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문있어요] 북한에서도 개인이 농작물을 키울 수 있나요?
2024.08.05
앵커 : 모든 것의 시작은 질문!
질문을 통해 한국사회와 한국 사람들의 생각을 전합니다.
청진 출신 탈북 방송인 조미영 씨가 진행하는 ‘질문있어요’가 이어집니다.
“안녕하세요. 서울에 사는 50대 주부입니다. 저는 이제 자식들이 다 독립해서 남편과 둘이 생활하고 있어요. 많이 적적하기도 하고, 그래서 취미로 뭘 해볼까 찾다가 주말농장을 하게 됐어요. 서울 외곽에 땅을 빌려서 농작물을 키우는 건데요. 요즘은 시간될 때마다 가서 파도 심고, 토마토랑 고추, 오이도 키우는데 너무 즐겁고 덕분에 식탁도 더 푸짐해졌어요. 이렇게 해보니까 직접 키운것만으로도 양이 꽤 많더라고요. 북한은 늘 먹거리가 부족하다고 하는데, 혹시 이렇게 저희처럼 개인이 앞마당이나 비어있는 작은 토지에서 농사를 지어 먹고 살 순 없는 건가요?”
제 주변에도 주말농장 하시는 분들이 더러 있습니다. 보니까 직장에서 연로보장 받으신 분들이나 질문자분처럼 자녀들 모두 시집 장가 보내거나 독립시키고 나서, 그러니까 이제 기본적인 부모의 역할은 다 해냈다 싶은 로년의 분들이 취미생활로 농사 일을 꽤 많이 선택하시더라고요.
그리고 꼭 로년의 분들이 아니더라도 요즘엔 아이들 교육이나 놀이의 목적으로 아이들이 있는 집들에서도 주말농장을 신청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쉬는 날이나 주말에 저렴한 가격에 빌린 근교 주말농장에 가서 작물을 직접 심고, 가꾸고 그렇게 열매를 얻는 과정을 아이들과 놀이처럼 함께 하는 거죠. 교통수단도, 도로도 잘 돼있기 때문에 보통 100리 이상도 전혀 무리없이 오갈 수 있습니다.
지금 한국은 대부분의 지역이 도시화되어 있습니다. 아이들은 식탁에 올라오는 여러 작물들이 땅에서 어떤 모습으로 키워지는지 전혀 본 적도 들은 적도 없는 경우가 많이 있죠. 늘 아스팔트 길과 고층건물이 즐비한 도시에 사는 아이들에겐 흙과 나무, 벌레들이 있는 시골에서 잠깐이라도 보내는 시간이 즐거운 놀이로, 신기한 체험으로 느껴지기도 하는데요. 그러니까 일상이 로동인 북한의 아이들하고는 농사 일을 대하는 립장과 자세가 아주 다르다, 그런 얘긴 겁니다.
그리고 이 부분도 빠트리지 않고 설명을 드려야 할 텐데요. 한국에서 땅은 모두 주인이 있습니다. 그러니까 빈 땅이 눈에 보인다고 해서 마음대로 작물을 심으면 안 됩니다. 괜히 모르고 했다간 땅 주인과 큰 갈등이 생길 수도 있죠. 한국은 분명 자유로운 세상이지만 한 개인의 자유가 다른 이의 재산권을 침해하게 된다면 정확하게 법적인 기준에 의해 제재를 받게 됩니다.
그래서 주말농장을 하고 싶은 분들은 개인농장이나 지방자치단체에서 운영하는 주말농장에 일정 비용을 내고 신청을 해서 땅을 배정받은 다음 거기에 작물을 직접 심고 키우게 되죠. 지방자치단체에서 운영하는 주말농장은 비용이 따로 없는 경우가 많아 신청율이 높다고 하는데요. 그래서 추첨이나 선착순으로 배정되기도 합니다.
북한보다 더 따뜻한 여기 남쪽에서는 지금 한창 여러 농작물이 수확철을 맞았습니다. 일단 우리 음식에 꼭 들어가는 양념재료죠. 고추도 한창 수확을 하고 있고요. 그리고 사과나 추리(자두) 같은 북한 주민들에게도 익숙한 과일들도 제철입니다. 특히 주말농장에선 가지나 오이, 토마토, 파, 그리고 배추나 무 같이 비교적 키우기 쉬운 작물들을 많이 심던데, 그러고 보니 질문자분도 요즘 한창 수확기라 바쁘실 수도 있겠네요.
사실 주말농장으로 농사 짓는 경우는 땅을 그렇게 크게 사용하진 않습니다. 또 대부분 생계용이 아니어서 매일 가지 않아 수확량이 아주 좋다고 할 순 없는데요. 그럼에도 주위에서 보면 주말농장하시는 분들은 직접 키운 거라면서 늘 주변에 나눠주시더라고요.
아마 오늘 질문자분은 취미생활로 하는 농사로도 뭐가 많이 생기는데, 개인이 따로 텃밭 정도의 농사라도 지으면 식량을 어느 정도 해결할 수 있지 않나... 그런 궁금증에서 질문주시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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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한국에서 주말농장이 유행하기 훨씬 이전부터 북한엔 협동농장 외에 개인들이 일구고 가꾸는 개인 농장, 일명 '뙈기밭'이 성행하고 있습니다. 생산량 대부분을 당국에 바쳐야 하는 협동농장만으론 먹고 살기 어렵기 때문에 만들어지기 시작했는데요. 특히 시골의 경우는 평지는 물론이고 산까지 갈아엎어 뙈기밭을 만들었습니다. 그래서 북한의 산들을 보면 울창한 숲이 아닌 네모나게 경작돼 작물이 자라는 모습을 어디서나 심심찮게 볼 수 있죠.
그러다 보니 뙈기밭이 북한의 산을 나무가 전혀 없는 민둥산으로 만드는 하나의 요인이 되기도 했는데요. 이번 평안도와 신의주의 엄청난 물난리를 보면서 나무가 없는 민둥산이 북한의 큰물 피해를 더 키우지 않았나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북한의 산을 뙈기밭이 아닌 나무가 빼곡히 자라는 산으로 돌려놓고, 한국의 평지에서 키운 농산물을 북한으로 보낼 수 있게 된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물난리로 피해를 본 지역주민들에게라도 한국에서 수해복구 물자들을 보내게 되면 좋을 텐데, 북한은 그렇게 피해가 큰 데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국제 사회에 도움의 요청을 하지 않고 있으니 지켜보는 마음이 답답할 뿐입니다. 오늘은 여기서 줄일게요. 서울에서 청진출신 방송원 조미영이었습니다.
에디터 이예진, 웹편집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