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문있어요] 5과생이 그 유명한 기쁨조인가요?

조미영-탈북 방송인 xallsl@rfa.org
2024.09.09
[질문있어요] 5과생이 그 유명한 기쁨조인가요? 사진은 '북한판 걸그룹' 모란봉악단의 지난 2014년 공연 모습.
/연합뉴스

앵커 : 모든 것의 시작은 질문

질문을 통해 한국사회와 한국 사람들의 생각을 전합니다.

청진 출신 탈북 방송인 조미영 씨가 진행하는 ‘질문있어요’가 이어집니다.

   

“안녕하세요. 서울에 살고 있는 20대 대학생입니다. 제가 얼마 전 유튜브에서 탈북민이 얘기하는 걸 봤는데, 북한에선 예쁜 여성들을 뽑아가는 5과라는 곳이 있다고 얘기하더라고요. 젊은 여성들만 뽑아가고 정확히 뭐하는 지는 모른다고 하던데, 혹시 그 5과라는 곳이 우리가 알고 있는 기쁨조인가요?

 

북한동포 분들에게 정말 익숙한 얘기가 나왔습니다. '5과대상'. 소학교 때, 제가 다닐 땐 인민학교였지만, 그때부터 5과생을 뽑는 일명 선발조들이 주기적으로 학교를 찾아왔던 기억이 납니다. 지금은 담당부서가 바뀌어 6과에서 온다고 하는데요. 이들은 학급마다 돌면서 전체 학생들을 자리에서 일어서게 한 다음 일단 얼굴과 체형을 확인하고 나가죠. 그들이 나가고 나면 담임 선생님이 몇 명의 이름을 호명하며 교장실로 가라고 합니다.

 

그렇게 선발돼 이유도 모른 채 교장실로 불려간 학생들은 신원료해사업, 다시 말해 호구조사를 받은 다음 학급으로 다시 돌아오죠. 이런 식으로 선발된 학생들은 일명 요시찰 대상으로 이후 꾸준한 점검 대상, 그러니까 지켜보는 기관이 있다는 사실 때문에 어렸을 때부터 행동에 제약을 받으며 생활을 하게 됩니다.

 

물론 간혹, 농촌동원이나 노력동원에서 제외되는 나름 그 사회에선 호사에 해당하는 걸 누리게 되긴 하는데요. 사실 이것 역시 좀 더 정확하게 얘기하면 장군님께 보내질 몸들이라 '옥체보존'의 의무를 수행한다고도 볼 수 있겠죠.

 

소학교에서 6과 대상으로 한번 선정되면 선발조가 주기적으로 찾아와 점검 비슷한 걸 하고 가는데요. 일단 신체에 대한 부분들, 어렸을 때부터 보기 때문에 키가 잘 크고 있는지, 더 자세히 얘기하면 다리는 휘지 않고 곧게 성장하고 있는지, 또 아이들과 싸우면서 얼굴에 흠집 같은 건 생기지 않았는지 등등 아주 미세한 부분까지 신체 구석구석을 확인하게 되고, 이 외에도 교원을 통해 성적과 학교 생활 같은 사상적인 부분, 개인적인 가정사 등 구체적인 부분을 확인합니다.

 

사실 북한 주민들에겐 오랫동안 이어져 온 하나의 관습처럼 자리 잡혀 있어서 어쩌면 지금까지도 당연하게 받아들여지고 있을 것 같은데요. 이런 식으로 관리된 10대 여성들을 차출해 가는 방식에 대해 북한을 벗어나 정상적인 눈으로 바라보니 얼마나 괴기하게 느껴지는지 북한동포 분들 중엔 여전히 모르고 계신 분들이 많을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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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외부 방송을 지속적으로 들으시는 분들이라면 그래도 어느 정도는 깨우치셨겠지만, 국제 사회는 북한을 전혀 정상적인 사회로 바라보지 않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21세기 현대사회, 문명의 시대에서 한 사회의 구성원 전체가 자신들은 가난과 통제에 허덕이면서도 그런 상황을 만들고 있는 지도자를 숭배하고 모시고 있다는 것에 정말 경악하며 바라볼 수 밖에 없거든요

 

지금 북한은 유럽에서는 11세기, 한반도에서는 19세기 이전에나 존재했던 봉건 국가, 다시 말해 지배와 피지배층으로 나뉘어 평범한 인간을 신처럼 받들어 모시던 봉건 왕조 사회에서나 가능했던 정말 미개하고 어리석은 온갖 행위를 이어가고 있는 겁니다.

 

오늘 질문자 분이 5과가 정확히 뭐하는 곳이냐고 질문 주셨는데요. 사실 북한에서 5, 지금의 6과에 뽑혀 가면 어디로 가서 무엇을 하게 되는지 정확하게 아는 이는 많지 않습니다. 아니, 거의 없습니다. 하다 못해 부모님 마저도 자식이 뽑혀 갔다는 것만 알고, 정확히 어느 지역에서 무엇을 하며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 조차 확인할 수 없습니다.

 

과거 5, 6과는 김씨일가의 생활을 보조하고 김씨일가만을 위한 별장인 특각과 초대소를 구성하는 인원을 선발하는 조직으로, 북한 주민들에겐 너무나도 잘 알려진 유명기관이지만, 그 진짜 목적과 그 안에서 일어나는 구체적인 행태에 대해선 북한 주민들이 제대로 알 길이 없다는 겁니다. 하다 못해 몸이 아파 제대되거나 그곳을 완전히 나오기 전까진 휴가조차 없어 부모는 자식과 몇 십년이나 생이별을 겪게 됩니다.

 

그리고 그동안 5, 6과 선발과정에선 여성들의 처녀막 검사 같은 인권유린의 행태들이 이어져 왔는데요. 김씨일가의 수발을 들기 위해 모집되는 여성들에게 그런 신체검사가 왜 필요한 것이었는지 북한 사회의 공공연한 비밀이었으나 어느 누구도 이런 부분을 문제 삼거나 드러내서 얘기조차 할 수 없었다는 것이 또 한번 한탄스럽습니다.

 

아마 나중에 북한이 정상적인 사회가 되는 날이 온다면 그 안에서 어떤 많은 일들이 일어났었는지 수많은 5, 6과생들의 증언이 쏟아져 나올 텐데요. 그런 날이 어서 오기를 바래봅니다. 오늘은 여기서 줄이겠습니다. 서울에서 청진 출신 방송원 조미영이었습니다.

 

에디터 이예진, 웹편집 김상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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