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북한은] 러시아 파병 공포가 뒤덮은 사회
2025.02.27
러시아 쿠르스크에서 우크라이나군의 공격을 받는 북한군 추정 병사. [우크라이나군이 공개한 영상물 캡처]
진행자 : 4월 초모철을 앞두고 입영 대상자 기준이 대폭 완화됐습니다. 특히 눈에 띄는 것은 손가락 장애 부분인데요. 이제 양손 손가락의 일부만 있어도 군대에 입대해야 합니다. 소식통은 이런 규정 완화가 ‘러시아 파병을 위한 것’이라고 전했는데요, 이렇게 보는 근거는 뭡니까?
김지은 기자 : 사실 저에게는 꽤 충격적인 소식이었습니다. 최근, 북한 사회에 러시아에 파병된 북한 군인의 죽음이 알려졌고 주민들은 크게 동요해, 군대 입대를 기피하기 위해 기존의 군대 면제 조건에 맞춰 오른쪽 검지 손가락을 단지하는 사람들이 늘었다고 합니다.
소식통은 “이 행위가 흐름처럼 번졌다”, 이렇게 표현했습니다. 한두 건이 아니었다는 얘깁니다.
결국 군 당국은 올해 초모가 시작되는 4월부터, 양쪽 손에 손가락 하나라도 남아있다면 입대를 해야한다는 새로운 입대 규정을 내왔습니다. 이는 입대 거부자에 대한 엄포이며 자해를 통해 입대 면제를 받을 수 없다는 경고인 셈입니다.
손가락 자해까지…러시아 파병 공포 확산
진행자 : 북한 사회는 사람들의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는 소문 외에 정확한 정보를 전해주는 매체가 없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러시아 파병에 대한 사람들의 공포는 더 클 것 같습니다.
김지은 기자 : 그렇습니다.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은 종전을 위한 협상들이 오가고 북한군 출신 포로가 원할 경우 한국으로 보낼 수 있다는 논의도 있습니다만, 이런 소식을 바로 들을 수는 없습니다.
이런 사정으로 두려움과 공포는 더 큰 것이죠.
그러나 이런 사례는 북한 사회에서도 상당히 이례적인 일이었습니다. 사실 북한에서는 과거부터 손가락을 단지하는 일은 대표적인 ‘제대 사유’였습니다.
아마 북한에서 병역을 끝낸 대부분의 남성들은 이런 사례를 들어봤을 겁니다. 특히 탈북민들은 2천년 대 들어서면 군대 생활이 너무 고되고 노동 강도가 센 데다 배고픔이 영양 실조에 달해 움직일 수 없을 정도에 이른 군인이 사고로 위장해 오른손 검지의 손마디를 자르고 제대하는 경우가 있었다고 증언하고 있습니다.
또 요즘은 과거 군 입대와 만기 제대를 큰 영광으로 생각하던 건 옛말이고 혹독한 군대 생활을 가능하면 피하고자 하는 현상이 팽배합니다.
원래도 북한에선 군대 입대하는 자식을 바래주며 가족들이 하는 인사가 “살아서 돌아오라” 입니다. 전쟁도 아니고 평화의 시기에 군대에 나가지만 살아서 돌아오는 일은 장담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최근에는 러시아 파병 소식이 전해지고 군인들의 죽음이 알려지고 있으니 주민들 속에서는 신체적 불구로 한 생을 살아갈 지라도 죽음과는 바꿀 수 없다는 분위기가 강한 겁니다.
소식통은 그 정도가 2000년 초기보다 심각한 수준이라고 전했습니다.
또 최근 탈북한 북한의 군관의 증언에 따르면 2000년대 초기만해도 100명 중 한 명이 군대를 피하기 위해 자해를 했다면 2018년 탈북하기 전까지는 50명 중 한 명으로 늘어났다고 전했습니다. 이 탈북 군인이 담당했던 업무가 신병 접수이니, 단순한 추측성 발언은 아닙니다.
진행자 : 안 기자, 저희 중에 군대를 다녀오신 분이니 여쭙습니다. 과거에는 어땠습니까. 북한도 군대가 어렵다는 건 익히 알려진 사실이니까요. 또 이런 경향, 어떻게 보십니까?
안창규 기자 : 한마디로 너무 놀랍습니다.
고난의 행군 이후 식량부족으로 영양을 충분히 공급받지 못해 어린이들의 성장이 제대로 되지 않으면서 군 입대 기준을 미달하는 대상이 많아졌습니다. 이를 고려해 1990년대 이후 북한 당국이 군입대 신체검사 합격 기준에서 키와 체중 등을 하향 조절했습니다.
이후에도 상황에 따라 입대 기준이 조금씩 달라졌는데 2020년 이후 일부 기준을 약간 상향했는데 키 148cm, 체중 43kg 이상이면 합격입니다. 한국에서는 이 정도면 군 면제 대상입니다.
