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문있어요] 대북 확성기 방송, 진짜로 영향이 있나요?

조미영-탈북 방송인 xallsl@rfa.org
2024.08.26
[질문있어요] 대북 확성기 방송, 진짜로 영향이 있나요? 지난 7월 24일 경기도 파주시 오두산 통일전망대에서 바라본 북한 황해북도 개풍군에서 북한군이 대남방송 확성기로 추정되는 구조물 근처에서 작업하고 있다.
/연합뉴스

앵커 : 모든 것의 시작은 질문

질문을 통해 한국사회와 한국 사람들의 생각을 전합니다.

청진 출신 탈북 방송인 조미영 씨가 진행하는 ‘질문있어요’가 이어집니다.

   

“안녕하세요. 서울에 살고 있는 40대 직장인입니다. 얼마 전 또 북한에서 군인이 도보로 군사분계선을 넘어 귀순했잖아요. 최근 들어 최전방에서의 탈북이 연이어졌는데, 대북 확성기 영향 아니냐라는 얘기도 나오고 있더라고요. 대북 확성기를 들은 북한 주민들에게 진짜 심경의 변화 같은 게 생기는지 궁금합니다. 그리고 확성기 방송 내용 중에는 어떤 게 북한 주민들에게 영향이 클까요?'

 

'도보 귀순', 정말 걸어서 지뢰가 가득 묻힌 것으로 알려진 휴전선 지역을 지나 결국 여기 대한민국에 도착한 겁니다.

 

김정은 시대 들어 북한은 주민들의 탈북을 철저히 차단하기 위해 여러 가지 조치들을 취하고 있죠. 중국 접경지역에 두만강이나 압록강변으로 내려가지 못하도록 철조망을 설치하는가 하면 경비를 더욱 강화하고, 탈북민에 한해서는 총을 쏴도 된다는 지시도 내려갔다고 합니다

 

이렇게 살벌한 분위기를 조성하다 보니 실제로 김정은 시대 들어 탈북민의 수는 눈에 띄게 줄어든 게 사실입니다. 거기에 코로나19까지 더해지면서 많을 땐 1년에 몇 천 명씩 들어오던 탈북민의 수가 이제 간신히 200명 안팎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탈북 경로에서도 변화가 보이는데요. 중국과의 접경지역들이 완전히 차단되면서 기존에 두만강이나 압록강을 도강하고, 중국에 머무르다가 타이(태국)나 윁남(베트남) 3국을 거쳐 한국으로 들어오던 경로는 거의 보기 힘들어졌고요. 대신 배를 타고 서해바다를 통해 직접 한국으로 오거나 해외 파견 로동자로 일하던 분들, 그리고 해외공관 외교관 등의 러시아나 해외에서부터의 직접적인 망명이 늘고 있고, 특히 오늘 질문에 나온 것처럼 휴전선을 넘는 일반 주민이나 군인들의 귀순도 이어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한국은 북한의 오물풍선 도발에 대한 대응으로 북한으로의 확성기 방송을 재개했는데요. 이달 20일 군사분계선을 넘어 강원도 고성군으로 일명 '도보귀순'한 북한 병사나 앞서 8일 인천 강화군 교동도 북층 한강 하구 중립수역으로 걸어서 귀순한 북한 주민까지, 고성과 교동도 모두 대북 확성기가 들리는 지역이라는 데에서 확성기의 영향이 아닌가 하는 분석이 한국에선 나오고 있습니다.

 

대북 확성기 방송의 청취가 가능한 지역은 전방지역 최대 20~30km에 달하는 지역이라고 하는데요. 불과 20일 사이에 2명의 북한 주민이 전방에서 걸어서 귀순하면서 확성기 방송에 대한 여기 한국사람들의 관심 또한 높아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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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도에 나온 내용을 보니, 방송에는 여기 한국 사회에 대한 여러 가지 정보 외에도 한국에 정착해 살아가는 탈북민들의 이야기, 그리고 무엇보다 북한이 경기를 일으킬 만큼 두려워하는 김씨 일가의 치부나 무능한 김정은을 지도자라고 믿고 따르는 북한 주민들에게 노예의 삶에서 탈출하라는 강경한 내용까지 두루 담겨 있습니다.

 

여기에 휴전선 지역이 북한의 군인들, 특히 20대의 청년들이라는 점을 고려해서 감성적 동요를 불러 일으킬만한 서정적이면서도 위안이 되는 좋은 가사와 노래들도 전달하고 있는데요. 얼마 전 보니까 장윤정의 '올래'라는 노래가 방송됐다는 내용이 보도됐는데, 거기에 한국사람들은 '그래 여기 한국으로 올래', '북한 주민들에게 보내는 내용에 딱 맞는 노래다' 등 여러가지 반응을 내놓고 있습니다.

 

한국에서는 현재 확성기 방송이 북한 주민들에게 미치는 영향에 대해 질문자 분 외에도 궁금해하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북한 주민들이 진짜 제대로 된 현실에 눈을 떠 더 이상 아까운 목숨과 청춘을 한 개인을 위해 바치지 않길 바라는 마음인 거죠.

 

실제로 휴전선으로의 탈북은 예전에도 있었기에 대북방송의 영향은 기존에 넘어온 분들에게서도 확인됐습니다. 한국에서 보내는 정보, 음악 등은 북한에선 절대 알 수 없는 내용입니다. 처음엔 놀라지만, 다음엔 궁금해지고, 그렇게 계속 듣다 보면 진짜 자신이 처한 현실을 돌아보게 되고, 그동안 충성했던 지도자와 그 체제의 불합리함들이 하나, 둘 제대로 보이는 것을 넘어, 그 다음엔 더 이상 참지 못하겠다 생각을 하게 된다는 거죠. 그렇게 방송을 통한 그들의 인식의 변화가 지뢰밭을 걸어 휴전선을 넘게 하는 용기로 이어지는 것 같습니다.

 

대북 방송에 어떤 내용들이 담기는 게 더 영향이 클 지도 궁금해 하셨는데요. 개인적으론 대북 라디오 방송과 확성기의 내용은 달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라디오는 개인적인 청취도구로써 일상적으로 살아가는 이야기를 통해 서서히 인식을 바꾸는 것이라면 확성기는 일정 범위 안에서 공개적으로 듣는 내용으로 함께 듣기에는 어쩌면 거북할 수 있지만, 김정은 정권의 치부를 제대로 건드리는, 반박할 수 없는 진실된 내용이 북한 주민들에게 생각의 변화, 행동의 변화를 일으킬 수 있지 않을까 개인적으론 그런 생각을 합니다. 짧게나마 답이 됐길 바라며 이만 줄일게요. 서울에서 청진 출신 방송원 조미영이었습니다.

 


에디터 이예진, 웹편집 한덕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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