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미영의 질문있어요] 북한에선 어떤 봄철 채소를 즐겨 먹나요?

조미영-탈북 방송인 xallsl@rfa.org
2024.04.15
[조미영의 질문있어요] 북한에선 어떤 봄철 채소를 즐겨 먹나요? 한 북한 여성이 압록강변에서 채소를 씻고 있다.
/REUTERS

앵커 : 모든 것의 시작은 질문

질문을 통해 한국사회와 한국 사람들의 생각을 전합니다.

청진 출신 탈북 방송인 조미영 씨가 진행하는 ‘질문있어요’가 이어집니다.

 

(음악 up & down)

 

“안녕하세요. 서울에 살고 있는 60대 여성입니다. 봄이 되니까 달래나 냉이 같은 제철 재료들이 시장에 많이 나왔더라고요. 그래서 얼른 사다가 냉이는 된장국에 넣어 먹고, 달래장도 만들었는데요. 북한에도 이런 봄철 채소들이 있을 거 같은데, 즐겨 먹는 편인가요? 있다면 어떤 음식을 만들어 먹나요?”

 

(음악 up & down)

 

저도 얼마 전 오랜만에 지짐이를 만들어서 달래를 넣은 간장에 찍어 먹었습니다. 먹다 보니 어렸을 적 고향 청진에서의 추억들이 생각나더라고요. 생각해보면, 북한에서 봄이 특히 반가웠던 건 날씨가 따뜻해지면서 자연에서도 먹을 것을 구할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일단 한국에서 먹는 건 정말 풍족합니다. 농업 기술의 발달로 자연 상태에서만 얻던 남새나 과일들도 날씨와 상관없이 대량으로 온실에서 키워내면서 굳이 제철이 아니더라도 일년 내내 먹을 수 있는 것들이 많거든요.

 

하지만 또 음식은 제철에 먹어야 제맛이라고 하잖아요. 그래서인지 한국에서도 제철 식재료를 꼭 찾아서 드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특히 어르신들 중에는 더 그렇죠.

 

인터넷에 '4월 제철 음식'이라고 검색해 보니, 달래, 냉이, 두릅, 더덕, 딸기, 바지락, 주꾸미 등등 많더라고요. 그리고 여기서 쑥은 3월이 제철인 걸로 나오던데, 생각해 보니 북한에서도 쑥은 봄 되면 가장 먼저 나오긴 했던 것 같네요.

 

이곳에선 더덕은 살짝 데쳐서 고추장 양념을 묻힌 다음 다시 지짐판에 구워서 먹는 경우도 있고요. 두릅은 양념에 무쳐 먹거나, 데쳐서 초장과 함께 먹기도 합니다. 초장에 살짝만 찍어 먹어도 맛있으니까요. 그리고 쑥은 물론 쑥떡을 하는 경우도 있지만, 서울 사람들은 쑥떡을 그리 챙겨 먹지는 않는 것 같더라고요. 경상도 지역에 가보니까 쑥국을 만들어 드시던데, 도다리라고 하는 생선을 넣은 도다리쑥국도 봄철 별미였던 걸로 기억합니다.

 

그리고 달래나 냉이는 북한에서처럼 국에 많이 넣어서 먹습니다. 하지만 솔직히 말씀드리면 저는 한국에 와서 이런 음식을 즐겨 먹지는 않았던 것 같아요. 북한에서 너무 많이 먹었던 탓도 있지만, 더 중요한 이유는 따로 있습니다.

 

그 이유를 설명 드리기에 앞서 오늘 질문자 분이 북한에도 이런 제철 남새들이 많이 있는지 물어 보셨는데요. , 당연히 많이 있습니다. 앞에서 설명드렸던 것처럼 북한에서도 지금 한국에서 나오는 봄철 식재료들, 특히 달래, 냉이, 쑥을 많이 먹게 되죠.

 

한국에서처럼 별미로 제철에 어쩌다 한두 끼 맛보는 개념이 아니라 봄철 산이나 들에 풀이 나오기 시작하면 먹을 수 있는 풀을 뜯기 위해 돌아다니시는 분들이 엄청 많습니다. 산에서 직접 뜯어와 장마당에서 팔기도 하고, 늘 쌀이 부족한 상황이다 보니 식량 대용으로 먹기도 하죠. 더 정확히 얘기하면 누군가에겐 힘든 보릿고개에 만난 정말 반갑고도 고마운 자연의 선물 같은 느낌이었을 겁니다.

 

그러다 보니, 쑥떡의 경우 쌀가루보단 쑥을 엄청 많이 넣어서 만들게 되는데, 한입 베어 물면 안에서 쑥이 쭉 늘어나면서 나오기도 했었어요. 지금 생각해보면 정말 그게 제대로 된 쑥떡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사실 제철 식재료 얘기를 하다 보니 저도 옛 기억들이 새록새록 떠오르는데요. 오늘 질문자 분께 이것 하나는 얘기해 드리고 싶어요. 앞서 말씀드리려고 했던, 제가 여기 한국에서 달래나 냉이 같은 걸 잘 안 먹는 이유와 연관이 있는데요. 북한에서 나는 냉이나 달래, 쑥은 정말 산과 들, 야생 상태에서 나오는 것들이 많다 보니 그 맛과 향이 여기 한국에서 먹는 것과는 비교가 안 될 만큼 맛있습니다.

 

간혹 이런 얘기를 하면 그땐 배고파서 맛있었던 것 아니냐는 얘기도 하시지만, 아니라고 정확히 말씀드릴 수 있어요. 정말 멀리서부터 느껴지던 쑥 향과 한 뿌리만 넣어도 된장국에서 올라오던 그 향긋한 냉이 향, 그리고 달래장 하나만 있어도 밥 한 그릇을 뚝딱 먹을 수 있을 만큼 맵싸하면서 달콤하던 달래까지... 정말 그런 북한의 자연산 봄철 재료들을 한국사람들도 맛볼 수 있었으면 이렇게 길게 설명 안 해도 될 텐데하는 마음이 드네요. 오늘 여기서 줄일게요. 서울에서 청진 출신 방송인 조미영이었습니다.

 

에디터 이예진, 웹팀 김상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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