또 인구 감소가 심각해지면서 2000년대 후반부터 여성을 군에 많이 모집해 부족한 남성 병력을 대신하는 시도를 했던 것도 사실입니다. 하지만 손가락이 없어도 신체검사에서 통과시킨 적은 없습니다.
그런 만큼 손가락이 없어도 군대에 보낸다는 게 과연 사실인가 의문이 들 정도로 충격입니다. 그만큼 북한이 군인 숫자에 대해 절박하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위챗을 통해 퍼지는 북한군 러시아 파병 관련 사진, 중국의 반응은?
진행자 : 중국 사람 거의 대부분이 사용하고 있는 휴대전화에서 통지문 등을 주고 받을 수 있는 프로그램 ‘위챗(웨이신)’에서 북한 군의 러시아 파병 관련 사진이 빠르게 퍼지고 있다는 소식입니다. 사진은 상당히 주목해 보고 있다는 건데요. 중국 사람들의 반응, 궁금합니다.
김지은 기자 : 북한과 어느 국가도 비교 불가하지만 중국도 일부 정보가 통제되는 국가입니다. 다만 아예 외부 소식을 막아버린 것이 아니라 자국 국민들에게 동요를 일으킬 정보 등을 검열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북한군 파병 소식은 외교부 공식 브리핑에서도 언급된 만큼 알려졌을 것이라고 봅니다. 다만 위쳇에서 관련 사진이 퍼지며 화제가 되는 상황입니다.
진행자 : 위쳇은 한국 카카오톡처럼 국민들이 가장 많이 사용하는 메신저 그러니까 통보문과 음악, 사진 파일 등을 주고 받을 수 있는 서비스인데요. 사진이나 글이 돌기 시작하면 단시간에 엄청 많은 사람에게 전달이 되죠.
김지은 기자 : 맞습니다. 위쳇에 가입한 중국 사람이 12억이랍니다. 이런 위쳇 같은 서비스에서 소식이 빨리 퍼지는 것은 수십년 많게는 수백명이 참여하는 단체 대화방 때문인데요. 우리도 그렇지만 중국 사람들도 한 사람이 수십개의 단체대화방에 참여 중입니다. 그러니까 한번 올라온 사진이나 글이 화제가 되면 순식간에 중국 전역으로 퍼지는 겁니다. 우리 흔히 하는 말처럼 ‘말없는 말이 천리’ 가는 격인데요, 사실 인터넷과 이런 위쳇 같은 시스템은 천리가 아니라 수만리도 몇분 안에 퍼집니다.
최근 중국 현지 소식통이 전해온 위쳇망에 돌고 있는 북한군 파병 관련 사진에는 러시아 군인증, 북한 군이 소지했을 것으로 보이는 총과 탄창, 출처가 분명치 않지만 김정은이 러시아 파병 군인들에게 보낸 새해 축하 편지 그리고 간단한 러시아 기초 회화를 정리한 쪽지 등입니다.
사진의 진위여부를 떠나 사진에 김정은 명의의 새해 축하 편지 그리고 러시아 기초 회화의 조선말이 보이는 것으로 보아 북한 군의 것으로 특정할 수 있겠습니다.
중국 사람들의 반응은 당연히 경악입니다. 어떻게 죽음으로 자국민들을 내몰 수 있느냐 하는 것인데요. 중국에서 북한을 보는 시각은 상당히 좋지 않았습니다. ‘3대 세습 국가’라는 점에 황당해 하고 ‘김정은’ 세습 직후에는 김일성, 김정일, 김정은에 대한 풍자 영상도 위쳇에 퍼졌습니다. 북한의 지도자들을 돼지머리로 형상화한 영상이었는데 북한 당국이 정부 차원에서 항의해 영상은 일제히 중국 인터넷에서 차단됐습니다. 이번에도 중국 정부가 나설지 주목해 볼 부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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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행자 : 북한은 ‘선전의 나라’ 또 ‘구호의 나라’라는 별칭으로도 불립니다. 김 기자, 안 기자님도 바로 생각나는 구호가 한 두개가 아닐텐데요. 북한 노동당 청사 회의실에 정면으로 설치된 구호가 바뀌었다고요, 구호는 바뀐 것이 뉴스가 될 정도로 중요도가 높은 건가요?
안창규 기자 : 그럼요. 매우 중요합니다. 북한에서는 군중이 많이 모이고 주요 회의나 행사가 진행되는 장소인 회관, 극장, 그리고 각급 기관 회의실 등에 여러 개의 구호가 걸려있습니다.
구호는 정면과 옆면, 후면에 다르게 설치되는데 이 중에서 가장 주요하게 취급되는 건 정면에 있는 구호입니다. 주요 대회나 회의가 열리는 장소의 경우 주석단이 위치한 양 옆에 세로로 쓴 구호가 걸립니다.
