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문있어요] 북 청년들 ‘자진’ 재입대 사실일까요?
2024.10.21
앵커 : 모든 것의 시작은 질문!
질문을 통해 한국사회와 한국 사람들의 생각을 전합니다.
청진 출신 탈북 방송인 조미영 씨가 진행하는 ‘질문있어요’가 이어집니다.
“안녕하세요. 대전에 살고 있는 30대 남자입니다. 북한에서 요즘 한국이 무인기로 평양에 대북전단을 뿌렸다면서 대응 수위를 올리고 있다는 내용이 계속 보도에 나오잖아요. 그러다 깜짝 놀란 게 북한 청년들이 자진해서 군대에 재입대한다는 내용이 나오던데, 사실 이건 좀 아니지 않나 싶더라고요. 아무리 말이 안 되는 일이 많이 일어나는 곳이 북한이라고 하지만, 스스로 재입대를 하겠다고 한 게 사실인가요?”
북한 사회를 들여다보려면, 기본적으로 '설마...'하는 마음은 안 가지셔야 합니다. 무엇을 상상하시든 그 이상의 해괴한 일들이 벌어지는 곳이니까요.
북한은 지난 11일 외무성 중대 성명을 통해 한국이 이달 3일과 9일, 10일 평양 상공에 무인기를 침투시켜 대북 전단을 살포했다고 주장을 펼치고 있습니다. 이후 각종 담화 내용과 인민군 총참모부가 내린 작전 예비 지시 등을 연일 공개하며 주민 결집에 열을 올리고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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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엔 남북을 잇는 동해선 및 경의선과 동해선 도로, 철도를 폭파한데 이어 내부적으로는 남한의 무인기 침투를 이유로 청년과 학생 140만 명의 입대 탄원서를 받는 등 한국에 대한 적개심을 고취시키며 남북의 군사적 위기감도 고조시키고 있습니다.
북한 로동신문에는‘신성한 우리의 주권을 침해한 원쑤(원수)들을 절대로 용서할 수 없다’라는 제목과 함께 “외무성 중대 성명이 나오자마자 우리 청년 돌격 대원들은 증오와 분노의 피를 끓이며 모두가 두 주먹을 불끈 틀어쥐었다. 김일성종합대학과 김책공업종합대학 등 대학에서 괴뢰 한국 것들을 쓸어버릴 멸적의 의지를 안고 인민군 입대와 복대(재입대)를 열렬히 탄원하는 목소리들이 확산하고 있다”고 주장했더라고요.
오늘 질문 주신 분도 믿기지 않을 만큼 충격적이셨겠지만, 많은 북한이탈주민들 또한 경악과 개탄을 쏟아내고 있습니다.
북한의 군사 복무는 그 기간이나 생활 환경 등 세계적으로도 악명이 높습니다.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북한의 군사 복무 기간은 13년이었습니다. 17살에 군대에 나가면 30살이 돼서 집으로 돌아오는 거죠. 다행이라고 해야 할지 모르겠지만 현재는 많이 줄긴 했습니다. 10년으로 말입니다.
줄어서 남자 10년, 여자 7년. 이 기간만으로도 많은 사람들이 정말 충격을 받으실 텐데, 영양실조에 걸려서 목이 가늘어지고 머리가 다 뽑힌 병사들을 보시면 어떤 반응일지 잠깐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정말 참담한 마음입니다.
북한 군대는 이 외에도 군복무 기간 일어나는 구타 등 폭력, 여성들에게 일어나는 성적 피해, '해결하라'는 식의 명령으로 둔갑된 온갖 도둑질까지… 정말 갖가지 인권유린의 집합체가 바로 북한의 군대라고 할 수 있습니다.
가장 반짝반짝 빛나야 할 시기, 황금 같은 청년 시기를 이런 지옥 같은 집단에서 그 오랜 시간을 보낸 사람들이 다시 그곳으로 돌아가려고 한다는 게 저도 정말 믿기지 않을 정도이니 한국에선 오늘 같은 질문이 나올 수 밖에 없는 겁니다. '재입대라니, 이게 정말 가능한가'하고 말이죠.
절대적으로 불가능할 것 같은, 아니 불가능해야만 하는 일도 가능해지는 곳이 북한입니다. 북한이 로동신문에 밝힌 것처럼 140만명의 인원이나 '탄원' 등의 내용이 모두 사실이라고 확인되진 않았지만, 기본적으로 북한이 이런 식으로 ‘외부로부터의 위협, 조국수호’ 같은 명분을 내세우면 현재 북한에 살고 있는 북한 청년들은 그걸 그대로 받아들일 가능성이 있긴 합니다.
물론 한국의 문화나 외부의 정보를 많이 접하면서 이런 시기 까딱 잘못했다가 반동으로 몰리거나 사상적으로 문제 있는 걸로 낙인 찍힐까 두려워 군중적인 탄원에 끼어들어간 사람들이 많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개중엔 분명 북한식의 세뇌에 완전히 젖어들어 정말 로동신문에 나와있는 그 문구 그대로를 머리와 가슴으로 생각하면서 주변 친구들을 탄원에로 이끄는 청년들도 안타깝게도 분명 있기는 하다는 겁니다.
이것이야 말로 앞으로 북한에 외부 사회의 정보가 더 많이 들어가 북한 사람들이 세뇌에서 깨어나야 한다는 걸 명백히 보여주는 기사가 아닌가 싶습니다.
북한이탈주민들이 한국에 와서 5~6년 정도까지는 누구나 꾸는 꿈이 있습니다. 다시 북한으로 돌아가는 꿈이죠. 꿈인데도 불구하고 어떻게든 다시 한국으로 오기 위해 애쓰고 잡힐까 노심초사 하다 땀에 흠뻑 젖은 채 그 악몽에서 깨어나기를 반복합니다.
북한이탈주민들에겐 꿈에서라도 돌아가고 싶지 않을 만큼 끔찍한 게 지금의 북한이고, 북한 청년들에게 군대 역시 다르진 않을 겁니다. '탄원'이란 구호 아래 끌려가게 될 북한 청년들이 참 안타깝습니다. 오늘은 여기서 이만 줄일게요. 서울에서 청진 출신 방송원 조미영이었습니다.
에디터 이예진, 웹편집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