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북한은] 북한의 수상한 환율

서울-김지은, 안창규, 이현주 xallsl@rfa.org
2024.06.20
[지금 북한은] 북한의 수상한 환율 2023년 5월 11일, 한국 강화평화전망대에 전시된 북한 지폐.
/AP
  • 소리 증폭기에 여성 안전원까지 동원해 불법 환전 단속
  • 단속되면 노동단련대교화형에 환전 금액 몰수  
  • 강력 단속에 나선 배경엔 고공행진 환율?
  • 환율1달러 북한  1 4천 원올 초에 비해 60% 상승

 

양곡 판매소 등장 이후에 장마당에서 식량 판매는 금지됐습니다장마당 역시 통제하는 가운데 환전에 대한 단속이 강화된다는 소식입니다환전을 어떻게 하라는 건가요?

 

김지은 기자 무조건 국가가 정한 환율관리 체계에서 국가은행이나 지정된 협동화폐거래소에서만 거래하라는 겁니다그 외의 모든 환율 거래는 범죄로 지정하고 있습니다.

 

당국은 이와 관련해 지난 4 5일 사회안전성 포고를 내렸고 이에 따른 해설문도 발표했는데요해설문에서 북한 당국은 “전국이 변하고 흥하는 시대를 위해서는 환율을 안정시켜야 한다”며 “외화를 암거래하는 행위를 극단 이기주의본위주의”로 비난합니다.

 

그러나 단속이 계속 강화되는 걸 보면 단속해도 잘 지켜지지 않는다는 것인데 분명 주민들도 지킬 수 없는 사정이 있겠죠단속 상황은 어떻습니까?

 

김지은 기자 길거리나 장마당에서 사복을 입은 안전원이 외화거래를 단속하는 상황입니다함경북도 소식통은 최근 포항 구역의 장마당에서 장사꾼끼리 환율에 대해 대화하는 것을 잠복근무하던 여성 안전원이 듣고 체포했다고 전했는데요안전원들은 귀에 증폭기를 꽂고 환율 또는 환전에 대해 말하는 등 관련 움직임이 있으면 모두 체포한다고 합니다.

 

증폭기라는 게 뭔가요?

 

김지은 기자 : 저도 이번에 처음 들었는데요보청기처럼 귀에 끼면 주변의 소리를 크게 증폭해 들을 수 있게 해주는 기계라고 합니다특히 당국은 남성 안전원들은 지역에서 누군지 알고 있는 경우가 많아서 이번 환전 단속에는 여성 안전원을 내보낸다고 합니다.

 

그만큼 어느 때보다 외화 단속을 강력하게 한다는 의미로 볼 수 있는데요당국은 외화를 바꾸는 개인 거래가 완전히 사라질 때까지 당에서 환율 통제의 고삐를 놓지 않겠다고 선포했고 외화를 개인 거래하다 단속되면 전액을 몰수하고 당사자는 물론 가족과 단위 책임자까지 연대적 책임으로 노동단련대와 교화형 등으로 처벌한다며 초강수를 두고 있습니다.

 

그러나 주민들의 입장에서는 당국이 아무리 엄포를 놓아도 국가의 지시를 그대로 따르기 어렵습니다개인 환전상들은 1달러당 북한  1만 원에서 1 4천 원까지 바꿔주는데 국가에서 발표한 환율은 1달러당 8 900원이었습니다시장에서는 환율이 치솟아 1 5천 원까지 올라갔는데도 국가 고시 환율은 그대로였으니 누가 국가 은행을 이용하려 하겠습니까.

 

국가 은행을 이용해서 환전하면 개인 환전보다 1달러당 5천원 정도거의 쌀 1 킬로 값이 차이가 나는 셈이네요.

 

김지은 기자 : 그렇습니다그런데 환전을 1달러만 하는 사람이 어디 있습니까? 10달러 환전한다고 해도 벌써 차이가 쌀 10 킬로입니다.

