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미영의 질문있어요] 북한은 한국보다 공기가 좋지 않나요?

조미영-탈북 방송인 xallsl@rfa.org
2024.03.25
[조미영의 질문있어요] 북한은 한국보다 공기가 좋지 않나요? 조선중앙TV는 지난해 3월 서해안과 북부 내륙 여러 지역에서 황사가 관측됐다고 보도했다. 중앙TV는 황사주의경보가 발령된 상태라면서 철저한 마스크 착용과 손씻기를 주문했다. [조선중앙TV 화면]
/연합뉴스

앵커 : 모든 것의 시작은 질문

질문을 통해 한국사회와 한국 사람들의 생각을 전합니다.

청진 출신 탈북 방송인 조미영 씨가 진행하는 ‘질문있어요’가 이어집니다.

 

(음악 up & down)

 

“안녕하세요. 서울에 살고 있는 30대 여자입니다. 한국은 봄에 특히 황사나 미세먼지가 심하잖아요. 저는 현재 5살된 남자아이를 키우고 있는데 미세먼지 심한 날은 밖에서 노는 것도 못하게 하고 있고요. 집안에서도 공기청정기를 두고 사용해요. 북한은 차도 별로 없고 해서 여기보단 공기가 좋을 것 같은데, 북한의 봄철 공기는 어떤가요?”

 

(음악 up & down)

 

여기 한국에선 정말 이맘때가 되면, 봄의 불청객 황사나 미세먼지에 대한 이야기를 자주 할 수 밖에 없습니다. 봄에는 기온이 따뜻해지면서 바람의 방향이 바뀐다고 하는데요. 통상 황사라고 하면 바람에 의해 하늘 높이 올라간 미세한 모래먼지가 대기 중에 퍼져서 하늘을 덮었다가 서서히 떨어지는 현상을 말합니다. 한반도에 생기는 대부분의 황사는 몽골이나 중국 사막지역에서 발생한 모래바람 영향이 크다고 하네요.

 

미세먼지나 초미세먼지 역시 중국의 영향이 큰데요. 다만 황사가 주로 미세한 흙모래라면 미세먼지는 석탄이나 기름 등 화석연료를 태울 때나 공장, 자동차 등의 배출가스에서 많이 발생한다고 합니다. 이런 종류의 미세먼지들은 입자 크기에 따라 미세먼지와 초미세먼지로 나뉘는데요. 머리카락의 20분의 1, 30분의 1 정도로 매우 작기 때문에 대기 중에 머물러 있다가 호흡기를 거쳐 폐 등에 침투할 수도 있고, 또 혈관을 따라 체내로 이동해 들어가게 되면 건강에 아주 나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합니다.

 

그래서 세계보건기구(WHO)는 미세먼지에 대한 대기질 기본안내서를 1987년부터 제시해 오고 있고요. 2013년 세계보건기구 산하의 국제 암연구소에서는 미세먼지를 사람에게 발암을 유발시킬 수 있는 1군 발암물질로 지정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니까 대기 중에 있는 미세먼지, 초미세먼지를 지속적으로 흡입할 경우 각종 암에 걸릴 가능성이 높은 만큼 정말 해로운 물질이라는 거죠.

 

한국에서는 그래서 매일 정해진 시간대에 맞춰 황사나 미세먼지, 초미세먼지 농도 등을 인터넷을 통해 모든 사람들이 볼 수 있도록 공지하고 있는데요. 오늘 질문자분처럼 특히 아이를 키우거나 또 연로하신 어른들을 모시고 있는 경우, 또 폐나 기관지 관련 질환을 갖고 있는 분들은 특별히 더 이런 공지를 통해 바깥 활동을 줄이면서 몸을 보호할 수 있도록 하는 겁니다.

 

한국에선 깨끗한 대기질을 만들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차량이 많은 도심에 나무를 심어 도심 속 숲을 조성한다든지, 미세먼지가 아주 심해질 시기에는 도당이나 시당과 같은 공공기관들에서 미세먼지 저감조치의 일환으로 차량 요일제나 차량 이부제를 실시하기도 합니다. 그러니까 차량을 약속한 요일이나 날짜에는 운행하지 않는 걸 말하는 거죠. 물론 지하철이나 버스 등의 대중교통이 워낙 잘돼 있기 때문에 약간의 불편함이 있을 뿐 이동에는 전혀 문제가 없습니다.

 

그리고 개인들도 집집마다 공기청정기를 사용해 집안 공기질을 깨끗하게 유지하려고 하는데요. 특히 최근 지어지는 아파트들의 경우에는 공사 단계부터 자체적으로 깨끗한 공기를 공급하는 장치를 건물 내에 설치하는 곳들도 늘고 있습니다. 그만큼 요즘 한국에선 깨끗한 공기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상황인 거죠.

 

그리고 한켠으론 오늘 질문자분처럼 북한은 차량도 거의 없고 하니 공기가 좋지 않을까 생각하시는 분들도 계신 것 같습니다. 하지만 실제는 북한 청취자 여러분이 잘 아시는 것처럼, 어쩌면 여기 한국보다도 공기의 질이 나쁘다고 할 수 있죠. 일단 북한의 경우에도 황사는 오래전부터 있었습니다. 제가 살았던 함경도 지역은 바람이 특히 많이 불었는데, 포장도로도 돼 있지 않다 보니 바람이 흙길을 쓸면서 지나가면 흙바람에 머리와 옷은 물론 귓구멍과 콧구멍, 그리고 이까지도 까만 먼지에 뒤덮이는 날이 많죠.

 

또 북한에선 3, 4월이 위생월간이라 겨우내 창을 가렸던 비닐박막이나 문풍지를 모두 뜯기 때문에 집이나 사무실로 유입되는 먼지량이 더 많은데요. 북한은 아직까지 석탄을 연료로 하는 곳이 많고, 곳곳에서 고무나 비닐 등을 태우면서 발생되는 연기와 미세먼지들까지 더해져 훨씬 더 나쁜 공기질이 계속 이어져오고 있다고 질문에 답을 드려야 할 것 같네요.

 

지금도 기억해보면 북한엔 자주 기침을 한다든지, 늘 목에 가래가 끓어 뱉으면서 다니는 사람 등등 만성적인 기관지 질환을 앓고 있는 분들이 많았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먹고 살기 바빠 공기질에 대한 생각은 미처 하지 못했죠. 미세먼지 얘기를 하다 보니 제 머리 속엔 온갖 연기로, 회색으로 변해있던 제 고향 청진의 풍경이 떠오르는데요. 10년도 넘은 지금은 그 풍경이 조금이라도 나아져 있길 바라면서 이 시간 마무리하겠습니다. 서울에서 청진 출신 방송인 조미영이었습니다.

 

에디터 이예진, 웹팀 김상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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