원래 각급 회의장에는 관중석 기준으로 정면 오른쪽에 ‘영광스러운 우리조국 조선민주주의 인민공화국 만세’, 왼쪽에 ‘조선인민의 모든 승리의 조직자이며 향도자인 조선노동당 만세’라는 구호가 걸려 있었습니다. 이 2개의 구호는 노동당이 가장 중요시하는 구호로 ‘당의 기본 구호’라 부릅니다.
그런데 작년 말 경 각급 당 기관 내 회의실 구호 하나가 달려졌습니다. 정면 왼쪽에 있던 ‘조선인민의 모든 승리의 조직자이며 향도자인 조선노동당 만세’라는 구호가 ‘전당이 위대한 인민을 위하여 멸사복무하자’로 바뀐 것입니다.
북한에서는 각급 회의장 등 많은 군중이 모이는 장소에 걸 구호를 지방 당국이나 지방 당기관이 정하지 못합니다. 중앙당 선전선동부가 각 구호와 설치 위치까지 지정해줍니다. 이를 어기면 큰일 납니다.
노동당 만세 구호가 ‘인민을 위해 멸사복무하자’는 구호로 바뀐 이유는 당 간부들이 당 세도만 쓰지 말고 주민을 위해 일하라는 의미라 할 수 있습니다.
바뀐 구호에도 언급돼 있듯이 노동당은 모든 것을 좌우지하는 북한에서 노동당의 지위는 절대적이었습니다. 노동당 제일주의가 강조되고 누구든 당에 잘 보여야 하는 게 현실이었습니다.
이런 연장으로 모든 감독 통제 권한을 가진 노동당이 최고였습니다. 하지만 30년 넘게 경제난이 지속돼 주민들의 생활고가 극심한 데도 모든 조직자인 노동당은 아직 이를 해결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반면 당기관, 당간부들의 직권 남용 등 세도는 극심해졌습니다.
결국 노동당에 대한, 당간부들에 대한 주민들의 원성과 불만이 높아진 것입니다. 그렇게 오만하던 당국이 이러다간 큰 일 나겠다 싶어 노동당 만세 대신 주민을 위해 복무하라는 내용의 구호를 내건 것으로 보입니다.
노동당 구호 변경… 북한 주민들의 불만을 잠재우기 위한 조치?
진행자 : 당 깃발이 아닌 국기를 사용하도록 했고, 당 제일주의가 아닌 국가 제일주의로 바뀐 것과 연장선상으로 보입니다만, 주민들은 왜 사실상 북한의 모든 것을 좌우하는 김정은 김정일이 아니라 왜 당을 미워하는 겁니까? 또 구호를 바꾸면 좀 인식이 나아지겠습니까?
안창규 기자 : 북한 내부를 잘 모르면 김정은과 노동당을 별개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북한에서 김정은과 노동당은 같은 의미입니다. 김정은이자 곧 노동당이라는 겁니다.
이런 인식은 김정일 등장 초기에 산생됐습니다. 김정일은 등장 초기인 1974년 후계자로 지명됐습니다. 김정일이 그렇게 하라고 요구했는 지는 알 수 없지만 이 시기 김정일을 가리켜 ‘당중앙’이라고 칭했습니다. 사실 당중앙이라는 의미는 노동당의 중앙 본부를 가리키는 것입니다.
복숭아의 경우 껍질, 속살, 씨가 있지요. 그 씨를 복숭아의 정중앙, 핵심이라 볼 수 있습니다. 그런 맥락에서 김정일을 당중앙이라고 한 것은 김정일을 노동당의 중심, 핵심에 비유한 것입니다.
이후 김정일의 지시가 당중앙 혹은 노동당의 지시로 불리기도 했습니다. 김정일과 노동당이 혼합돼 쓰인 건데 그 연장으로 현재도 북한에서 노동당은 김정은을 의미하는 문구로 쓰이기도 하지만 때로는 순수 정치조직으로서 노동당을 의미하는 문구로 쓰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노동당 하면 곧 김정은을 의미한다는 걸 모르는 사람이 없습니다.
북한 주민들이 노동당을 미워하는 건 김정은을 미워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지도자인 김정은을 감히 욕하거나 미워할 수 없으니 노동당을 미워하는 겁니다. 거기에 세도가 심한 당간부들에 대한 불만도 포함되어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진행자 : 김정은 총비서가 항상 인민 제일 주의를 외치는 것과 같은 것이네요. 그러나 구호는 구호일뿐이지 않겠습니까? 실천으로 보여주는 구호가 필요가 없지요. 네, 오늘은 여기까지 전하겠습니다. 김지은, 안창규 기자 감사합니다.
김지은 기자, 안창규 기자 (인사)
지금까지 진행에 이현주였습니다. 저희는 다음 시간, 새로운 소식으로 다시 찾아오겠습니다. 함께 해주신 청취자 여러분 감사합니다.
에디터 이현주, 웹편집 김상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