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미영의 질문있어요] 탈북민 국회의원, 북한 주민들은 어떻게 생각할까요?
2024.04.29
앵커 : 모든 것의 시작은 질문!
질문을 통해 한국사회와 한국 사람들의 생각을 전합니다.
청진 출신 탈북 방송인 조미영 씨가 진행하는 ‘질문있어요’가 이어집니다.
(음악 up & down)
“안녕하세요. 경기도에 살고 있는 50대 남자입니다. 얼마 전에 치러진 국회의원 선거에서 탈북민 국회의원이 또 나왔잖아요. 언젠가부터 계속해서 탈북민들이 국회에 입성하는 걸 보고 있는데, 북한 주민들도 탈북민들이 여기 와서 국회의원이 됐다는 소식을 알 수 있을까요? 혹시 알게 된다면 어떤 생각을 할까요?”
(음악 up & down)
탈북민 사회에선 한동안 큰 화젯거리였는데, 탈북민뿐이 아니었네요. 많은 분들이 탈북민 국회의원에 대한 관심을 가지고 계셨네요.
지난 4월 10일 대한민국에선 22대 국회의원 선거가 있었는데요. 벌써 4번째로 탈북민이 대한민국 국회에 입성하게 된 겁니다. 여기선 '국회 입성'이라는 표현을 쓰더라고요. 뭔가 큰 성취를 이뤘다는 느낌이 저 말에서 느껴지지 않으신가요?
대한민국의 국회에 대해서 설명을 드리면 여러분들도 저 말의 의미가 잘 느껴지실 것 같습니다. 국회는 국가를 운영하는데 필요한 법과 정책을 만들고 통과시키는 기관입니다. 북한으로 말하자면 최고인민회의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죠. 하지만 북한처럼 당에서 이미 다 만들어놓은 정책과 법안에 무조건적인 찬성표를 들어올릴 수 밖에 없는 북한의 최고인민회의 대의원하고는 그 권세가 많이 다르다고 할 수 있습니다. 여기 한국에서 국회의원은 법안을 실질적으로 직접 발의하고 법안이 통과될 수 있도록 여러 가지 노력도 직접 하게 되고, 그렇게 국회 회의에 발의된 법안이나 정책 등은 국회의원들의 찬성, 반대, 기권 표에 의해서 의결되어 실제로 도입됩니다.
다시 말해 국가가 운영되고 국민들이 살아가는데 필요한 다양한 조항들을 직접 만들고, 또 국민의 이익에 반하는 조항들은 실행될 수 없도록 막을 수도 있는 아주 큰 역할을 하고 있죠. 그만큼의 책임과 권력이 주어졌다고 볼 수 있는 겁니다.
나라의 정사를 논하는 이렇게 중요한 자리에 북한 출신 탈북민들이 벌써 세 차례에 걸쳐 입성하게 된 건데요. 19대 국회의원 중에는 조명철 의원이 있었고, 21대로는 북한 외교관 출신의 태영호의원과 함경북도 회령에서 일명 '꽃제비' 생활을 하다 온 지성호 의원도 있었습니다. 그리고 이번 22대에는 함경남도 함흥 출신의 박충권 씨가 국회의원으로 국회에 입성한 겁니다.
아마 이 방송을 자주 들으시는 분들이라면 이번 대한민국 22대 국회의원이 된 박충권 씨와 관련된 소식도 들으셨을 것 같은데요. 발 없는 말이 천리를 간다고 아무리 정보를 차단하고 통제하는 북한이라고 해도 이렇게 북한으로 송출되는 방송들이 있는 한 외부 소식을 완전히 막는 건 역부족일 테니까요.
그리고 사람은 자신이 먼저 접한 새로운 이야기들을 누군가에게 전달하고 싶은 마음이 있죠. 여전히 북한에서는 '변절자', '배신자'라는 북한식 시점으로 탈북민들을 바라보는 분들이나 탈북민들이 한국에 오면 정보만 다 빼내고 고문하다 죽인다는 식의 잘못된 세뇌를 믿고 계셨던 분들에겐 탈북민이 대한민국에서 아주 중요한 중앙의 요직을 맡았다는 소식은 적잖은 충격으로 다가갔을 것 같습니다. 분명 아주 가까운 이들과는 이와 관련된 이야기를 나누기도 하셨을 것 같은데요. 북한에 현재 살고 있는 분들은 이 소식을 접하고 어떤 얘기들을 주고 받게 되실지 저 개인적으로도 정말 궁금하긴 하네요.
일단 여기 와 있는 탈북민들의 생각들을 좀 말씀드려 볼까요. 물론 현재 대한민국에 살고 있는 3만5천명 정도의 탈북민 전체를 대변하는 생각이라고 하긴 어렵고요. 제 주변 탈북민들의 생각 정도라고 이해해주시면 될 것 같습니다.
먼저 '북한에선 있을 수 없는 일이다!'라는 게 많은 탈북민들의 생각입니다. 간첩활동을 하거나 사상적인 동요를 일으킬 위험성이 크다는 이유로 북한은 간부 등용에 있어 무엇보다 신원료해사업을 아주 구체적으로 하게 되잖아요. 그러니까 북한에서 남쪽 출신이 최고인민회의 대의원이 된다는 건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고 볼 수 있는 거죠.
그리고 탈북민들이 대한민국 국회에 입성한 건 그들이 북한 사회를 살았기 때문에 그들만의 또 다른 시각으로 남북 관계나 통일, 북한 문제, 그리고 특별히 북한 인권 개선을 위한 사안 등 여러 가지 중요한 문제들을 다각적으로 바라보고 해결책을 제시할 수 있을 것이라 믿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북한에선 남쪽 출신이나 재포(재일교포) 등 민주주의 사회를 경험한 사람이 그 시각으로 북한의 실질적이고 구조적인 문제점들을 꼬집는다면 바로 혁명화도 아니고 수용소로 보내지게 될 테니, 북한에선 있을 수도 없는 일이 일어났다는 게 북한을 살아본 탈북민들의 생각인 겁니다.
한국에 와서 가장 좋은 것이 집안의 토대가 내 앞길을 가로막는 일은 없다는 겁니다. 오로지 자신의 노력으로 원하는 목표에 도달할 가능성이 있는 곳이 한국 사회라는 걸 탈북민 출신 국회의원의 이야기를 통해 북한동포 분들에게 전해지길 바라고, 질문자 분도 오늘 이야기를 통해 어느정도 답을 얻으셨길 기대하면서 이만 줄일게요. 지금까지 청진 출신 방송인 조미영이었습니다.
에디터 이예진,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