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문있어요] 북한에서도 시스루가 유행한다고요?

조미영-탈북 방송인 xallsl@rfa.org
2024.06.17
[질문있어요] 북한에서도 시스루가 유행한다고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딸 주애가 지난 14일 시스루 블라우스를 입고 평양 전위거리 준공식에 참석했다.
/ 조선중앙통신TV

앵커 : 모든 것의 시작은 질문

질문을 통해 한국사회와 한국 사람들의 생각을 전합니다.

청진 출신 탈북 방송인 조미영 씨가 진행하는 ‘질문있어요’가 이어집니다.

 

(음악 up & down)

 

“안녕하세요. 서울에 살고 있는 20대 대학생입니다. 저는 원래 옷에 좀 관심이 많은 편이긴 한데, 올해는 너무 더워서 예뻐 보이는 것도 중요하지만 최대한 시원하게 입을 수 있게 짧은 치마나 반바지, 시스루 옷들을 자주 입고 있어요. 근데 제가 얼마 전에 북한에서도 시스루가 유행한다는 기사를 봤거든요. 사실인가요? 북한에선 옷차림도 엄청 통제한다던데 정말 시스루를 입을 수 있는 건가요?”

 

(음악 up & down)

 

요즘 정말 너무 덥죠. 이게 6월 날씨가 맞나 싶고, 여기가 한국이 아니고 동남아인가 싶기도 합니다. 올해는 일찍부터 무더위가 시작되면서 5월부터 반팔을 입고 다니는 분들이 많이 보이더니 6월 들어선 사람들 옷차림이 더 가벼워졌습니다.

 

배나 팔, 그리고 등을 시원하게 드러낸 옷차림부터 아주 얇은 소재로 만든 시스루, 그리고 짧은 치마를 입는 분들도 많이 보이고요. 남성들도 반팔, 반바지 같이 시원한 옷차림을 많이 하는 것 같습니다.

 

한국처럼 대부분의 민주주의 국가에선 표현의 자유 또한 개인이 누릴 수 있는 당연한 권리다 보니 국가라고 하더라도 그런 자유를 억압하거나 통제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현대사회, 그러니까 정상적인 민주주의 사회에서 옷차림은 자신을 보여주는 중요한 표현 수단 중 하나로 여겨지고 있죠. 다시 말해 옷차림 속에 개개인의 다양하고 자유로운 성향과 필요, 목적 등등이 다 표현될 수 있다는 겁니다

 

오늘은 북한에서도 시스루가 유행한다는 게 사실인지에 대한 질문이 들어왔는데요. 일단 북한에선 '시스루'라는 용어를 사용하지 않으실 것 같아 설명을 먼저 드리겠습니다. 시스루는 '꿰뚫어본다'라는 의미의 영어단어처럼 속이 비치는, 속살이 보이는 얇은 소재의 옷이나 옷차림을 말합니다.

 

그런데 아마 지금 설명을 듣고 여러분들이 떠올리시는 옷차림과 또 한국사람들이 생각하는 시스루 옷차림에는 상당한 차이가 있을 겁니다. 앞에서도 설명드렸듯이 한국에선 옷에 대한 통제가 없다 보니 자유롭게, 또 누군가는 과감하게 옷차림을 하는 경우도 있는데요. 사실 북한에서 살다 온 저에게 한국의 시스루 옷차림은 과감한 쪽에 좀 가깝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일단 안에 입은 속옷이 비칠 정도의 얇은 옷들이 시스루라고 하는데요. 물론 이렇게 입는 시스루 옷의 경우, 안에 있는 여성 속옷은 검정색 단색의 속옷을 입는 경우가 많습니다. 살짝 비치더라도 너무 화려한 레이스나 꽃무늬가 보이는 그런 속옷은 아니라는 거죠. 그리고 작년부턴 하의도 바지를 입고 위에 그물처럼 보이는 아주 얇은 천으로 만든 치마를 덧입어서 안에 입는 바지가 비치도록 하는 옷차림이 유행을 하는데요. 물론 나이 드신 남성 탈북민 분들은 그런 옷차림을 보고 왜 바지위에 모기장을 두르고 다니는지 모르겠다 말씀하시는 경우도 있긴 합니다.

 

이렇게 설명 드리면 한국에서 말하는 시스루 옷차림에 대해선 어느 정도 이해하셨을 것 같은데요. 이젠 질문자 분에게 북한에서 시스루가 유행이라는 한국의 기사 내용에 대해 좀 설명을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일단 이 기사가 나가게 된 건 김정은 위원장의 딸 김주애가 팔이 들여다 보이는 얇은 천으로 만든 시스루 느낌의 블라우스를 입고 텔레비전에 등장하면서 북한의 유치원 등 그 또래 아이들에게서 비슷한 옷차림이 많이 보인다는 것이 한국의 기자들에 의해 보도된 내용인데요. 인터넷을 통해 북한 아이들의 옷차림을 여러 개 찾아보니 대부분 몸 부분은 전혀 비침이 없었고, 팔만 좀 얇은 원단으로 비침이 있더라고요. 그러니까 오늘 질문자 분은 북한 아이들의 옷차림은 유심히 보지 못하고 기사의 내용만 읽으신 듯 합니다. 아마 사진으로 봤더라면 '에이~ 이 정도는 시스루가 아니죠' 라며 질문도 보내지 않으셨을 것 같으니까요.

 

이제 전 세계 대부분의 사람들이 알고 있겠지만 북한은 옷차림 하나에도 사상을 운운하며 억압과 통제, 처벌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지금처럼 아무리 무더운 여름이라 할 지라도 길거리에서 시원하고 자유로운 옷차림을 할 수 없다는 거죠. 더 쉽게 말해 남자들은 반바지에 샌들을 신고 길거리를 걸을 수 없다는 얘깁니다.

 

올 여름 전 세계적으로 이상 고온을 보이는 등 무더위가 예사롭지 않아 보이는데요. 북한동포 분들이 최대한 시원하고 건강하게 여름을 잘 보낼 수 있게 되길 바라며 오늘 이만 줄이겠습니다. 서울에서 청진 출신 방송원 조미영이었습니다.

 

에디터 이예진, 웹팀 김상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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