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미영의 질문있어요] 3.1절, 북한에서도 기념하나요?

조미영-탈북 방송인 xallsl@rfa.org
2024.03.04
[조미영의 질문있어요] 3.1절, 북한에서도 기념하나요? 북한은 3.1운동을 3.1인민봉기로 부른다.
/MBC 통일전망대 캡쳐

앵커 : 모든 것의 시작은 질문

질문을 통해 한국사회와 한국 사람들의 생각을 전합니다.

청진 출신 탈북 방송인 조미영 씨가 진행하는 ‘질문있어요’가 이어집니다.

 

(음악 up & down)

 

“안녕하세요. 서울에 살고 있는 20대 대학생입니다. 지난주 금요일이 3.1절이었잖아요. 금요일 아침에 집을 딱 나서니까 동네에 태극기를 내건 집들이 많이 보여서 순간 뭉클한 감정이 들기도 했어요. 한국에선 3.1절을 맞아 다양한 행사들을 진행하면서 기념하는데, 북한에선 3.1절을 어떻게 보내나요?”

 

(음악 up & down)

 

아마 이 방송을 듣고 계신 북한동포 분들 중엔 '그러네, 지난주 금요일이 3.1절이었네' 이제야 생각나신 분들도 계실 것 같습니다. 한민족이 일본의 식민통치에 항거하고, 독립선언서를 발표하여 한국의 독립 의사를 세계 만방에 알린 날을 기념하는 날이 3.1절이죠. 올해가 105주년이 되는 해였습니다.

 

한국에선 3.1절이 빨간 날, 공휴일입니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금요일부터 일요일까지 사흘 간의 휴일을 보내면서 3.1절 행사에 자유롭게 참여하거나 휴식을 취했죠. 각 지역별, 단체별로 다양한 기념 행사도 열렸는데요. 무엇보다 해마다 3.1절에는 대통령이 직접 참가하는 3.1절 기념식이 어김없이 열립니다.  

 

한국의 3.1절 기념식에는 독립유공자 유족들과 사회 각계 대표, 주한 외교단, 학생, 시민 등 다양한 사람들이 참석해 3·1운동의 역사적 의미를 기리는 행사를 펼치게 되는데요. 올해도 독립선언서 낭독과 독립유공자에 대한 포상, 대통령 기념사, 기념공연, 3·1절 노래 제창 및 만세삼창 등으로 구성된 행사가 텔레비젼을 통해 방송되기도 했습니다.

 

사실 3.1절은 일제 식민지 시기에 있었던 한민족의 항일운동으로 남과 북이 동일하게 그 의의를  기려야 할 것 같지만, 저 같은 탈북민들은 3.1만세운동의 역사적 사실과 그 의의에 대해서도 이곳에 오고 나서야 제대로 알게 된 부분이 많습니다.

 

북한에선 '3.1봉기'라는 표현이 더 익숙하실 겁니다. 그리고 북한동포 분들은 '3.1봉기'라고 하면 누구나 지금 바로 떠오르는 그림 하나가 있을 겁니다. 하얀 저고리를 입고 시위대를 이뤄 걸어가는 사람들 가장 앞에 까만 옷을 입은 어린이가 불끈 주먹을 들어 올리고 있는 그 그림 말입니다. 7살의 어린 나이에 3.1봉기 선두에 선 김일성 모습이라고 배웠었죠. 혹시 현재까지도 여전히 이런 그림들이 북한의 학교들과 건물 곳곳에 걸려있는 걸까요?

 

한국에 와서야 제대로 알게 된 3.1만세운동에 대해 간략하게만 요약해 드리면 1918 1차 세계대전이 끝나면서 승전국이었던 미국의 우드로 윌슨 대통령이 독일 등 1차 세계대전 패전국들의 식민통치 약화를 목적으로 '각 민족은 다른 민족의 간섭을 받지 않고 스스로의 운명을 직접 결정할 권리가 있다'는 민족자결주의를 발표하게 되고, 당시 일본에서 유학하고 있던 조선인 학생들에게도 이 소식이 전해지게 됐다고 합니다.

 

이후 유학생들에 의해 조선의 독립을 요구하는 2.8독립선언서가 일본에서 작성되고, 이 선언서가 송계백 열사에 의해 국내에 전해지게 됩니다. 이후 1919 3 1일 민족대표 33인에 의해 독립선언서가 발표되고, 서울에 있는 탑골공원에서 처음으로 시민들이 대한독립을 염원하는 '대한독립 만세'의 함성이 울려 퍼지게 됐다고 합니다.  

 

3.1만세운동을 시작으로 독립운동가들은 상해에 임시정부를 수립해 대한민국이 민주공화국임을 알리며 하나의 정부로서 독립운동을 펼치게 됐고, 그렇게 3.1운동은 세계에 대한독립의 의지를 천명한 것 뿐 아니라 실제 대한민국의 초석이 됐다고 합니다.

 

북한에서도 일부 기관에서 3.1운동을 기념하긴 하지만, 민족대표 33인이 중상계급 이상의 부르주아지이자 종교인이라는 점, 그리고 3.1만세운동에서 사람들이 들고 나섰던 깃발이 현재 대한민국의 국기 태극기라는 점, 그리고 당시 외친 함성 역시 대한독립만세였다는 점, 그로 인해 북한이 정통을 계승한 국가로 선전할 수 없다는 점 등을 들어 3.1만세운동의 역사적 사실과 그 의의까지 평가절하하고 있는 겁니다.

 

2024년 올해 북한 달력을 보니 어디에도 3.1절에 대한 표기를 볼 수 없었는데요. 김씨일가 우상화와 체제 유지를 위한 역사 왜곡은 어디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건지, 언제까지 이어질 수 있는 건지 참 씁쓸합니다. 오늘은 여기서 줄일게요. 서울에서 청진 출신 방송인 조미영이었습니다.

 

에디터 이예진, 웹팀 김상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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