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미영의 질문있어요] 로인들을 위한 복지제도가 북한에도 있나요?
2024.04.01
앵커 : 모든 것의 시작은 질문!
질문을 통해 한국사회와 한국 사람들의 생각을 전합니다.
청진 출신 탈북 방송인 조미영 씨가 진행하는 ‘질문있어요’가 이어집니다.
(음악 up & down)
“안녕하세요. 저는 충청도에서 80대 부모님을 모시고 살고 있는 60대 주부입니다. 한국은 이제 초고령 사회에 들어섰다는 얘기를 많이 하는데, 북한은 어떤가요? 북한도 노인 인구가 늘고 있나요? 그리고 노인들을 위한 복지제도 같은 게 조금이라도 있을까요?”
(음악 up & down)
의료 기술의 발달로 평균 수명이 점점 늘어나면서 선진국일수록 노인 인구가 늘고 있는데요. 여기에 저출산 현상까지 더해져 많은 국가들이 고령화 시대를 맞이하고 있습니다.
유엔은 65세 이상 노인 인구 비율이 전체 인구의 7% 이상이면 ‘고령화 사회’, 14% 이상이면 ‘고령사회’, 그리고 20%를 넘어서면 ‘초고령 사회’로 분류하는데요. 지난해 한국 통계청에 따르면 2025년부터 한국은 65세 이상 인구가 전체의 20%를 넘는 ‘초고령사회’가 시작된다는 전망입니다.
북한 역시 65세 이상 노인 인구 비율이 전체 인구의 7% 이상인 고령화 사회에 진입한 것으로 나타났는데요. 지난해 10월 한국 통일부가 발표한 ‘최근 북한의 경제∙사회 특이 동향’에서 북한은2028년에는 ‘고령 사회’, 2039년에는 ‘초고령 사회’로 진입할 것으로 예측됐습니다.
고령화 사회로의 진입은 다시 말해 일할 수 있는 사람 대비 일하지 않는 사람, 그러니까 부양해야 하는 사람의 비율이 높아지는 것에 대한 제도적인 준비가 무엇보다 필요한 시점에 도달해 있다는 걸 의미합니다.
그래서 한국 등 대부분 국가에는 노인들의 삶을 부양하기 위한 공적 연금제도들이 마련돼 있습니다. 연금은 젊었을 때 매달 일정 금액을 국가운영기관에 넣어 불렸다가 노후에 돌려받는 걸 말하는데요. 한국의 경우 가장 우선적으로 국가가 운영관리하는 국민연금제도가 연로보장자(고령 세대)들에게 큰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
주변에서 보면 보통 20년~30년 정도 직장 생활하는 동안 국민연금에 일정 금액을 넣었다면 정년퇴직 후 매달 적게는 150만원에서 많게는 300만원까지, 1100~2200여 달러의 연금을 받더라고요. 여기에 더해 만 65세가 넘으면 죽을 때까지 매달 받게 되는 노령연금의 경우 개인 소유 재산의 양에 따라 차이가 있는데요. 올해는 3.6% 인상되어 최대 34만원, 247달러 정도의 금액을 국가가 매달 지급합니다. 저희 부모님도 실제 이 노령연금을 수령하고 있고요.
그 외에도 주택을 은행에 담보로 제공하고 국가가 보증하여 매달 일정한 연금을 받을 수 있는 주택연금제도도 있죠. 사실 돈 얘기 위주로 하고 있지만 노후의 편안한 삶을 위해 돈이 얼마나 중요한지는 북한동포분들이 가장 크게 공감하실 거라 생각합니다.
그리고 한국에선 도, 시, 군 단위별로 지역 노인들의 이동 편의를 위한 택시 운영, 몸이 불편한 어르신들을 위한 목욕 및 빨래 봉사, 혼자 사는 어르신들을 위한 도시락 배달 및 돌봄 봉사, 그리고 각각의 문화시설에서 진행하는 노래교실이나 춤교실, 그림교실, 그리고 치매예방을 위한 다양한 놀이프로그램들까지 노인들을 위한 사회적, 문화적 체계와 방안들이 마련돼 있습니다.
그렇다면 북한의 로인들의 삶에 대한 오늘 질문에 답을 좀 드려야 할 텐데요. 북한도 사실 사회주의 노동법에는 ‘남자는 만 60살, 여자는 만 55살에 이른 일정한 근속노동연한을 가진 사람에게 연로연금을 준다’고 명시하고 있고, 또 고령자를 위한 온천, 요양시설, 간병인 등 복지 제도가 존재하긴 합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공장 기업소가 가동을 멈췄고, 현재 일을 하고 있는 로동자들에게도 제대로 된 배급과 로임을 주지 못하는 상황이다 보니 로인을 위한 복지는 서류상에만 존재하는 허울뿐인 제도가 돼 버린 지 오랩니다.
특히 코로나 이후 길거리 장사도 못하게 하면서 적은 자본으로 매점이나 노점상을 하던 로인들의 생계에도 큰 위기가 닥쳤다고 볼 수 있는데요. 로인들을 위한 모든 제도가 무용지물이 돼 버린 이 상황에서 노후의 삶은 오로지 자식들의 부담이 돼버린 겁니다.
하지만 옛말에 '쌀독에서 인심 난다' 했죠. 젊은 사람, 나이든 사람 할 것 없이 대부분 궁핍한 삶을 사는 북한에선 이제 자식들 간에도 서로 부모님을 모시지 않으려고 갈등이 발생하는 일이 빈번하게 일어나기도 하는데요. 사회를 위해, 자식을 위해 평생을 바친 로인들의 삶은 자녀뿐 아니라 국가가 함께 책임지고 돌봐야 한다는 걸 북한당국이 잊지 말았으면 합니다. 지금까지 서울에서 청진 출신 방송인 조미영이었습니다.
에디터 이예진,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