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미영의 질문있어요] 북한 군대 가면 진짜로 영양실조에 걸리나요?

조미영-탈북 방송인 xallsl@rfa.org
2024.02.19
[조미영의 질문있어요] 북한 군대 가면 진짜로 영양실조에 걸리나요? 북한 군인들이 북한과 중국 국경에 있는 한 기차역을 걷고 있다.
/REUTERS

앵커 : 모든 것의 시작은 질문

질문을 통해 한국사회와 한국 사람들의 생각을 전합니다.

청진 출신 탈북 방송인 조미영 씨가 진행하는 ‘질문있어요’가 이어집니다.

 

(음악 up & down)

 

안녕하세요. 저는 강원도에 사는 32살 청년입니다. 요즘 들어 북한 인민군들의 실생활 모습을 유튜브에서 종종 볼 수 있는데요. 보는 내내 마음이 짠하더라고요. 제대로 못먹어서 영양실조에 걸린다는 얘기도 있던데 사실인가요?

 

(음악 up & down)

 

영양실조, 참 오랜만에 말해보는 단어네요. 줄임말로 '영실이'라고도 했었죠. 참 마음아프게도, 그리고 자조적으로도 북한에선 그렇게나 자주 썼던 말인데 한국에 사는 동안은 사용할 일이 없었습니다.

 

그런데 생각해보니 한국에서 영양실조라는 말을 쓸 일은 없지만, ‘영양부족이라는 말은 꽤 자주 사용하네요. 물론 북한동포 분들은 오해하시면 안 됩니다. 북한의 '영양실조'와 남한의 '영양부족'은 전혀 다른 상황에서 사용하는, 아주 다른 맥락의 단어라고 할 수 있죠.

 

일단 한국의 일반적인 식생활 수준은 여러분이 무엇을 상상하시든 그 이상이다라고 얘기 할 수 있습니다. 북한에서 아무리 잘먹고 잘사는 간부집이라고 할 지라도 영양섭취는 아마 한국의 일반가정보다 훨씬 부족할 가능성이 높거든요.

 

한국은 끼니 걱정, 먹거리 걱정을 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로 먹을거리가 넘쳐납니다. 눈에 보이는 곳마다, 손이 닿는 곳마다 먹을거리가 있다 보니 방심했다간 바로 살이 확 찝니다. 북한식 표현으로 몸이 납니다. 아주 많이요. 그래서 오히려 살까기 한다며 아예 제대로 먹지 않는 사람들도 꽤 많은데요. 그렇게 못 먹어서가 아니라 안 먹어서 생기는 '영양부족' 상태가 되기도 하는 겁니다.

 

하지만 그런 영양부족도 날씬해지고 싶어 하는 젊은 여성들에 한해 있는 일이고, 군대에서 영양부족은 있을 수 없는 일이죠. 보통은 부대마다 담당 영양사가 각각 식재료의 영양성분을 고려해서 식단을 만들고, 그렇게 영양가 높으면서도 건강을 위하는 균형잡힌 식사가 군인들에게 제공됩니다. 또 한국 군인들은 달마다 로임을 받기 때문에 부대마다 마련된 상점에서 라면이며, 과자며, 아이스크림 등 다양한 음식과 간식들을 자유롭게 사서 먹기도 합니다. 그래서 오히려 제대할 때가 되면 날렵한 몸을 만들기 위해 음식을 줄이고 운동을 하며 살까기를 하게 되죠.

 

물론 한국에서도 과거에 '군부대 부실 식단 논란'이라고 해서 텔레비전 보도에 나온 적이 있었습니다. 쌀밥에 국, 그리고 반찬 두 가지 정도였던 것 같아요. 그러니까 한국에선 고기도 없이 남새 반찬 몇 가지의 이런 식단은 보도에 나올 만큼 부실하고 문제가 많은 식사라는 거죠. 이런 보도가 나가자 군은 바로 각 부대마다 식재료와 식단 등을 확인하고 시정 조치하겠다는 보도자료를 냈는데요. 민주주의 사회는 언론이 사회의 여러 문제점들을 공론화시키고 시정되도록 감시하는 역할을 하기에 가능한 일입니다.

 

오늘 질문은 북한 군인들의 영양부족으로 인한 영양실조 상태에 관한 거였는데요. 사실 영양부족 정도는 눈으로 확인하긴 어렵습니다. 하지만 영양실조는 다르죠. 육안으로 바로 알아볼 수 있거든요. 일단 머리카락이 얇아지면서 다 빠져버리고 목이 앙상해지면서 목뼈가 그대로 드러납니다. 그러니까, 그냥 영양실조는 몸의 영양성분 몇 가지가 부족한 정도의 상태를 넘어선 것이죠.

 

여기까지 들으신 남한 분들은 북한 군인들이 그럼 평소에 뭘 얼마나 먹는지가 궁금하실 텐데요. 물론 예외는 있겠지만 기본적으론 꾹꾹 누르면 몇 숟가락 안 되는 강냉이밥에, 시래기 몇 가닥 떠있는 소금국, 그리고 염장무 정도가 한 끼 식사의 전부입니다. 가장 왕성한 식욕을 갖고 있는 20대 남자들이 이렇게 먹으면서 10년 가까이 되는 군사복무를 하게 된다는 거죠. 영양실조에 안 걸리는 게 오히려 대단한 일인 겁니다.

 

일반적으로 군대는 외부의 위협과 공격으로부터 국가와 국민을 지켜야 하는 조직으로 북한 역시 강력한 군대를 강조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정작 그 속내를 들여다보면 북한의 군사력은 핵이나 미사일 등 대량살상무기 개발에만 치중할 뿐 군인들의 건강이나 식생활은 관심 밖의 일이 된 지 오래된 듯 합니다.

 

오늘은 답을 하다 보니 그 어느 때보다 안타까운 마음인데요. 지금이라도 북한이 무기개발에 들어가는 비용 일부라도 돌려서 군인들의 먹는 문제부터 해결하길 바라며 이 시간 마무리하겠습니다. 지금까지 서울에서 청진 출신 방송인 조미영이었습니다.

 

에디터 이예진, 웹팀 김상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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