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문있어요] 북한군 러시아 파병, 군인 가족들이 정말 모르나요?
2024.11.04
앵커 : 모든 것의 시작은 질문!
질문을 통해 한국사회와 한국 사람들의 생각을 전합니다.
청진 출신 탈북 방송인 조미영 씨가 진행하는 ‘질문있어요’가 이어집니다.
“안녕하세요. 서울에 살고 있는 20대 남자입니다. 저는 작년에 만기 군복무를 마치고 지금은 대학교에 복학해서 공부하고 있습니다. 요즘 북한 관련 뉴스가 참 놀라운 내용들이 많은데, 얼마 전엔 러시아 전쟁에 북한 군인들이 파병됐다는 내용도 나오더라고요. 근데 파병된 거면 자원한 건가요? 북한 내부에선 파병 소식이 보도되지 않았다는데, 설마 군인 가족들도 이 사실을 모르는 건가요?”
북한이탈주민들은 요즘 TV보도나 신문기사를 확인하는 마음이 걱정과 우려를 넘어 두려움을 느낄 정도입니다.
북한 당국이 벌이는 비상식적이면서 기괴한 일들은 물론 어제, 오늘 일이 아니긴 했지만 북한 주민들, 특히 청년들에게 직접적인 피해가 생겨나게 되는 이 상황에, 걱정과 안타까움이 앞서면서도 어느 때보다도 북한 관련 보도를 챙겨보고 있습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이 벌써 2년을 훌쩍 넘어 장기전으로 이어질 조짐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이 명분 없는 전쟁에 어떤 연관성도 없는 북한의 청년들 다수가 의미없이 희생될 수 있는 상황이 만들어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며칠 전에는 친우크라이나 인터넷망을 통해 처참한 모습의 북한 병사의 증언이 담긴 영상이 공개되기도 했습니다.
영상에는 북한 장병으로 추정되는 남성이 눈도 제대로 뜨지 못한 채 머리부터 얼굴과 목까지 붕대를 감고 침대에 누워 있었고, 붕대 곳곳엔 핏자국이 가득했습니다.
자신이 "쿠르스크 교전에서 살아남은 유일한 생존자"라며 말을 했는데, 심한 부상으로 발음이 정확하지 않았지만 앞쪽 말투, 북한 군인 억양을 사용하고 있어 북한 사람이라면 누구나 분명하게 알아들을 수 있었습니다.
부상병은 "러시아군이 (우리에게) 방호시설에만 (있으면) 급습당하지 않을 것이라며…절대로 전선에는 참여하지 않을 것이라고 거짓말했다. 그러나 러시아군은 저희가 쿠르스크 교전에서 무작정 공격전에 참가하도록 했고, 그들이 공격 전에 아무런 정찰도 하지 않고 저희들에게 건사할 무기도 주지 않았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또 ‘우크라이나가 공격을 시작하고 부대 인원이 40명이었는데, 친구들인 혁철이와 경환이를 비롯해 모두 전사했다’며 부대원들의 이름을 직접 밝히기도 했습니다. 또 자신이 살아남을 수 있었던 이유도 언급했는데요. 그는 ‘러시아 군인은 파편에 머리가 잘렸고, 나는 전우들의 시체 밑에 숨어 살아남을 수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할아버지로부터 조국해방전쟁에 대한 이야기들을 들었으나 이런 일은 몰랐고 실제로는 본인과 전우들이 일개 사료로 이용되어 모두 희생된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앞서 지난달 28일 한 우크라이나 지원 단체는 우크라이나 부대와 북한군의 첫 육안 접촉이 10월 25일 쿠르스크에서 이뤄졌으며, 북한군은 1명 빼고 모두 사망했다고 주장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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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 대한민국에서는 인터넷을 통해 실시간으로 전 세계 곳곳에서 올라온 보도 내용들을 기사는 물론이고 사진이나 영상으로도 볼 수 있는데요. 끔찍한 전쟁터에서 희생되고 있는 젊은이들이 한민족인 북한 사람들, 어린 청년들이라는 사실에 충격을 느끼고 있습니다.
한국처럼 보통의 정상적인 민주주의 국가들에서도 분쟁지역에 평화유지군 등으로 군인들을 파병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하지만 그들은 최소한의 안전이 확보된 지역으로 가는 것이고, 주민들의 안전과 질서 유지, 생활편의를 돕는 임무를 수행하는데요. 무엇보다 이런 파병의 경우 기본적으로 강제성이나 무조건적인 명령으로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 파병에 신청한 군인에 한해 여러 가지를 고려해서 선정하고 최종적으로 결정됩니다.
하지만 오늘 질문자 분도 궁금해 한 것처럼 북한에서 이번에 파견된 병사들의 경우, 도망치고 싶은 마음을 애써 참으며 끌려가다시피 간 병사들이 분명 있을 테고, 또 본인의 의지가 있어 갔다고 하더라도 자신들이 어떤 현장에서 어떤 임무와 어떤 상황에 맞닥뜨리게 될 지 제대로 알고 간 병사는 거의 없을 것입니다.
무엇보다 남아 있는 북한의 가족들은 자식들이 지금 러시아에 나가 있는지 조차 모르고 있을 텐데요. 전쟁에서 북한군이 사망했다는 보도가 나온 지 한참 됐지만, 북한 당국이 파병 사실 자체를 주민들에게 숨기고 있으니 북한의 가족들은 여전히 이마저도 알 길이 없고, 어쩌면 앞으로도 제대로 된 사실을 접할 수 없을 겁니다.
북한 같은 체제에선 군대 간 자식이 어디에서 어떻게 죽었든 상관 없이 전사자로만 등록될 뿐 그 가족에게 어떠한 설명도 해주지 않을 테니까요. 사실 오늘도 정말 참담한 마음으로 질문에 답하고 있는데요. 나라가 국민을 그저 사지로 내몰 뿐 지켜주지 않는 이 상황에서 북한 주민 여러분이 부디 외부 방송이라도 듣고 정확한 정보를 얻어 또 파병될 지 모를 내 자식들, 군인들이 이 무모한 전쟁을 피해갈 수 있는 방법을 찾기를 정말 간절한 마음으로 바래봅니다. 오늘은 이만 줄일게요. 서울에서 청진 출신 방송원 조미영입니다.
에디터 이예진, 웹편집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