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미영의 질문있어요] 북한에선 명절공급으로 뭘 주나요?
2024.02.12
앵커 : 모든 것의 시작은 질문!
질문을 통해 한국사회와 한국 사람들의 생각을 전합니다.
청진 출신 탈북 방송인 조미영 씨가 진행하는 ‘질문있어요’가 이어집니다.
(음악 up & down)
“안녕하세요. 저는 서울에 살면서 두 아이를 키우고 있는 직장맘입니다. 이번 설연휴에 4일간 쉬면서 시댁과 친정을 여유 있게 다녀왔어요. 오랜만에 아이들도 양가 할머니, 할아버지, 친척들 만나서 용돈과 선물을 많이 받아서인지 정말 좋아하더라고요. 북한에서도 음력설을 크게 쇤다고 알고 있는데, 설에는 명절공급이라는 것도 받는다고 하더라고요. 좀 생소한 말이어서 어떤 선물인지 궁금한데요. 북한에선 명절공급으로 뭘 주는 건가요?”
(음악 up & down)
두 아이를 키우면서 직장생활도 하시는 대단한 어머님이시네요. 요즘 한국에선 결혼하면 부부가 집안일도, 육아도 남편과 아내가 같이 한다고는 하지만, 아직까지 집안일은 여성의 몫이 더 많은 것이 현실인 것 같습니다. 어머니들은 직장에서 퇴근하고 다시 집으로 출근한다는 표현을 하더라고요.
4일간의 달콤한 연휴, 집에서 아무것도 안 하고 쉬면 참 좋겠지만, 아이들이 있는 가정에선 그렇게 쉬는 건 거의 불가능하더라고요. 아이들과 함께 설연휴 추억도 만들어야 하고, 또 양가 부모님께 아이들이 크는 모습도 보여드려야 하잖아요. 아이들도 오랜만에 직장생활 하느라 바빠서 자주 함께 하지 못했던 부모님과 할머니, 할아버지까지 함께 하면서 좋은 시간 보냈을 것 같습니다.
저처럼 북한에서 온 탈북민들은 명절 연휴에 딱히 할 게 없는 경우가 많아서 대가족이 만나 선물을 주고 받으면서 좋은 시간 보냈다고 하니, 괜히 더 부럽고 좋아보여 한참을 얘기하게 되네요.
북한에서의 명절공급에 대해 물어보셨는데, 먼저 한국에선 설명절에 앞서 성과급을 주는 곳들이 꽤 많더라고요. 명절공급이라는 말이 없는 여기 한국에서 일종의 큰 회사들이 주는 명절공급이라고 할 수 있는 셈이죠.
성과급은 보통 기업의 실적이나 사업성과 등을 반영해서 명절이나 연말 등에 받게 되는데요. 적게는 100달러부터 많게는 한달 로임의 200%를 성과급으로 지급하는 경우도 있는데, 달러로 계산하면 몇 천달러가 은행 통장에 딱 들어오게 되는 거죠. 매달 일정한 로임을 받던 회사원들에게는 갑자기 큰 목돈이 생기는 것이니 이보다 기쁜 일이 또 있을까요?
아마 오늘 질문 주신 분도 한국의 성과급과 북한의 명절공급을 비슷하게 생각하시지 않았을까 싶은데요. 지금 이 방송을 듣고 계신 북한동포 분들은 성과급은 들어본 적이 없지만, 2월 이맘 때 주어지는 명절공급엔 그래도 꽤 관심을 가지고 계실 것 같습니다. 올해는 음력설과 함께 김정일의 생일인 2월 16일 광명설절이 거의 붙어있어서 명절공급에 대한 기대를 더 가지게 되는 듯 합니다.
보통의 한국사람들은 북한의 배급제도에 대해 잘 이해를 못합니다. 여기선 그냥 매달 로임이나 명절 성과급 등 일한 것 만큼 돈을 받아서 그걸로 식량이며 부식물, 그리고 옷과 생필품, 필요한 것들을 사거든요. 하지만 북한은 쌀도 배급으로 나눠주고, 간장, 된장 등 모든 식재료도 배급 받게 되어 있죠. 물론 지금 20대 청년층은 ‘과거에 그런 제도가 있었다더라’ 라고 말하겠지만 말입니다.
북한에선 배급과 함께 명절공급도 잘 되던 시기가 분명 있었지만, 1990년대 중반 무너진 배급제도로 인해 먹고 사는 모든 건 이제 배급이나 공급이 아닌 주민들 스스로 해결해 나가고 있는 중입니다. 그러다 보니 원래 국가가 당연하게 줘야 했던 배급은 이제 어쩌다 명절에나 한번씩 나오는 '명절공급', 선물의 개념으로 바뀐 것 같습니다.
명절공급으로 무엇을 주는지 물어보셨는데, 들으시면 약간 헛웃음을 지을지도 모르겠네요. 명절공급으로 나오는 건 그동안 배급을 안 줬었기 때문에 1주일치 식량 배급이나 아주 많게는 보름치 배급을 주기도 합니다. 가끔은 상점에서 반찬 만들 때 필수적으로 필요한 콩기름 반 병, 또 언제 먹어봤는지 기억도 잘 나지 않는 돼지고기 500g, 그리고 언제 만들어 둔 건지 알 수 없는, 너무 딱딱해서 먹다가 치아가 나가기도 하는 일명 '벽돌과자'라 불렀던 과자를 나눠주기도 했었습니다. 이름은 과자인데, 가마에 푹 삶으면 그나마 빵처럼 부슬부슬해져서 밥 대신 먹을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이마저도 도시와 지방이 다르고 수도와 지방 차이는 더욱 큽니다.
요즘 북한의 명절공급은 또 어떻게 변해 있을지 사실 저도 궁금하네요. 듣고 계신 북한동포 분들이 부디 '아유, 이젠 많이 좋아졌어요. 돼지고기도 한 키로나 주고, 입쌀도 나눠주고, 콩기름도 한집에 두 병씩 줬어요' 라고 얘기하고 계신다면 얼마나 좋을까... 상상하면서 이만 줄일게요. 서울에서 청진 출신 방송인 조미영이었습니다.
에디터 이예진,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