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미영의 질문있어요] 북한에서도 ‘개콘’ 좋아할까요?
2023.11.20
앵커 : 모든 것의 시작은 질문!
질문을 통해 한국사회와 한국 사람들의 생각을 전합니다.
청진 출신 탈북 방송인 조미영 씨가 진행하는 ‘질문있어요’가 이어집니다.
(음악 up & down)
“안녕하세요. 서울에 살고 있는 40대 직장인입니다. 최근 개그콘서트가 3년 만에 부활해서 방송을 다시 시작했잖아요. 그동안 일요일 저녁에 볼 수 있는 코미디 프로그램이 없어져서 아쉬웠었는데, 참 반갑더라고요. 그런데 북한에도 한국의 개그콘서트 같은 코미디 프로그램들이 있나요? 그리고 북한사람들도 이런 코미디 프로그램 좋아할까요?”
(음악 up & down)
일단 북한 동포분들에겐 낯선 용어들이 여러 개가 나왔는데요. 개그콘서트는 한국의 공영방송인 KBS에서 1999년부터 2020년까지 21년간 방송됐던 희극 방송을 말합니다. 희극인들이 관객 앞에서 펼치는 무대 공연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일상 속 우리의 모습을 희극 소재로 활용해 재미있는 상황들을 보여주기도 하고, 유명인사를 풍자해 웃음을 자아내는 등 한 시간이 넘는 방송에서 여러 개의 짧은 희극들이 무대에 오르고, 재미있는지, 없는지 관객의 반응을 바로 볼 수 있습니다.
한국에는 방송 프로그램의 종류가 참 다양합니다. 오락 프로그램들이 특히 많죠. 음악 위주로 볼 수 있는 음악방송, 그리고 가수나 배우들이 여행을 떠나거나 맛집을 찾아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재미있게 보여주는 리얼리티 쇼, 그리고 오로지 사람들을 웃기기 위해 만들어진 코미디 방송도 있는데요. 개그콘서트가 바로 사람들을 웃게 하기 위해 만들어진 코미디 프로그램입니다.
오늘 질문해주신 직장인 분은 코미디 프로그램이 다시 부활해서 반가웠다고 하셨는데요. 한국에서는 보통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일하고, 토요일과 일요일은 쉬는, 주 5일 근무제를 기본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매주 일요일 저녁 식사 후 대부분 직장인들이 다음 한주를 위해 휴식을 취하는 시간, 개그콘서트는 오랫동안 그 아쉬움을 달래 왔죠. 개그콘서트가 끝나는 음악이 나오면 ‘아 이제 휴일이 진짜 끝났구나’ 하는 생각을 한다는 사람이 많았다는데요. 그러다 어느샌가 대중의 인기가 시들해지면서 개그콘서트가 아예 폐지됐던 거죠.
하지만 한국의 방송은 늘 시청자 위주로 만들어지게 되다 보니, 시청률이 아주 저조하면 방송프로그램이 폐지되기도 하지만, 또 시청자들이 없어진 프로그램에 대해 아쉬움과 그리움을 표출하면 없어졌던 프로그램이 다시 살아나기도 하는 경우가 꽤 있는 것 같습니다. 역시 일요일은 별 생각없이 웃을 수 있는 코미디 방송이 필요하다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시청자의 수요에 의해 개그콘서트가 부활한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해봤습니다.
한국에 와서 보니 전 세계에서 웃음에 대한 연구들이 참 많았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사람이 자주 웃으면 몸의 면역력을 올려 수명이 연장될 수 있고, 그리고 치명적인 암세포 증식을 억제하는 면역세포의 활성화가 늘어나기도 했으며 혈액순환이 촉진되고, 장기적으로 봤을 때 심혈관계질환 발병 위험도 낮춘다고 합니다.
웃음의 효능에 대해 듣다 보면 북한에 꼭 있어야 할 방송 프로그램이 바로 코미디 프로그램이 아닌가 싶은데요. 이제 답을 드려야 할 것 같습니다. 북한에도 희극방송들이 있습니다. 그리고 이 방송 듣고 계신 북한동포 분들은 잘 알고 계시는 리순홍 같이 정말 유명한 희극인들도 있죠. 그리고 북한 사람들 역시 이런 희극요소가 들어가 있는 방송들을 참 좋아합니다. 예전에 리순홍 만담은 카세트테잎으로 만들어져 인기리에 판매될 정도였으니까요.
하지만 표현의 자유가 억압돼 있는 북한에서는 희극에서도 다루지 말아야 할 부분들이 정말 많습니다. 가장 중요하게는 김 씨 일가와 관련된 부분은 절대 다룰 수 없으며, 사회나 제도에 대한 풍자도 금기시 되고 있습니다. 의도치 않았더라도 자칫 그런 부분이 검열에서 나오면 아무리 유명한 희극인이라고 할지라도 혁명화로 어느 탄광이나 시골로 보내지거나, 좌천되기 십상이죠.
그래서 어쩌면 북한의 코미디는 마음 편안하게 보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 앞에서 일상적인 재밌는 이야기를 하다가도 결국 마무리는 ‘지도자의 은혜와 감사하고 보답하자’라는 내용이 나오는데요. 그래서 북한의 희극무대는 시작은 희극이지만, 마무리는 웅변으로 끝났던 것 같습니다.
지치고 힘든 삶이 반복되는 북한사람들이 그저 편안하게 웃으면서 볼 수 있는 그런 희극방송이라도 많이 만들어질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오늘은 여기서 줄일게요. 서울에서 청진 출신 방송인 조미영이었습니다.
에디터: 이예진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