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미영의 질문있어요] 북한 청년들은 청바지를 정말 못 입어요?

조미영-탈북 방송인 xallsl@rfa.org
2024.04.08
[조미영의 질문있어요] 북한 청년들은 청바지를 정말 못 입어요? 북한 매체가 지난 2011년 발행한 사진에서 한 유치원생이 청바지로 보이는 옷을 입고 있다.
/연합뉴스

앵커 : 모든 것의 시작은 질문

질문을 통해 한국사회와 한국 사람들의 생각을 전합니다.

청진 출신 탈북 방송인 조미영 씨가 진행하는 ‘질문있어요’가 이어집니다.

 

(음악 up & down)

 

“안녕하세요. 서울에 살고 있는 20대 대학생입니다. 저는 패션에 관심이 많은 편인데요. 제가 가장 즐겨 입는 건 청바지예요. 저는 청바지가 20벌 정도 있는데요. 편하면서도 색깔이나 모양이 다 달라서 다양하게 멋을 낼 수 있는 게 청바지의 장점인 것 같아요. 근데 북한에선 청바지를 못 입게 한다던데 사실인가요? 정말 북한의 청년들은 청바지를 못 입나요?”

 

(음악 up & down)

 

얼마 전 북한 조선중앙TV에서 영국의 다큐멘터리, 그러니까 기록영화인 정원가꾸기가 방영됐었죠. 혹시 여러분도 보셨나요?

 

한 영국인 남성이 나와서 정원을 가꾸기 위해 필요한 부분들을 설명하는 영상이었는데, 이 영상으로 저도 주변에서 질문 많이 받았습니다. 왜냐면 영상 속 남성의 바지가 모자이크 처리가 돼 있었거든요.

 

모자이크, 그러니까 바지를 제대로 알아볼 수 없게끔 인위적으로 그 부분만 뿌옇게 처리를 해버린 건데요. 제대로 갖춰 입은 바지 전체를 이유 없이 모자이크 해버리니, 이 영상을 보도로 접한 많은 이들이 '정말 청바지를 화면에서 지우는 나라가 있구나..' 놀라워하고 있는 겁니다.

 

북한 동포분들도 알고는 계시죠? '청바지'말입니다. 제 기억엔 1989년 평양에서 열렸던 '세계청년학생축전'에서 청바지를 처음 봤던 것 같습니다. 세계 여러 나라의 청년들 대부분이 그때 청바지를 입고 있었죠. 특히 남조선에서 왔던 림수경 씨, 파마한 단발머리에 흰색 반팔, 그리고 밝은 색의 청바지를 입고 있었는데, 청량감 있으면서도 자유분방해 보이던 그 모습이 저한텐 여전히 한 장의 사진처럼 기억에 남아 있습니다. 까만 치마나 바지에 흰색 블라우스나 셔츠를 입고 있던 북한의 청년들의 옷차림과 완전히 대조를 이뤘었거든요.

 

이제 제가 한국에 살아보니 사람들의 옷차림은 정말 개성이 넘칩니다. 그러니까 사람마다 각각의 개별성이 존중되는 사회라는 걸 옷차림을 통해서도 느낄 수가 있다는 얘깁니다. 그리고 그 자유로운 개성이 가장 잘 나타나는 옷이 바로 청바지라고 할 수 있습니다.

 

보통 '청바지'라고 하면 거친 데님 원단으로 만들어진 푸른 색의 바지를 말하는데요. 지금 사람들이 흔하게 입는 청바지는 19세기 리바이 스트라우스에 의해 만들어졌다고 합니다. 원래 청바지 천은 두껍고 거친 실로 만들어져 천막을 만드는데 사용됐던 천이었다고 해요. 그러다 리바이 스트라우스가 텐트를 만드는데 쓸 천을 납품해 달라는 의뢰를 받고, 대량의 텐트용 천을 제작하게 되는데, 한 직원의 실수로 이 천을 파란색으로 염색했던 겁니다. 이 때문에 초록색을 원했던 의뢰주가 구입을 거부하는 사태가 벌어졌다고 합니다.

 

결국 재고가 된 대량의 파란색 천을 어찌 할까 고심하던 중 당시 광부들이 입는 작업복이 일반적인 복장과 별 차이가 없었고, 특히 바지가 찢어지는 일이 많았다는 점에 착안해 안 그래도 천이 남아도는데 이걸 갖고 광부용 작업복이나 만들어 보자는 생각에 텐트용 천으로 바지를 만들게 되었던 겁니다. 이 바지가 오늘날까지 전 세계인들의 사랑을 받는 청바지이죠.

 

현재 입는 청바지는 바지통이 넓거나 나팔식이거나 아니면 엉덩이부터 발목까지 아주 딱 붙는 형태거나 찢어졌거나 정말 스타일, 그러니까 모양이 다양합니다. 실제로 입어보면 먼지를 많이 타지도 않고, 뭐가 묻어도 티가 잘 나지도 않아 정말 편안하게 입을 수 있습니다. 그러면서도 어떤 옷과도 잘 어울린다는 것이 청바지의 큰 장점이기도 하죠. 아마 청바지를 하나도 안 가지고 있는 대한민국 사람은 거의 없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어린이부터 노인까지 대부분 사람들의 일상복으로 자리잡았습니다.

 

원래 작업복이었던 청바지는 1950년대 세계적인 배우 제임스 딘이 영화 속에서 청바지를 입고 기존 질서에 대항하는 젊은 세대의 반항아로 나온 뒤 청바지는 전 세계적인 대중문화의 중심이 되었고, 자유와 젊음, 반항 정신의 상징이 되었습니다.

 

청바지의 역사를 떠나 앞에서도 잠깐 말씀드린 것처럼 데님 천은 오염에 강하고 튼튼하고 편안합니다. 그야말로 로동할 때 입기 가장 적합한 옷이라는 거죠. 하지만 옷에도 사상이 있다며 사람들의 옷차림 하나,하나까지 통제하고 있는 북한에선 가장 입지 말아야 할 옷, 혹시 생겼더라도 밖으로는 입고 나갈 수 없는 옷이 청바지라는 것이 안타깝네요. 오늘은 여기서 줄일게요. 서울에서 청진 출신 방송원 조미영이었습니다.

 

에디터 이예진, 웹팀 김상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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