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미영의 질문있어요] 북한 식량난이 몇 십 년째 이어지는 이유는?

조미영-탈북 방송인 xallsl@rfa.org
2023.0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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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미영의 질문있어요] 북한 식량난이 몇 십 년째 이어지는 이유는? 북한 평안남도 안주에서 식량 배급을 기다리는 주민들.
/AP

앵커 : 모든 것의 시작은 질문!  

질문을 통해 한국사회와 한국 사람들의 생각을 전합니다.

청진 출신 탈북 방송인 조미영 씨가 진행하는질문있어요가 이어집니다.

 

(음악 up & down)

 

“안녕하세요. 저는 60대 주부입니다. 저는 평소 탈북민들이 출연하는 방송을 종종 챙겨보는데요. 얘기 듣다 보면 꼭 저 어릴 적 보릿고개가 생각나더라고요. 한국도 60여 년 전까지는 배고픈 시기가 있었거든요. 지금이야 살을 뺀다고 안 먹지, 없어서 못 먹는 사람은 주변에서 본적이 없는데요. ‘북한은 왜 그렇게 식량난이 오래 지속될까? 왜 나아지지 않는 걸까?’ 요즘 이런 궁금증이 생기더라고요. 북한의 식량난이 나아지지 않는 이유, 뭐라고 생각하시나요?”

 

(음악 up & down)

 

60대 어머님 얘기, 머리를 끄덕이며 읽었습니다. 늘 밥량이 적어 배고팠던 시절, 옷도 형제들끼리 물려주며 아껴 입었고, 뭐든 부족했던 북한에서의 얘기를 하다 보면 어느새 한국의 어르신들이 '맞아, 맞아. 우리 때도 그랬어'라며 공감해 주시더라고요.

 

요즘 한국의 20~30대 청년들은 배고픔에 대해 잘 모릅니다. 그들에게 배고픔이란 그저 살까기를 위해 한두 끼 일부러 굶으면서 느끼는 허기짐, 그 정도라고 할 수 있죠. 한국도 배고픈 시기가 있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이곳은 부족한 부분은 보완하고 더 발전시키며 그렇게 경제가 성장했고, 이제 그 배고픔은 어른들의 입을 통해서나 듣게 되는 옛말이 됐습니다. 그러니 많은 이들은 북한은 도대체 인민들을 위해 뭘 하고 있기에 몇 십 년째 이 식량난이 지속되고 있는 건가 궁금하실 수 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오늘은 바로 질문에 답을 해보도록 할게요. 북한의 내부 상황을 들으신다면 이해가 되실 테니까요. 일단 지형과 기후도 북한 식량난에 한몫 하고 있습니다. 북한은 여기 남쪽보다 산이 많고, 기온은 더 낮습니다. 서울만 해도 벌써 훈훈한 바람이 불고 더 남쪽에선 봄꽃축제가 열리고 있는데요. 하지만 함경도나 량강도 지역엔 아직도 땅은 꽁꽁 얼어붙어 있고, 녹지 않은 눈이 쌓여 있는 곳도 많을 겁니다. 이모작이 불가능한 지역이 많다는 얘기가 되겠죠.

 

그리고 북한 식량난의 원인 중 하나는 북한이 협동농장 체제라는 겁니다. 그러니까 모든 논과 밭, 거기에서 나오는 수확물이 직접 농사짓는 농민의 것이 아닌, 모두 북한당국 차지라는 겁니다. 농촌 동원을 가보면 협동농장 밭이 아닌 개인들이 일군 마당 앞 밭이나 일부 뙈기 밭들이 있습니다. 협동농장 밭 강냉이는 무릎까지 와 있는데, 개인들이 가꾸는 뙈기 밭 강냉이는 어깨까지 자라 있는 걸 볼 수 있죠. 한마디로 아무리 열심히 해도 내 꺼가 되지 않는다면 사람들은 결국엔 열심히 일하지 않게 된다는 거죠. 협동농장은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심리에 반하는 체제인 거죠.

 

그리고 세 번째는 농기계와 비료 등의 농사를 제대로 지을 수 있는 기반시설이나 환경 부족 등의 문제입니다. 대한민국의 농촌에서는 전화 한 번만 넣으면 군청에서 나와서 밭을 갈아주고, 농기계가 모내기도 하루 만에 끝내주고, 또 전화 한 번 하면 하루 나와서 무인 소형비행기로 농약을 뿌려주고, 가을의 벼 베기까지 사람  손이 직접 가는 곳이 거의 없습니다. 모든 농사일을 사람 손이 아닌 기계가, 사람이 몇 달 동안 할 량을 몇 시간 안에 끝낸다는 겁니다. 일일이 사람이 땅을 갈고, 모를 심고, 거름을 매고, 비료를 뿌리고, 물도 갖다 부어야 하는 북한 농사는 중요한 시기를 놓칠 수 있단 겁니다.  

 

또 있습니다. 바로 종자입니다. 대한민국은 맛 좋고 량도 많이 나오는 종자들로 농작물에서 많은 종자 개량을 이뤘습니다. 덕분에 한번 농사만으로도 농사꾼들은 만족할만한 결과물을 얻게 된 것이죠. 이 외에도 쌀에도 사상이 있다는 농사 정책 등 말하다 보니 북한 농업 문제, 한두 가지 이유가 아닌 총체적 난국이네요.

 

사람의 권리 중에 가장 제일은 바로 생명권일 겁니다. 그리고 그 생명권을 위해선 무엇보다 기본적인 식량권을 국가가 보장해주어야 합니다. 올해도 본격적인 농번기가 시작됐는데요. 북한은 김정은의 딸 김주애에게 몇 천 달러짜리 옷을 입힐 게 아니라, 그 돈으로 인민들의 식량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농기계나 비료 등의 마련이 우선돼야 한다는 당연하고 기본적인 사실을 잊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지금까지 서울에서 함경북도 청진 출신 방송원 조미영이었습니다.

 

출연 조미영, 에디터 이예진, 웹팀 이경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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