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미영의 질문있어요] 예쁜 몸매에 대한 남북한 기준이 다른가요?
2024.05.06
앵커 : 모든 것의 시작은 질문!
질문을 통해 한국사회와 한국 사람들의 생각을 전합니다.
청진 출신 탈북 방송인 조미영 씨가 진행하는 ‘질문있어요’가 이어집니다.
(음악 up & down)
“안녕하세요. 서울에 살고 있는 30대 직장인입니다. 요즘 한국의 20~30대 사이에선 ‘바프’ 찍는 게 유행이잖아요. 저도 올해 도전해보려고 하는데요. 여름에 바닷가 놀러가기 전까지 완벽한 몸을 만들어 볼 생각입니다. 혹시 북한의 청년들도 몸매 관리에 신경을 많이 쓰는 편일까요? 그리고 혹시 북한에서 선호하는 몸매가 한국과 차이가 있을까요?”
(음악 up & down)
노출의 계절 여름이 다가오면서 요즘 한국에선 몸매 관리에 대한 관심이 높습니다. 그리고 몇 년 전부턴 배우나 가수 등 유명인들 위주로 많이 찍던 ‘바디 프로필’ 사진이 일반인들 사이에서도 크게 유행하고 있습니다.
‘바디 프로필, 바프’ 그게 다 뭔가 싶으시죠. 아마 이런 말 자체를 처음 들어보는 북한동포 분들이 많으실 텐데요. 영어로 바디는 몸을 의미하죠. 그리고 프로필 사진이라고 하면 보통 자신을 소개하고 알리기 위해 찍는 사진을 말하는데요. 그러니까 영어로 ‘바디 프로필’, 줄여서 ‘바프’는 얼굴보단 몸매를 보여주는 사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북한동포 분들에겐 이렇게만 말씀드리면 충분한 설명이 안 될 수 있겠네요. 이 부분을 더 강조해야 할 것 같은데요. '바프' 사진은 옷을 입은 몸매 사진이 아닙니다. 신체의 대부분을 드러낸 사진이기 때문에 몸매 사진보단 신체 사진에 더 가깝다고 할 수 있겠네요.
그래서 사진 찍을 때 남성들은 오로지 팬티, 그러니까 북한말론 빤쯔만 입고 여성들의 경우도 속옷, 그러니까 가슴띠와 빤쯔만 입고 신체 대부분을 드러낸 채 사진을 찍습니다. 몸 그 자체로 하나의 사진 작품을 만들어야 하기에 자신의 몸선이 아름답게 표현될 수 있도록 최대한 음식 조절과 운동을 통해 살을 쫙 빼고 근육질로 만드는데요. 그렇게 자신의 몸을 최상의 상태, 날씬하면서도 탄탄하고 매끈한 몸으로 만들어 사진을 찍고 기념하는 게 한국에서 유행입니다.
사실 한국처럼 먹을거리가 넘쳐나는 곳에서 군살없이 매끈한 몸을 만드는 건 누구에게나 쉽지 않은 일인데요. 저도 북한에서 살 땐 잘 몰랐는데, 우리 몸은 살을 찌우는 것보다 빼는 것이 훨씬 더 어려운 일이더라고요.
그래서 바디 프로필을 찍을 만큼 예쁜 몸을 만드는 건 정말 쉽지 않은 도전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일단 한국에선 예쁜 몸에 대한 기준도 굉장히 높습니다. 구체적으로 말씀드리면, 몸에서 튀어나오는 살이 전혀 없는 기본적으로 마른 몸을 예쁘다고 생각합니다.
여기서 더 중요한 건 그냥 마른 게 아니라 근육으로 탄탄하면서 날씬해야 한다는 건데요. 남자들의 경우 배에는 한자로 왕(王)자의 근육이 드러나고, 팔과 등에도 울퉁불퉁하게 조각나 있는 근육들이 보여야 멋진 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여성들의 경우도 여성적인 몸선을 극대화시키기 위해 군살이라곤 찾아볼 수 없고, 들어갈 곳과 나올 곳들이 확실히 구분되는 몸을 만들어야 하는데요. 특히 팔다리를 아주 날씬하게 만드는 것이 예쁜 몸을 완성하기 위해 중요한 부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오늘 질문자 분은 북한의 젊은 세대들도 몸매에 대한 관심이 높은지, 그리고 북한에선 어떤 몸매를 예쁘다고 생각하는지에 대해 질문을 주셨는데요. 어느 사회에서나 외모에 대한 관심이 가장 높은 나이대가 20~30대의 젊은 세대가 아닐까 싶습니다. 북한에서도 마른 몸을 갖기 위해 설사약을 먹으며 몸매 관리를 하는 여성들이 분명 있으니까요.
하지만 제가 남북을 모두 살아본 경험에 비춰볼 때 북한 청년들이 몸매에 대한 관심이 아무리 높다 한들 여기 한국 청년들에 비하지는 못할 것 같습니다. 한국에선 전체적으로 날씬해도 어느 한 구석 살이 찌면 고민에 빠져 살까기에 돌입하지만, 북한에선 그저 딱 보기에 날씬하고 예뻐보인다 싶으면 그걸로 만족하게 되거든요.
그리고 남과 북의 예쁜 몸에 대한 기준도 확실히 다르다고 할 수 있는데요. 날씬하다는 말의 기준도 조금은 다른 것 같습니다. 북한에서도 날씬한 몸을 예쁘다고 생각하지만, 한국처럼 마른 몸을 예쁘고 날씬하다고 생각하지는 않는 것 같거든요. 특히 북한에선 마른 몸을 '예볐다'(여위었다)라고 표현하는데, 마른 몸은 북한에서 말하는 미의 기준에서 가장 중요한 '부티'가 안 나 보이기 때문에 절대 선호하지 않습니다. 특히 하체가 마른 것을 북한에선 선호하지 않는데요. 상체는 날씬하고 하체는 상체에 비해 탄탄하면서 좀 두께감이 있어야 예쁜 몸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그래서 오히려 북한에선 다리가 너무 마른 여성들의 경우 양발바지(스타킹)를 여러 겹 겹쳐 신는 일도 흔하게 볼 수 있죠.
먹을거리가 너무 많아 오히려 절제력이 뛰어나다고 평가받는 마른 몸을 선호하는 한국과 집안의 부유함을 드러낼 수 있을 정도의 복스러운 날씬함을 예쁘다고 생각하는 북한, 남북의 미의 기준에는 사회적, 문화적 상황도 반영돼 있다고 할 수 있겠네요. 질문에 답이 됐길 바라며 오늘은 이만 줄일게요. 지금까지 서울에서 청진 출신 방송인 조미영이었습니다.
에디터 이예진,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