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미영의 질문있어요] 북한에도 소개팅 문화가 있나요?
2024.04.22
앵커 : 모든 것의 시작은 질문!
질문을 통해 한국사회와 한국 사람들의 생각을 전합니다.
청진 출신 탈북 방송인 조미영 씨가 진행하는 ‘질문있어요’가 이어집니다.
(음악 up & down)
“안녕하세요. 서울에 살고 있는 26살 여자입니다. 요즘 날씨가 따뜻하고 좋잖아요. 꽃도 피고 사람들 옷도 화사해지고 주변의 나무들도 모두 초록색으로 변하니까 요즘 괜히 설레고 감성지수가 막 올라가면서 연애하고 싶다는 생각이 많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주변 친구들한테 소개팅 좀 시켜달라고 얘기를 엄청 하고 다니거든요. 문득 북한의 청춘남녀는 어떻게 만나서 연애를 하게 되는지 궁금해지는데요. 혹시 북한에도 소개팅 문화가 있나요?”
(음악 up & down)
아, 정말 연애하고 싶어지는 계절이긴 해요. 봄은 특히 여자의 계절이라고 하는데, 저도 그렇고 연인이 없는 사람들은 이 계절 괜히 더 마음이 싱숭생숭해지고 옆자리가 더 허전하게 느껴지지 않을까 싶습니다.
한국의 봄 풍경은 참 예쁩니다. 서울뿐 아니라 지방에 가 봐도 일단 모든 거리에 가로수들이 즐비해서 봄이 되면 가로수에 올라온 연초록빛 잎들 때문에 거리만 걸어도 싱그러운 기분을 느낄 수 있거든요.
그리고 산수유부터, 매화, 벚꽃 등등 봄꽃들이 많아서 꽃구경도 참 많이들 가시는데요. 보통 연인이 있다면 봄철 꽃구경은 빼놓을 수 없는 데이트코스, 그러니까 연인들의 만남로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오늘 질문자 분도 자꾸만 밖으로 나가고 싶어지는 요즘 같은 날씨에 같이 손잡고 다닐 연인을 구하고 있는 것 같은데요. 한동안 소개팅 많이 하시겠네요.
소개팅이라고 하면 이건 우리말도 아니지만, 사실 영어도 아니긴 해요. 한국엔 이런 식의 단어들이 꽤 많은데요. 소개받는다는 우리말과 만남을 의미하는 영어 meeting의 합성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다시 말해 누군가의 소개를 받아 남녀 두 사람이 만나는 걸 말하는데요. 일종의 북한식 맞선과 비슷하면서도 조금은 다르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한국에서도 어른들, 그러니까 부모님이나 나이 지긋하신 어르신들이 지인의 자녀를 소개시켜 주는 경우는 대부분 결혼을 전제로 해서 이럴 땐 '맞선'이라고 표현을 합니다. 맞선은 대부분 상대의 사진이나 이름뿐 아니라 직업이나 연봉 등 경제적 상황까지 사전에 꽤 구체적인 정보를 전해 듣는 경우가 대부분이죠. 조건이 중요한 만남이라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소개팅의 경우는 조금 다른데요. 주로 결혼까지 아주 멀리 내다 보기 보단 일단 연애를 위한 상대를 찾을 때 소개팅을 주로 하게 됩니다. 그래서 소개받는 사람에게 보통 남자들은 딱 두 개 정도의 질문을 한다고 합니다. '예쁘냐? 몇살인데?', 물론 여성들도 소개팅을 받기 전 하는 두 가지 질문이 있다고 하는데요. '뭐하는 사람인데?' 그리고 '키는 몇이야?'라고 하네요.
물론 사람에 따라 이상형을 찾기 위한 질문이 조금씩 다르긴 하겠지만, 소개팅의 경우는 20대부터 30대 초반의 젊은 남녀가 많다 보니, 외모에 대한 질문이 가장 앞서지 않나 싶기도 합니다. 다시 말해 어쩌면 맞선은 30~40대 결혼 적령기의 미혼들이 하는 경우가 많고, 20대는 소개팅으로 연인을 찾는 경우가 더 많다고 할 수 있겠네요.
질문자 분이 북한 청춘남녀의 만남은 어떻게 이뤄지는지 궁금해 하셨는데요. 일단 소개팅이 있는지 물어보셨죠? 음... 북한엔 맞선은 있지만, 소개팅은 없는 것 같아요. 그 이유에 대해 설명을 좀 드리면, 일단 한국에서 소개팅은 완전 다른 동네, 다른 지역의 사람을 소개받기도 하잖아요. 그런데 북한에선 너무 멀리 있는 사람을 소개받으면 연애 자체가 쉽지 않습니다. 교통편도 없고, 자유롭게 다른 지역을 다닐 수도 없으니까요. 그러다 보니 자신이 사는 지역, 다니는 직장이나 학교, 그리고 오고가는 길에서 한번쯤은 얼굴을 익혔던 사람과 연이 닿는 경우가 대부분인데요. 북한 남성들은 직접 찾아가 고백하는 걸 딱히 두려워하지 않는 편이어서 중간에 주선자가 따로 필요 없기도 하고요. 물론 옆에 친구가 와서 고백을 대신 전해주는 경우가 있긴 하지만, 이건 소개팅보단 심부름에 더 가깝다고 할 수 있죠.
소개팅은 없지만, 사람 사는 세상에 청춘남녀의 사랑이 없을 순 없잖아요. 북한의 올해 봄에도 곳곳에 새로 시작되는 연인들이 많지 않을까 싶습니다. 오늘 얘기를 하다 보니, 남북이 자유롭게 왕래가 될 수 있다면 소개팅으로 만난 남남북녀, 북남남녀 연인들도 참 많이 생길 텐데... 하는 생각이 드네요. 질문의 답이 됐길 바라고 또 질문자 분도 소개팅으로 마음에 드는 남성분 꼭 만나길 응원하면서 여기서 줄일게요. 서울에서 청진 출신 방송인 조미영이었습니다.
에디터 이예진,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