 강연을 들은 대부분의 북한 사람들도 동의하지 않을 겁니다.
지금 힘든 북한의 경제 상황 속에 러시아의 대북지원을 기대하는 민심을 차단하고 동시에 지도자의 위상을 격상시키고자 하는 의도였던 것으로 보이는데요. 기사에서도 전했지만 강연 끝에 “뿌찐 대통령이 원수님을 흠모해서 전용 자동차를 선물했다”는 내용이 나오자 분위기가 냉랭했다고 합니다. 이런 억지 선전이 김정은에 대한 주민들의 불신과 불만, 원성만 초래할 뿐이라는 점을 잘 보여주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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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주민 동경 차단 위해 ‘사회주의 포기’ 러시아 비난”
- 북한은 지난 시기에도 남한이나 중국, 국제 사회에 비슷한 행태를 보였습니다. 국제 사회에서 쌀을 지원하면 주민들에게는 그게 다 원수님을 존경해주는 것이라고 선전을 한다던가 하는 식이었죠. 외부에서는 참 이해가 안 되는 행태인데 이번에 다시 한번 보게 되네요.
김지은 기자 : 그렇습니다. 북한 당국은 국제사회의 지원, 대한민국의 대북지원을 통치자의 수완과 지략으로 얻어낸 것이니, 수령에게 갖다 바친 셈이라고 선전해 왔습니다.
거짓말도 백 번 하면 진실이 된다, 이 말을 30년 가까이 믿는 것으로 보입니다. 실제로 주민들은 북한 당국의 주장을 믿고 따라왔습니다. 물론 이것은 주민들을 철저히 통제하고 외부 정보를 차단하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그러나 지금, 주민들의 눈높이에서 생각을 해보면 과거와 다릅니다.
만약 어떤 국가가 북한에 식량 등을 지원한다면, 그 국가 국민들이 먹고 남아서 지원하는 것으로 여기기 때문에 ‘왜 우리만 계속 가난하게 사는가’에 대해 자문할 것입니다. 이런 의문은 세습 정권과 지도층에 대한 불신, 불만으로 이어질 수 있고 이것이 지금 북한이 러시아를 비난하고 국경 봉쇄를 열지 않는 배경으로 볼 수 있습니다.
또 최근 북한 당국이 내부에 있는 불신 세력에 대한 색출과 척결에 더욱 혈안이라는 정황도 확인 됩니다.
-러시아와 밀접해 질수록 이 같은 북한의 이중적인 행태는 지속된다고 볼 수 있을까요?
김지은 기자 : 네, 일정 정도는 그럴 겁니다. 북한도 국제 사회의 여론은 많은 의식합니다. 따라서 당분간은 멈출 수 있습니다. 그러나 경제적, 군사적 측면에서도 러시아에 도움을 받아야하는 김정은은 주민들 앞에서 자신들의 당위성을 주장하기 위해서라도 어느 시점에서는 러시아에 대한 비난을 재개할 것으로 예상합니다.
한 가지, 북한 소식에 정통한 러시아 소식통은 북한에 대한 러시아의 여론은 좋지 않다고 전했습니다. 인터넷에 들어가면 댓글이나 게시글로 북한과 손 잡은 것은 푸틴의 실수라는 주장을 쉽게 볼 수 있다고 소식통은 전했습니다.
<지금 북한은> 오늘 준비된 소식은 여기까집니다. 다음 시간에 새로운 소식으로 다시 찾아오겠습니다. 진행에 이현주였습니다. 청취자 여러분 감사합니다.
에디터 이현주, 웹편집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