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미영의 질문있어요] 북한에도 혼자 사는 1인 가구가 있나요?
2024.02.05
앵커 : 모든 것의 시작은 질문!
질문을 통해 한국사회와 한국 사람들의 생각을 전합니다.
청진 출신 탈북 방송인 조미영 씨가 진행하는 ‘질문있어요’가 이어집니다.
(음악 up & down)
“안녕하세요. 저는 서울에서 혼자 살고 있는 30대 미혼남입니다. 제 유일한 취미는 매주 금요일 '나혼자 산다'를 보면서 한주 동안의 직장 피로를 푸는 일인데요. 맥주 한잔 곁들이면서 유명인들의 혼자 사는 삶을 보고 있으면 저와는 다른 화려한 삶에 잠시 허탈할 때도 있지만, 사실 사람 사는 게 별로 크게 다르지 않구나, 오히려 공감되는 부분이 많아서 재미있게 보게 됩니다. 한국은 요즘 혼자 사는 인구가 점점 더 많아지고 있는데, 북한은 어떤가요? 북한의 젊은 사람들도 저처럼 결혼 전에 혼자 사는 경우도 있나요?”
(음악 up & down)
한국은 요즘 경제, 사회, 문화 등 모든 분야에서 1인 가구라는 용어가 자주 등장합니다. 1인 가구는 집에 사는 사람이 한 사람인 경우를 말합니다.
앞서 언급된 '나 혼자 산다'는 여기 한국의 MBC 방송사에서 매주 금요일 저녁 밤 11시쯤 방송되는 오락 프로그램인데요. 배우, 가수, 스포츠 선수 등 유명인들 중 혼자 사는 사람들이 출연해 혼자의 삶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겁니다.
자는 시간도, 아침 기상도 출연자의 일정에 따라 다 다르고, 밥이나 빨래, 청소 습관도 가지각색입니다. 그래서 누군가는 그 혼자인 삶을 자신만의 기준과 규칙으로 멋지게 살아내서 멋지다는 생각도 들게 하지만, 또 누군가는 보면서도 혀를 끌끌 찰 만큼 아주 게으르게 생활하는 경우도 있죠. 사람들은 그런 모습들을 보면서 감탄도 하고, 간혹 질타도 하면서 재미와 공감을 느끼고 있는 겁니다.
몇 십년 전만 해도 할아버지, 할머니를 모시고 살면서 자녀 수도 많아 대식구가 대부분이었던 한국에서는 급속한 경제 발전으로 도시화, 핵가족화가 되기 시작했는데요. 직계식구들만 모여 사는 핵가족이 늘면서 지금은 할아버지, 할머니를 함께 모시고 사는 경우를 보는 건 흔치 않은 일이 됐습니다.
그리고 이제는 핵가족화도 지나쳐 한국에선 벌써 10여 년 전부터 혼자 사는 인구가 급격히 늘어났는데요. 성인이 되면서 당연히 부모님 집을 떠나 독립하겠다는 젊은이들도 많고요. 직장과 가까운 곳으로 이사 나와 혼자 사는 직장인들도 있고, 학교 근처에서 혼자 사는 대학생들도 많죠.
그 외에도 결혼했다가 이혼하고 혼자 사는 경우도 있고요. 또 얼마 전부턴 나이가 드신 분들이 결혼을 졸업한다는 의미의 '졸혼'을 하시면서 60대 이상의 1인 가구 비율도 꽤 높다고 합니다.
질문자 분이 자신을 30대 미혼남이라고 소개했는데, 현국에선 1인 가구가 늘면서 결혼 적령기도 자연스럽게 늦춰지고 있습니다. 사회 발전과 함께 개인의 삶이 더 중요해지면서 남녀 모두 30대 중반까지도 결혼을 하지 않고 혼자 생활하는 미혼인 1인 가구의 수가 계속 늘어나고 있는 겁니다.
이렇게 혼자 사는 사람들의 유형은 다양하지만, 한국에서 요즘 사람들이 혼자 살고 싶어 하는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집을 자신만의 공간, 누구의 간섭도 없고, 눈치도 볼 필요 없는, 편안하게 쉬는 공간으로 생각하게 되면서 비용적인 부담을 견디면서도 혼자 살겠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그러면서 혼자 밥을 먹는 혼밥, 혼자 술을 마시는 혼술, 그리고 혼자 여행을 떠나는 혼행 등 1인 가구의 삶이 사회의 새로운 현상으로 완전히 자리잡게 된 거죠.
북한에도 1인 가구가 있냐고 물어보셨는데요. 일단 첫 번째, 1인 가구를 선택할 수 있는 도시에서는 집값이 오르고 있어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거나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혼자 살기 쉽지 않고요. 두 번째는 여성들의 경우 도둑이나 강도 등 사회 안전이 보장되지 않기 때문에 미혼인 상태에서 1인 가구를 선택하는 일은 거의 없습니다. 사회적인 시선 또한 부정적인 것이 사실입니다.
그리고 사람들, 그러니까 상품이나 서비스를 소비하는 소비자들이 원하는 것이 시장에 바로 반영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한국처럼 집의 형태, 상품, 서비스 등 1인 가구를 위한 것들이 따로 없습니다. 북한은 1인 가구로 살아가기엔 불편한 환경이죠.
무엇보다 북한에선 아직까진 개인의 공간, 개인적인 쉼보단 함께 하는 즐거움, 가족의 정이 더 편안한 일상으로 여겨지고 있는 듯 합니다. 답이 됐길 바라며 여기서 줄일게요. 서울에서 청진 출신 방송인 조미영이었습니다.
에디터: 이예진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