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미영의 질문있어요] 북한에서도 전자상거래 가능한가요?
2024.05.13
앵커 : 모든 것의 시작은 질문!
질문을 통해 한국사회와 한국 사람들의 생각을 전합니다.
청진 출신 탈북 방송인 조미영 씨가 진행하는 ‘질문있어요’가 이어집니다.
(음악 up & down)
“안녕하세요. 서울에 살고 있는 20대 대학생입니다. 제가 요즘 테무라고 하는 앱에서 쇼핑하는 재미에 빠져있는데요. 진짜 말도 안 될 정도로 싼 가격에, 괜찮은 물건들도 꽤 있어서 시간 날 때마다 스마트폰을 들여다보게 되더라고요. 제가 뉴스에서 보니까 북한에서도 스마트폰 사용자가 늘고 있다고 하던데, 그럼 북한에서도 폰으로 인터넷 쇼핑몰을 이용할 수 있는 걸까요?”
(음악 up & down)
북한 동포분들은 굉장히 낯설어 하실 용어들이 꽤 많이 나왔네요. 자주 느끼는 거지만 남북한 주민들이 생활 속 사용하는 용어들의 차이가 상당합니다.
특히 최첨단 기술을 담고 있는 정보통신기술 관련 용어들은 더더욱 알아듣기 어려운 부분이 많으실 것 같습니다. 그리고 한편으론 용어의 차이보다 아예 북한에선 이용이 불가능한, 그래서 없는 용어들이 더 많지 않나 그런 생각도 드네요.
오늘 질문을 다시 설명해 드리면 요즘 한국에서 주목받고 있는 '테무'라고 하는 인터넷 상점에서 눅은 가격에 물건 사기를 즐겨하시는 분인데, 보통 한국에선 스마트폰이라고 하는 지능형 손전화기로 인터넷 상점 앱, 다시 말해 인터넷 상점 응용프로그램을 이용해 언제 어디서든 물건을 살 수 있다 보니, 북한 주민들도 지능형 손전화기를 이용해 인터넷 상점 같은 응용프로그램들을 사용하는지를 물어본 겁니다.
그러고 보니 요즘 '테무'나 '알리바바'등 중국의 전자상거래 상점, 쉽게 말해 인터넷을 통해 물건을 살 수 있는 응용프로그램에 대해 얘기하는 사람들이 정말 많습니다. 물론 저도 애용해봤습니다.
정말 이런 것까지 필요한가 싶을 정도의 수천 종류의 물건들이 올라와 있어, 구경하는 것만으로도 그 재미가 쏠쏠하더라고요. 저는 문틀닦이, 그러니까 미닫이 틀 모양 그대로 수세미를 만들어 손잡이 부분을 잡고 양 옆으로 왔다갔다 하면 좁은 틈 사이에 낀 먼지가 싹 사라지는 새로운 청소도구도 사봤고요. 또 한 군데 청소가 어려운 위생실의 벽과 바닥을 잇는 모서리 전용 청소도구도 샀는데 아주 유용하더라고요.
그 외에도 여행용 귀걸이, 목걸이 보관함부터 여행용 속옷 보관함, 남자들이 좋아할 만한 여러 가지 전자기기부터 가구까지, 아무튼 뭐 북한식 표현으로 ‘고양이 뿔 외에 다 있다’고 보시면 됩니다. 아니, 어쩌면 잘 찾아보면 고양이 뿔도 나오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수많은 물건이 올라와 있습니다.
그리고 '테무'나 '알리바바'같은 인터넷 상점들이 주목받는 건 다양한 종류의 상품뿐만 아니라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의 눅은 가격 때문인데요. 이 가격에 팔아서 남는 게 있나 싶을 정도로 비슷한 종류의 물건인데도 한국의 인터넷 상점보다 적게는 20~30%에서 많게는 80~90% 정도의 눅은 가격에 거래되기도 하거든요.
물론 한국이 만든 '메이드 인 코리아'와 중국이 만든 '메이드 인 차이나' 제품은 질이나 성능면에서 간극이 꽤 크긴 합니다만, 잠깐씩 사용하고 버리는 소모품의 경우엔 중국의 전자상거래 상점에서 구입하는 게 훨씬 이득이라고 보는 분들이 많더라고요.
이런 현상 때문에 한국의 인터넷 상점들도 최근 가격을 깎아주는 여러 상품들을 내놓기 시작했는데요. 자본주의 경제 체제에서 소비자를 만족시키기 위한 기업들의 경쟁은 당연하게 받아들여지고, 그 과정에서 제품과 봉사의 질은 올라가고 그렇게 소비자들은 편리함과 동시에 돈도 아낄 수 있게 됩니다.
오늘 질문이 나온 배경에 대해 먼저 설명해드렸는데, 질문자 분에게도 답을 드려야겠네요. 먼저 질문을 받고 새삼 느끼는 부분이지만, 역시 여기 사람들은 북한 사람들이 사용하는 타치폰이 완전히 다른 통신기기라는 걸 이해 못하는 분들이 많구나 싶습니다. 인터넷이 아예 되지 않는 세상이 있다는 것, 그래서 이렇게 유용하고 편리한 기능들을 사용할 수 없는 사람들이 있다는 게 상상이 잘 안 되는 거죠. 특히 지능형 손전화기 하나로 생활하는 모든 것을 해결하는 신세대일수록 더욱 그렇습니다.
북한에도 ‘만물상’이나 ‘옥류’같이 상품이나 식품 등을 구입할 수 있는 전자 상점이 있긴 하지만, 인트라넷 사용이 가능한 사람들만 이용할 수 있고, 응용프로그램의 경우 한국처럼 인터넷에 접속해 언제든 원하는 응용프로그램을 내려받는 것이 아니라, 직접 관련 기관에 찾아가 손전화기에 내려받기 때문에 '테무'나 '알리바바'같은 응용프로그램의 사용은 북한에선 상상도 못할 일이죠.
해외 파견됐다가 한국으로 온 탈북민들 대부분은 인터넷을 통해 북한의 실상을 깨닫게 된 순간 더 이상 그 정권에 충성할 수 없었다고 얘기합니다. 북한의 손전화기가 인터넷이 완전히 막힌, 그래서 지능형 손전화기가 아닌 타치폰인 이유, 인터넷 상점같은 편리한 기능을 북한 사람들만 이용할 수 없는 이유, 어느 정도는 설명이 됐으리라 생각하고 이만 줄일게요. 서울에서 청진 출신 방송원 조미영이었습니다.
에디터 이예진,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