 

위안화도 비슷합니다. 위안화가 주로 유통되는 양강도의 경우 위안화 국가 환율은 1위안당 내화 1,260원이라고 하는데 개인 거래 환율은 1,900원 선입니다. 100위안 1장만 거래한다 해도 쌀 10kg의 차이가 있는데 당에서 애국심을 부르짖는다고 누가 국가 은행을 이용해 손해를 보겠습니다북한 당국이 국가 권력을 이용해 주민들에게 당치도 않은 강요를 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런 환전 단속이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지 않습니까기존에도 정기적으로 실시했는데요.

 

안창규 기자 : 올해는 조금 다릅니다최근 당국의 통제가 이전과 다른 점은 시장 근방 및 길거리 외화 암거래에 대한 단속과 통제가 몇 개월에 걸쳐 장기적으로 진행되고 있다는 겁니다.  

 

또 주민들을 대상으로 은행과 국영 환전소를 이용하라는 사상 교양 사업이 수시로 반복돼 진행되고 있다는 점도 다릅니다소식통은 공장 기업소 행정 및 당 책임자가 진행하는 아침 조회와 학습 강연회에서그리고 안전원들이 공장 기업소와 인민반에 나와 국가가 정한 환전 질서를 지킬 데 대한 해설 담화를 하며 이번 조치는 이전과 성격이 다르다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고 합니다.

 

이에 더해 시장 환율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이전보다 대폭 상향된 국가 환율을 당국이 제시하고 무조건 이 환율에 맞출 것을 강요하고 있는 점도 특이합니다결과적으로 북한 당국이 음성적으로 유통되는 외화 암거래를 완전히 차단시켜 국가 수중에 장악하려 하고 있으며 다른 한편으로 환율 급등이 가뜩이나 허약한 경제와 시장 물가에 미치는 부작용을 차단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한 때 환율이 급등했죠현재 어느 정도 진정됐다고 하는데 어느 정도입니까?

 

안창규 기자 : 현재 북한 외화 환율은 1달러에 북한  9,000~1만 원 정도인데 한때 최고 1 4,000원까지 올랐던 것에 비하면 많이 내린 상황입니다.

 

보통 1달러에 8,700원 선이 유지됐으니 60% 이상 급등한 것이네요배경은 어떻게 보십니까?

 

안창규 기자 : 한동안 한자리에 머물러 있던 달러 환율이 오르는 원인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우선 중국과의 물자 교류가 재개된 것과 관련 있어 보입니다대북 제재 이전 북한 무역회사들이 중국에 해산물석탄 등을 수출해 달러를 비롯한 외화를 적지 않게 벌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그렇지 못합니다북한 내 외화가 빠져나가기만 할 뿐 유입되는 양이 적다는 겁니다과거에는 중국과 물물교환도 가능했지만 지금은 중국에서 뭔가 들여오려면 반드시 외화를 주고 사와야 합니다.

 

최근 북한 당국이 돈을 많이 푼 것도 원인으로 지목됩니다이미 알려졌지만 작년 말부터 북한이 노동자 사무원 월급을 약 10배 정도 인상했습니다내부 사정으로 화폐는 추가 발행하지 못했지만 대신 고액 돈표를 대량으로 유통시켰습니다.

 

소식통들은 지금 상황이 2002년을 방불케 한다고 말했습니다그때도 이번처럼 노동자사무원 월급이 10배 정도 인상됐습니다하지만 당시 월급이 인상된 데 대한 주민들의 기쁨은 오래가지 못했습니다시장 상품 가격이 10~20배까지 치솟고 달러 환율도 크게 올랐기 때문입니다. 200원 정도 하던 달러 환율이 1,000원 이상으로 5배 뛰었고 45원 정도 하던 쌀 가격도 거의 10배 높아졌습니다.

 

최근 달러 환율이 작년 여름에 비해 50~60% 정도 오른 상태인데 2002년 상황과 비교하면 아무것도 아니라는 반응입니다일부 북한 주민들은 화폐가치가 10배 정도 하락한 만큼 앞으로 달러 환율과 상품 가격이 지금보다 더 오를 것이라 걱정하고 있습니다.

 

즉 환율 폭등의 원인이 임금 상승 그리고 무역 재개로 북한 당국이 외화가 부족한 상황 때문이라는 설명인데요그렇다면 강력한 외화 단속의 배경 역시 비슷한 맥락에서 볼 수 있을까요?

