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문있어요] 북한 주민도 통일을 원하지 않나요?

조미영-탈북 방송인 xallsl@rfa.org
2024.07.01
[질문있어요] 북한 주민도 통일을 원하지 않나요? 북한 조선중앙TV가 지난 3월 방영한 연속참관기 '국제친선전람관을 찾아서' 프로그램 시작 화면에서 한반도 북쪽 부분(오른쪽)만 빨간색으로 강조돼 표시된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3월 15일 방영분에서는 제주도와 울릉도를 포함한 한반도 전체가 빨간색으로 표시돼 있었다. [조선중앙TV 화면]
/연합뉴스

앵커 : 모든 것의 시작은 질문

질문을 통해 한국사회와 한국 사람들의 생각을 전합니다.

청진 출신 탈북 방송인 조미영 씨가 진행하는 ‘질문있어요’가 이어집니다.

 

(음악 up & down)

 

“안녕하세요? 서울에 살고 있는 30대 직장인입니다. 뉴스 보니까 얼마 전부터 북한에선 통일이나 한민족이라는 표현들을 모두 금지시키고 있다는 내용이 나오더라고요. 요즘 오물 풍선까지 계속해서 보내고 있고 남북 관계는 더 악화되고 있는데, 정말 이제 한반도의 통일은 기대하기 어려워지는 걸까요? 그리고 북한 주민들도 정말 통일을 원하지 않는 걸까요?”

 

(음악 up & down)

 

북한이 지난 1 15일 평양 만수대의사당에서 최고인민회의 제14기 제10차 회의에서 남북회담과 남북교류업무를 담당해온 모든 조직을 완전 폐지했죠.

 

사실 이런 움직임은 난해 12월에 열린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8기 제9차 전원회의에서부터 불거진 건데요. 당시 김정은 위원장은 "대한민국 것들과는 그 언제 가도 통일이 성사될 수 없다", "북남 관계는 더 이상 동족 관계, 동질 관계가 아닌 적대적인 두 국가 관계, 전쟁 중에 있는 두 교전국 관계로 완전히 고착됐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현실을 냉철하게 보고 인정하면서 당 중앙위원회 통일전선부를 비롯한 대남사업 부문의 기구들을 정리·개편하기 위한 대책을 세우며 근본적으로 투쟁원칙과 방향을 전환해야 한다"고 지시한 건데요. 국가라는 표현이 무색할 만큼, 언제나 그랬든 지도자 말 한마디면 모든 법도, 정책도 하루 아침에 바꾸고 뒤집을 수 있는 곳이 북한이다 보니, 이후 조국평화통일위원회, 민족경제협력국, 금강산국제관광국, 6·15공동선언실천 북측위원회, 조국통일범민족연합 북측본부, 민족화해협의회, 단군민족통일협의회 등 모든 대남기구 및 남북교류 관련 조직들이 폐지됐고 평양방송을 비롯한 대남·대외 선전매체들의 명맥 또한 완전히 끊어져 버린 상황입니다.

 

115일 최고인민회의에서의 결정 바로 다음날인 1 16일 북한 날씨예보 방송에선 한반도 지도에서 남쪽만 어둡게 표시했고, 또한 평양의 지하철역 중 '통일역'의 이름을 지우는 등 북한은 일사천리로 '동족' , '통일' 지우기에 급급한 모습입니다.

 

남북 관계가 사실상 이렇다 보니, 저 역시 북한에 고향을 둔 사람으로서 주변 분들에게서 '이제 통일은 안 오는 것 아니냐, 고향으로 갈 수 있는 날이 더 멀어지는 것 아니냐'고 하는 걱정스런 시선과 질문을 받고 있습니다. 그리고 여기서 한국 사람들의 정말 중요한 질문 한 가지는 정말 북한 사람들도 통일을 원하지 않는가하는 겁니다.

 

현재 북한에 살고 계신 여러분들이 만약 직접 이 질문을 받으신다면 어떻게 대답하실 건가요? 아마 참 하고 싶은 말씀들이 많으실 것 같은데요. 저는 이렇게 대답합니다. “북한에서 100명을 모아놓고 통일을 원하는 사람 손 들어주세요라고 하면 아마 101명이 손 들 거다. 북한 주민 중 어느 누구도 통일을 원하지 않는 사람은 없을 거다라고 확신에 차서 말합니다.

 

물론 이 질문에서 북한 정권과 그 정권의 수족을 자처하며 체제를 옹호하고 인민들의 삶을 더 고통으로 몰아넣는 사람들은 북한 주민에 속하지 않습니다.

 

북한 주민들에게 통일은 정치적, 경제적인 관점에서의 논리보다 맹목적인 믿음이 더 큽니다. 이곳 한국 사람들보다도 통일에 대한 열망 만큼은 훨씬 크다고 할 수 있는데요. 특히 북한 주민들은 지금의 어렵고 힘든 삶이 통일만 되면 모두 해결될 거라는 희망과 믿음, 기대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김정은의 '통일폐기론'은 그런 북한 주민들의 희망과 미래를 완전히 짓밟는 행태이고, 아마 직접적으로 표현할 순 없지만 북한 주민들 역시 탈북민들과 비슷한 가슴 속 깊은 곳으로부터의 분노를 느끼지 않을까... 저는 그렇게 생각합니다.

 

여기 한국에는 여전히 죽어서도 고향에 묻히고 싶어 하시는 수많은 이산가족들이 있습니다. 그리고 통일되고 다시 만날 가족들만 생각하며 한국에서의 하루하루를 열심히 살아가는 3만명이 넘는 탈북민들도 있습니다. 북한이 말로만 통일을 부르짖을 때도 남북통일은 이뤄지지 않았지만 김정은이 일방적으로 통일 폐기를 주장한다고 해서 통일이 오지 않는 건 절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한민족의 오랜 염원인 통일을 누구도 김정은의 손에 맡긴 이가 없을 것이고, 김정은의 말 한마디에 따라 통일이 흔들릴 수 있는 건 더더욱 아니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질문자 분에게 간략하게나마 답이 됐길 바라며 오늘 이만 줄일 게요 서울에서 청진 출신 방송원 조미영이었습니다.

 

에디터 이예진, 웹편집 김상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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