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문있어요] 북한은 대북지원을 왜 거절하는 건가요?
2024.09.02
앵커 : 모든 것의 시작은 질문!
질문을 통해 한국사회와 한국 사람들의 생각을 전합니다.
청진 출신 탈북 방송인 조미영 씨가 진행하는 ‘질문있어요’가 이어집니다.
“안녕하세요. 서울에 살고 있는 50대 직장인입니다. 며칠 전 보도를 보니까 통일부가 북한 수재민 지원을 위한 민간단체의 활동을 승인했다는 내용이 나오더라고요. 올 여름 북한의 수해 피해가 크다고 알고 있는데, 한국 정부의 지원 제안에 계속 묵묵부답이었잖아요. 아니 그렇게 피해가 큰데 왜 지원을 안 받으려는 건가요? 민간단체 차원에서 하는 지원은 가능할까요?”
지난달 30일, 여기 한국의 통일부가 수해지원 목적의 북한 주민 접촉을 허용했다는 보도가 나왔습니다. 그러니까 다시 설명하면 정부 차원이 아닌 민간단체 차원의 남북 인도주의 교류를 위한 북한 주민 접촉 계획에 대해 한국 정부가 공식적으로 승인을 한 겁니다.
접촉이 허용된 단체는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본부와 어린이어깨동무, 월드비전 등 대북 인도주의 교류협력단체들로, 9개 단체의 접촉 신고가 승인됐다고 합니다.
이번 접촉 신고의 내용은 이들 단체가 북한 측과 직접 접촉하기에 앞서 북한의 의사를 타진하고자 해외 동포 등 중개자를 접촉하겠다는 '간접 접촉' 계획인데요. 민간단체가 인도적 지원 사업을 위해 북한 주민 접촉을 승인 받으면서 중국 등 제 3자 중개업체를 통해 의사소통을 거쳐 물자 전달을 위한 활동을 일단 진행할 수는 있게 된 겁니다.
지난 7월 27일 압록강이 범람하면서 평안남도 신의주와 자강도, 양강도 지역까지 엄청난 규모의 큰물 피해를 입은 걸로 알려졌죠. 김정은 위원장이 28일 바로 수해피해 현장을 찾았다며 보도가 나오긴 했으나 신의주 지역만 방문하고 피해가 더 클 것으로 예상되는 자강도나 양강도는 가지 않았습니다.
신의주 지역은 그나마 도심이지만, 자강도나 양강도 지역은 산악 지역이 많아 산사태나 그로 인한 매몰 등 피해 범위도 훨씬 더 광범위할 것으로 보이는데요. 하지만 정작 이 지역들에 대한 피해 정도는 북한 보도에 전혀 등장하지 않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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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는 북한의 수해와 관련해서 여러 번 보도가 되고 있는데요. 한창 자란 벼들도 물에 완전히 잠기고, 도로며 집이며 침수된 모습이 정말 참담했습니다. 그리고 한 달이 넘은 현재까지도 위성사진으로 수해지역 곳곳에 큰 천막들이 여전히 많이 남아있는 걸로 보아 북한의 수해복구가 제대로 이루지지 않고 있는 것으로 외부에서는 판단하고 있습니다.
사실 한국 정부는 지난 8월 1일, 북한의 수해 관련 보도가 나오고 나서 바로 대한적십자사를 통해 인도적 차원의 대북지원을 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는데요. 하지만 그때도 북한은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으며 사실상 지원 제의를 거부했습니다. 코로나가 창궐했던 지난 2022년 5월에 코로나 방역 협력과 관련한 실무 접촉 제의도, 이번에 수해민들을 위한 인도적 지원 제의도 북한은 계속해서 모든 제안을 거부하고 있는 건데요. 북한동포 분들이 이런 사실은 잘 모르고, 북한이 선전하는 대로 보트 타고 피해현장을 찾은 김정은을 정말 애민지도자라고 믿고 있을까 봐 더 안타깝습니다.
‘도대체 준다는 데도 왜 안 받는 거냐’, 정말 정상적인 사고로는 이해할 수가 없어 답답한 마음에 나오는 질문들입니다. 어디서부터 어떻게 북한 당국의 이 어리석고 한심한 행태를 설명해야 할까요?
다행히 북한 당국이 러시아에서의 지원은 받아들여 주민들에게 한 달치 정도의 쌀, 그리고 기름, 빠다 등이 공급됐다고 합니다. 정말 막막했던 주민들에겐 한시름을 놓을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을 텐데요. 수해민 천막에서 누군가가 너무 감격에 겨워 '푸틴 만세다'라고 딱 이 말 한마디를 꺼냈는데, 다음날 바로 보위부로 끌려갔다고 합니다. 많은 비판서를 작성하고 며칠 뒤에 풀려났다고 하는데요. 이게 바로 북한이 지원을 받지 않는 하나의 큰 이유기도 합니다. 북한 주민을 어려움에서 구원해줄 지도자는 오로지 김정은 하나밖에 없어야 하는 겁니다.
그리고 곧 죽어도 체면을 차려야만 하는 김정은 정권은 지원을 받는 과정에서 어쩔 수 없이 드러나게 될 낙후한 북한 사회 모습을 외부세계에 절대 노출하고 싶어 하지 않는 겁니다.
며칠 전엔 또 김정은이 러시아에서 한 마리에 최대 15만 달러나 되는 백마 20여 마리를 수입한 것으로 드러났는데요. 앞에서는 애민지도자를 표방하고, 뒤에서는 주민들의 고통은 나 몰라라 하며 온갖 사치를 누리는 김정은 정권에 북한 주민의 고통을 너무나 잘 아는 탈북민으로서 엄청난 분노를 느낍니다.
국가라고 할 수 없을 정도로 모든 결정이 김정은 마음에 달려 있는 사회가 북한이다 보니, 이번 민간단체의 대북지원 역시 받아들일 거라는 확실한 답을 드리긴 어려울 것 같습니다. 회의적으로 바라보는 전문가들이 대부분인 게 사실이지만, 집을 잃고 끼니 걱정하는 수해민들을 위해 혹시나 하는 작은 희망이라도 걸어보고 싶은 것이 지금 저와 탈북민, 그리고 북한 주민들을 걱정하는 많은 사람들의 마음일 것 같습니다. 오늘은 여기서 줄일게요. 서울에서 청진 출신 방송원 조미영이었습니다.
에디터 이예진, 웹편집 한덕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