 

김지은 기자 : 그렇습니다잠깐이긴 하지만 지난해 1달러당 환율이 북한  2만 원까지 오른 적이 있다고 소식통은 전했습니다그 이후 빠르게 당국이 외화 단속 조치를 내려 보냈다고 그런 기조가 지금까지 이어진다고 소식통은 덧붙였습니다안 기자가 설명한 대로 북한 당국은 현재 매주 회의나 학습 때마다 환율에 대해 주민들에게 강조하고 주의를 준다고 하는데 그만큼 환율 안정이 중요하다는 의미로 보입니다북한의 물가 기준에서 중요한 것이 환율이기 때문인데 환율이 오르면 모든 물건 가격이 다 오른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강제적인 방법을 동원해도 환율 통제가 바로 받아들여지지 않자 북한 당국은 포고문을 내렸는데 함께 내려온 포고 해설문 내용을 보면 ‘법기관과 감독 통제 기관들에서는 법적 칼날을 예리하게 세우고 국가의 통제권 밖에서 외화를 암거래하고 국가의 환율안정에 저해를 주는 행위들을 사정을 보지 말고 단호하게 쳐갈겨야 한다’고 명시했습니다.

 

주민들을 대상으로 ‘사정을 보지 말고 단호하게 쳐갈겨야 한다’는 문구를 사용하고 있는데요국가가 어떻게 국민을 상대로 이런 말을 사용할 수 있습니까북한 당국이 주민들은 어떤 대상으로 보고 있는지 잘 보여주는 대목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안 기자가 일부 주민들은 2002년과 비교한다고 설명했는데개혁적으로 평가받는 2002 7.1 경제 조치와 그 방향은 많이 다르지만 노동자 로임이 인상됐다는 부분은 비슷합니다당시와 비교한다면 앞으로 환율 상승 또 이에 따른 물가의 고공행진어떻게 수습될까요?

 

안창규 기자 : 당시에는 당국이 환율 급등을 막기 위한 조치를 거의 하지 않았던 것으로 기억합니다결국 2002년 이후 환율과 물가를 계속 상승했고 일반 주민들의 피해는 정말 컸습니다. 지금과 2002년 초기 상황이 매우 비슷한데 그때와 동일하게 시장 물가와 환율이 지속적으로 상승할지는 지켜봐야 합니다중요한 건 북한 당국이 특별한 정책이 없이 단속과 통제 등 강제로 해결하려 한다는 것입니다.

 

다음 소식입니다북한 당국은 가두 여성들에게 사회진출을 독려하고 있습니다당국의 요구하는 바는 “집에서 놀지 말고 사회로 진출하라”인데 결국은 “장사하지 말고 국가 공장에 나와 일하라”는 의미로 보입니다여성들이 공장에 나가도 일도 없고로임으로 생계유지도 안 되니 못 하는 것이지 않습니까실제 진출하는 여성들이 있습니까?

 

안창규 기자 : 그렇습니다최근 사회에 진출하는 여성들의 공장 기업소 취업은 실제 이뤄지는 것으로 보입니다최근 북한당국이 교육에 관심을 강조하면서 각 지역에 학생교복공장학생신발공장학생가방공장이 새로 건설됐습니다또 일차적으로 20개 군에 지방공업공장이 건설되고 있으며 이 공장들이 정상 가동하는 데 필요한 원료를 보장할 원료기지 사업소도 새로 조직되거나 부활하고 있습니다.

 

 현재 북한에서 청년동맹원들인 청년들을 탄광광산농촌 등 험지로 보내는 ‘자원 진출’ 캠페인이 몇 년째 진행 중입니다워낙 고난의 행군 이후 북한 지방 공장기업소들이 정원을 다 못 채우고 있는 상황에서 험지로 나간 청년들의 빈자리까지 남아 있는 상황입니다.

