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문있어요] 전화 vs 문자… 북한 사람들이 선호하는 수단은?
2024.07.22
앵커 : 모든 것의 시작은 질문!
질문을 통해 한국사회와 한국 사람들의 생각을 전합니다.
청진 출신 탈북 방송인 조미영 씨가 진행하는 ‘질문있어요’가 이어집니다.
안녕하세요. 현재 서울에서 직장에 다니고 있는 27살 직장인입니다. 취업한 지 얼마 안 됐는데, 직장인이 되고 나니 전화 통화할 일이 더 많아지더라고요. 사실 저는 원래도 전화받는 게 부담스러워서 대부분의 의사소통을 문자로 하거든요. 문득 가끔은 전화기의 통화 기능이 막혔으면 하는 생각도 할 정도예요. 북한은 어떤가요? 북한 사람들은 전화나 문자 중 어떤 걸 더 많이 사용하나요?
북한의 손전화기 보급률이 점점 더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죠. 제대로 된 통계가 나오지 않는 곳이기 때문에 정확한 수치를 확인하긴 어려우나, 여기 한국에 들어온 탈북민들에게 들어보면 10명 중 6명 정도는 손전화기를 사용했던 것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손전화기는 이제 전 세계적으로 사람들의 일상에서 없어서는 안 될 만큼 아주 크고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데요. 물론 북한 손전화기의 경우는 인터넷을 사용할 수 없기 때문에 기능이나 사용 목적에 있어 세계인들과는 차이가 있긴 하지만 그럼에도 북한 내 전화기에 대한 대중의 수요는 점점 더 높아지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북한은 인터넷 사용은 불가하나 와이파이 접속으로 국내용 사이트에 접속할 수 있도록 하고 있고, 지능형손전화기 내에 게임이나 사진 꾸미기 응용프로그램, 또 '전화돈'이라고 불리는 송금기능, 전자결제를 통한 배달응용프로그램 사용 등 다양한 기능을 추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손전화기에 다양한 기능들이 추가되고 있습니다만, 사실 전화기의 원래 기능은 통화를 하는 것이죠. 그런데 최근 들어 전화기 소리만 울려도 심장이 덜컥 내려앉을 것 같은 공포를 느끼며, 전화 받기를 두려워 하는 콜포비아, 통화 공포증 증상을 호소하는 이들이 부쩍 늘고 있습니다. 오늘 질문자 분도 아마 비슷한 증상을 겪고 계신 듯 합니다.
그리고 이런 현상은 한국뿐 아니고 전 세계적으로, 그리고 여러 연령대에 걸쳐 나타나고 있는데요. 미국의 경우 성인 3명 중 2명은 일주일에 4통 이하로 전화 통화를 하고, 5명 중 1명은 일주일에 한번도 전화 통화를 이용하지 않는 걸로 집계됐으며, 영국에서도 18~34세 20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70% 정도가 직접 통화하기 보다 문자 메시지, 통보문을 선호하고, 4명 중 1명은 전화가 와도 받지 않고 무시한다는 답을 했다고 합니다.
그러니까 오늘 질문자 분처럼 현재 여기 한국을 비롯한 세계 많은 나라의 사람들이 손전화기의 가장 기본이 되는 통화 기능을 점점 더 사용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난 건데요. 여기까지 들으시면 북한주민들은 오히려 “아니 다들 왜 그런대요?” 하는 질문이 생길 겁니다.
이런 사회 현상을 딱 한마디로, 딱 하나의 이유로 설명하긴 어려운데요. 여러 해석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문자의 경우 본인이 가능한 시간에 확인하고 생각해 본 다음 적절한 시간 내에 정리된 문장을 보낼 수 있는 반면, 통화는 전화가 오면 일을 하다가도, 또는 쉬다가도 받아야 해서 자기만의 시간을 침해받는 느낌이고, 또 질문에 즉각 답해야 하는 상황도 난처하다는 의견들이 많은데요. 어떤 사람들은 통화하다가 중간에 찾아오는 어색한 정적도 부담스럽다는 의견까지 있습니다.
어느 사회나 암묵적인 '통화 예절'이라는 게 있죠. 그러다 보니 통화할 땐 상대를 더 신경쓰면서 얘기할 수 밖에 없고, 상대에게 휘둘리지 않으면서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을 하는 것이 쉽지 않다는 생각이 많은 건데요. 개인적으론 어쩌면 이런 '통화 예절'은 상대의 감정을 상하지 않게 하고 싶은 기본적인 배려와 함께 자신의 감정 또한 배려 받기를 원하는 그런 심리가 깔려 있는 게 아닌가 그런 생각도 해봅니다.
북한은 세계적인 추세와는 많은 부분에서 다르게 흘러가기도 하고, 인간의 감정적이고 본능적인 부분들이 억압되는 곳이다 보니 어쩌면 '콜포비아' 현상도 북한 주민들은 이해하기 어려울 것 같기도 한데요. 사실 저는 북한에서도 그랬고 지금도 여전히 직접 통화를 선호합니다. 가끔 탈북민 친구들이랑 함께 있는 자리에서 20분 이상 통화를 하면 옆에서 '지금 통화하는 사람 탈북민이지?'라고 묻는데요. 정답입니다. 탈북민들은 서로 한 시간, 두 시간 씩도 통화하거든요.
사람과 마음으로 통하길 원하고, 누군가와 깊은 인연을 맺고 싶어하는 북한 사람들의 정서가 긴 통화로 표현되지 않나 저는 그런 생각도 하는데요. 하지만 정작 북한에 살고 있는 사람들은 1분에 1달러 정도 하는 비싼 요금 탓에 '콜포비아'가 없어도 통화는 자주 길게 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질문이 나오게 된 배경에 대해 설명 드리다 보니 길어졌네요. 이만 줄이겠습니다. 서울에서 청진 출신 방송원 조미영이었습니다.
에디터 이예진, 웹편집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