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미영의 질문있어요] 북한에도 ‘성년의 날’이 있나요?

조미영-탈북 방송인 xallsl@rfa.org
2024.05.20
[조미영의 질문있어요] 북한에도 ‘성년의 날’이 있나요? 성년의 날을 하루 앞둔 19일 서울 중구 덕수궁돌담길에서 열린 제52회 서울시 성년의 날 기념행사에서 청소년들이 전통성년례를 재현하고 있다.
/연합뉴스

 

앵커 : 모든 것의 시작은 질문

질문을 통해 한국사회와 한국 사람들의 생각을 전합니다.

청진 출신 탈북 방송인 조미영 씨가 진행하는 ‘질문있어요’가 이어집니다.

 

(음악 up & down)

 

“안녕하세요. 서울에 살고 있는 19살 고등학생입니다. 오늘이 한국에선 성년의 날이잖아요. 혹시 북한에선 몇 살부터 성년으로 보나요? 그리고 한국처럼 성년의 날 같은 게 있나요?”

 

(음악 up & down)

 

한국엔 있고 북한엔 없는 게 참 많네요. 성년의 날, 말 그대로 만 19세가 된 성년들이 이제 진정한 어른이 되었음을 축하하는 날입니다. 사회 구성원으서의 책임감과 성인으로서의 자부심을 주기 위해 한국에선 1973년부터 매년 5월 셋째 주 월요일을 성년의 날로 정해 기념하고 있는데요. 올해가 52번째 맞이하는 성년의 날이라고 합니다.

 

사실 성년의 날은 옛날 전통 사회에서도 존재했다고 합니다. ‘관례라고 하는 성년식이 있었다고 하는데요. 다른 말로 '성년례'라고 했다네요. 15세가 되면 남자의 경우 성인이 되었다는 것을 상징하기 위해 땋아 내렸던 머리를 올려 상투를 틀고 갓을 썼고, 여자의 경우는 쪽을 지고 비녀를 꽂았다고 합니다.

 

현대 사회에서의 성년의 날은 딱히 정해진 의식이 있지는 않습니다. 보통은 회사나 대학교 등 각 조직별로 다양한 행사들이 진행되기도 하는데요. 보통은 부모님이나 친구들에게 축하와 선물을 받으며 하루를 보내게 되죠.

 

성년의 날엔 공식처럼 꼭 받아야 하는 선물이 몇 가지 있는데요. 장미와 향수, 그리고 하나는 바로 키스입니다. 선물엔 각각의 의미가 있는데요. 먼저 장미는 꽃말처럼 꽃을 받은 이가 ‘열정이 넘치는 삶을 살아가길 바라는 마음으로사랑을 담아 선물한다고 합니다. 또한 머물다 간 자리에 좋은 향을 남기는 향수는 다른 사람들에게 스스로의 향을 남길 줄 아는 사람이 되라는 의미로 어울리는 향을 골라 선물한다고 하네요. 마지막으로 키스는 진정한 성인으로서 책임감 있는 사랑을 해야 한다는 뜻에서 연인이 키스, 그러니까 입맞춤을 선물한다고 합니다.

 

한국에선 성인이 되면 주민등록증을 부여받게 되고 청소년으로서 받았던 다양한 혜택이나 보호가 해제되는데요. 예를 들면 버스요금도 청소년이 아닌 성인요금으로 내야 하는 등 모든 요금이 성인용으로 오르죠. 하지만 한편으론 음주, 흡연, 19세 이상 영화 관람 등 여러 제약에선 완전히 자유로워지게 됩니다.

 

그래서 성년의 날 부모님이 처음으로 술 한잔을 직접 따라주시기도 하고, 또 친구들끼리 당당하게 술집에 들어가 밤새 술을 마시기도 하죠. 누군가는 성인이 되고 바로 보라색으로 머리 색깔을 염색하기도 하고, 누군가는 성인이 되자마자 배낭하나 메고 해외여행을 떠나기도 합니다. 법적으로도 인정받는 진짜 어른, 성인이 됐으니 그동안 청소년에게 제한돼 있던 모든 것들을 마음껏 해볼 수 있는 자유를 만끽하는 거죠.

 

다시 말해 한국에서 어른이 된다는 건 진정한 자유와 책임을 부여 받는 걸 의미합니다. 그리고 성년의 날은 어른으로서 맞이하게 될 미래에 대한 기대와 설렘, 그리고 축하와 응원이 함께 하는 그런 날이라고 할 수 있는 겁니다.

 

북한에선 몇 살부터 성년으로 보는지, 성년의 날도 있는지 질문 주셨는데, 일단 성년이라고 보는 나이의 기준도 다릅니다. 북한은 만 17세부터 성인으로 규정하고 공민증을 발급합니다. 하지만 앞서도 얘기했듯 성년의 날은 따로 없습니다

 

다만 성인이 되고 나면 바뀌는 것이 있긴 합니다. 배급표가 어른 배급표로 바뀌는 거죠. 한국으로 말하면 월급 기준이 달라진다고 할 수 있는 거죠. 하지만 어차피 배급이 나오지 않는 상황에서 배급표에서 올라간 단 50g이 무슨 큰 의미가 있을까 싶은 생각이 듭니다.

 

오늘 성년의 날에 대해 얘기하다 보니 '자유'라는 말이 유독 마음을 건드립니다. 자유와 책임을 부여받은 사람이 어른이라면, 자유는 없고 책임만 있는 북한 사람들은 어떻게 규정할 수 있을까요? 북한 사회에선 여전히 답을 들을 수 없는 질문만 남기며 오늘은 이만 줄이겠습니다. 서울에서 청진 출신 방송원 조미영이었습니다.

 

에디터 이예진, 웹팀 김상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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