 

문제는 새로 건설되는 지방공업 공장에서 일할 인력도 필요하고 이미 있는 공장들에 부족한 인력을 채우자고 해도 새 인력이 많이 필요한 데 나올 건 여성 인력밖에 없다는 겁니다이런 이유로 여맹원들을 사회에 진출시키는 방안이 고안된 게 아닌가 생각됩니다일부 지역에서는 학생 교복공장을 새로 건설하면서 미리 그곳에서 일할 여성들을 뽑아 건설 작업에 동원시킨 사례도 있었습니다.

 

과거에도 북한이 곧 식량 배급이 정상화된다며 장사를 그만두고 직장에 진출할 것을 독려한 적이 있었습니다당시 식량 배급을 준다면 시장에서 힘들게 장사할 필요가 없다며 다시 공장에 출근한 여성도 일부 있었지만 과반은 장사가 직장에 출근해 일하는 것보다 낫다며 당국의 선전을 무시했습니다과연 이번에는 어떤 반응을 보일지 기대됩니다.

 

좀 이른 질문일 수도 있지만 양정 판매소가 부활하고장마당이 통제되고개인 무역은 금지한 상태에서 국가 무역만 재개된 상황입니다또 환전도 국가 환전소를 이용하라고 강제하는데요앞으로 어떤 추가 조치를 예상할 수 있을까요?

 

김지은 기자 : 무엇이 남았든 분명한 것은 주민들의 생활이 북한 당국이 요란하게 주장하는 것처럼 나아지지 않을 것이라는 점입니다.

 

북한 당국은 주민들에게 ‘한치의 층하도한점의 그늘도 없이 이 땅의 마지막 한 사람까지 온 나라가 다 같이 따듯이 보살펴 주는 분이 김정은’이라고 선전합니다어려울수록 당을 따라 생사 운명을 함께 하는 길에 승리와 영광이 있으며 잘 살날이 반드시 온다는 신념을 가지라고 합니다.

 

하지만 국가정책들을 보면 이게 인민을 위한 것인지독재자를 위한 것인지 잘 보입니다당국이 무작정 강탈하는 것은 곧 노력하는 사람들의 희망을 짓밟고 죽음으로 내모는 길인데요개인의 멸망이 곧 국가 생존에도 위협이 된다는 사실은 북한 당국도 모르지 않을 것인데 이런 정책이 나오는 것을 보면 당국이 급해 맞았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북한 당국이 자신들의 주장대로 인민을 위한다면 개인의 노력과 능력에 따라 재산도 모으고 희망에 따라 살 수 있는 정책을 펼쳐야 한다고 강조하고 싶습니다.

 

안창규 기자 : 사실상 북한 당국이 고난의 행군 이전에 국가 권력이 주민들의 생활을 좌지우지하려면 국가 경제력이 필요하지만 아직 북한의 경제 상황으로는 시기상조로 보입니다.

 

하지만 체제 안정을 위해 주민은 물론 간부들까지 그 어느 때보다 달달 들볶고 있는 김정은은 매우 조급한 모습입니다.

 

김정은이 추진하고 있는 지방공업공장 건설에 대한 북한 주민들이 반응은 매우 회의적입니다고난의 행군 이후 공장 가동에 필요한 전력 원자재 물자 등이 없어 전국의 대부분 공장이 멈춰 섰는데 새로 건설하는 공장이라고 가동이 정상화될 거라는 믿음이 없다는 겁니다.

 

주민들이 “지금까지 공장이 없어 우리가 못 살았나”, “먹을 게 없는데 아까운 농경지만 없애지 말고 농업에 투자해 쌀이나 좀 주지”라는 말을 한다고 합니다김정은이 독불장군처럼 굴지 말고 주민들의 반응과 불만을 잘 살펴 실제 주민에게 도움이 되는 현명한 정책을 펴길 바랍니다.

 

민심은 천심이라는 말이 북한에서도 유효했으면 합니다지금까지 진행에 이현주였습니다김지은안창규 기자 감사합니다.

 

김지은안창규 기자 : 감사합니다.

 

다음 시간에 새로운 소식으로 인사드리겠습니다감사합니다

 

에디터 양성원 웹팀 한덕인

댓글 달기

아래 양식으로 댓글을 작성해 주십시오. Comments are modera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