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문있어요] 선물 풍선을 보냈는데 북한은 왜 화를 내나요?

조미영-탈북 방송인 xallsl@rfa.org
2024.12.02
[질문있어요] 선물 풍선을 보냈는데 북한은 왜 화를 내나요? 북한으로 보내는 풍선 내용물.
/사진제공: 이웃사랑선교회 박다니엘 목사

앵커 : 모든 것의 시작은 질문

질문을 통해 한국사회와 한국 사람들의 생각을 전합니다.

청진 출신 탈북 방송인 조미영 씨가 진행하는 ‘질문있어요’가 이어집니다.

   

“안녕하세요저는 고등학교 2학년 학생입니다요즘도 서울이나 경기도 지역에 북한에서 보내는 오물풍선이 떨어지고 있다는 뉴스는 보고 있는데요사실 저는 그동안은 큰 관심이 없어서 몰랐는데우리나라 민간단체에서도 북한으로 풍선을 띄워 보낸다고 하더라고요북한처럼 쓰레기를 보내는 게 아니라 간식이나 달러여성용품 등 필요한 물품들이 담겨 있어 놀랐는데요북한에선 왜 그렇게 화를 내고 있는 건가요필요한 물품들을 주민들이 받으면 좋은 거 아닌가요?

 

한국에선 지난달 28일에도 긴급재난문자그러니까 긴급재난통보문이 손전화기를 통해 국민들에게 발송됐습니다북한이 보내는 오물풍선으로 인한 피해가 없도록 조심하라는 내용이었죠.

 

올해 5월 말부터 이번까지 총 32번에 걸쳐 북한은 여기 한국을 향해 오물풍선을 띄워 보냈습니다북한은 주민들에게 어떤 정보도 제대로 공개를 하지 않는 사회다 보니오물풍선에 대해서도 외부 소식에 관심이 있는 분들 외엔 잘 모르고 계시지 않을까 싶습니다.

 

지름 3~4m 정도 크기의 풍선에 각종 생활쓰레기를 담은 마대가 매달려 있고여기에 풍선을 터트릴 목적의 자폭장치까지 설치돼 있는데요서울은 물론이고 경기도 지역그리고 더 남쪽인 경상남도 거창 지역에서도 발견될 만큼 올해에만 32차례에 걸쳐 수백 개의 오물풍선이 하늘에서 떨어지고 있는 겁니다.

 

오물풍선 속에 담긴 쓰레기들을 직접 사진으로 접한다면 현재 북한에 살고 있는 여러분들은 어떤 반응을 보이실까요너무나 저속한 이런 행태에 사실 저를 포함한 북한이탈주민들은 특히 더 불편하고내가 살았던 북한이라는 정권이 이 정도의 수준이었다는 자각에 부끄러운 감정마저도 느껴지는 듯 합니다.

 

오늘 질문자 분이 한국도 북한으로 풍선을 보내고 있다는 것에 대해 그동안은 모르고 있었다고 하셨는데그럴 수 있습니다워낙 정보가 열려 있는 곳이라 하루에도 수많은 정보들이 인터넷을 통해 알려지기 때문에 관심을 가지지 않았던 분야라면 모르는 게 당연합니다여긴 정보가 없어서가 아니라 너무 많아서 상대적으로 놓치는 것들이 많아지는 곳이니까요.

 

그리고 한국에서 보내는 풍선의 경우는 국가기관이 아니라 민간단체에서 보내고 있습니다전에도 이 방송을 통해 잠깐 말씀드렸다시피 일반 사람들끼리의 다양한 규모의 모임이나 단체 활동이 자유롭게 보장되는 한국에선 탈북민들로 구성된 단체들도 많이 있습니다북한 사회의 변화와 더불어 북한 주민들에게 도움이 되고자 펼치는 여러 가지 활동 가운데 하나가 바로 북한으로 여러 생필품과 전단을 넣은 풍선을 보내는 것이죠.

 

지난달 17일에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발표된 담화를 보니 로동당 부부장 김여정이 '인내심에도 한계가 있다'면서 또 한번 듣기 거북스러운 욕설을 퍼부었더라고요다만 흥미로운 점은 대북전단이라며 사진을 공개했는데각종 구호가 적힌 종이 전단과 초코파이 등 과자류약품여성용품어린이 영양제 등이 담겨 있어 오히려 눈길을 끌었다는 점입니다.

 

그동안 별로 큰 관심을 두지 않고 있던 한국사람들도 이번에 북한이 공개한 사진을 보고나선 우리나라에선 이런 걸 보내는구나’ ‘꽤 쓸만한 물건들이 담겨 있다’, ‘저건 오히려 반갑게 받아야 할 선물 아니냐’ 등의 반응을 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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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사진에서 무엇보다 눈에 띄었던 초코파이의 경우북한에서 그 인기가 라면 만큼이나 정말 대단했었는데요개성공단에서 북한 로동자들에게 제공한 초코파이가 장마당을 통해 흘러나오면서 한동안 북한엔 이 초코파이 맛에 사로잡힌 사람들이 정말 많았습니다그 인기를 반영하듯 개성공단이 문을 닫은 이후 북한은 초코파이를 거의 그대로 모방한 초코렛트 단설기라는 제품을 직접 생산하기도 했었으니까요.

 

그리고 개인적으로 또 눈에 띄었던 제품은 여성용품이었습니다북한에서 살았던 여성이라면 아마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인데요한국에선 너무나 일상적이고 흔한 이 제품이 북한의 여성들에겐 더없이 귀하고 소중하기 때문입니다.

 

점점 더 추워지고 있는 요즘물도 제대로 나오지 않는 곳에서 여성용품이 없어 거즈를 빨아 사용해야 하는 분들이 아직도 많이 계실 텐데요그분들 앞에 이런 제품이 툭 떨어진다면 그건 말 그대로 하늘에서 떨어진 선물일 수 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거든요.

 

물론 이런 생필품만 들어있는 건 아닙니다북한이 경기를 일으킬 만큼 두려워하는 북한정권과 김씨일가의 실체를 까발리는 내용들도 전단에 포함되어 있습니다북한이 인내심을 거론하며 막말을 쏟아낼 만큼 흥분하는 건 바로 대한민국의 좋은 생활용품과 더불어 이런 내용들이 들어있기 때문인 겁니다.

 

북한이 이번에 발표한 김여정 부부장 담화도 주민들이 다 볼 수 있는 노동신문이 아니라 대외용 매체인 조선중앙통신을 통해서만 공개했다는 점사진 속 전단의 내용은 자세히 나오지 않았다는 점으로 보아 끝까지 한국에는 위협을 가하고주민들에게는 관련 정보를 은폐하고 싶었던 그 속내가 보이는 듯 합니다.

 

사실 북한 주민들에게 북한에서 보낸 쓰레기 풍선과 한국에서 보낸 선물과도 같은 풍선을 비교해서 보여드리고 싶은 마음입니다더이상 한국과는 체제 경쟁 자체가 안 되니 이제라도 정신차리고 주민들에게 솔직하게 모든 걸 공개하라고 말입니다오늘은 여기서 이만 줄일게요서울에서 청진 출신 방송원 조미영이었습니다.

 

에디터 이예진웹편집 이경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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