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10년 차이] 북 게임방 요금은 화목과 고철?

서울-박소연 xallsl@rfa.org
2024.08.26
[우리는 10년 차이] 북 게임방 요금은 화목과 고철? 서울의 한 PC방
/연합뉴스

“안녕하세요, 함경북도 무산 출신으로 올해 남한 정착 10년 차인 박소연입니다

“양강도 혜산 출신으로 이제 막 한국에 정착한 이해연입니다”

 

10년 차이로 남한에 입국한 탈북민 선후배가 전해드리는 남한 정착 이야기.

[우리는 10년 차이]

 

박소연 : 안녕하세요. 해연 씨, 제가 오늘 방송국으로 오면서 간만에 지하철을 탔어요. 12년 전만해도 지하철을 타면 주변 사람들의 옷차림도 보면서 관심을 가졌는데 요즘엔 핸드폰에 눈이 고정되어 아예 주변엔 관심도 없더라고요.

 

이해연 : 맞아요. 오히려 핸드폰을 안 보면 어색한 분위기가 되죠.

 

박소연 : 그래서 옆에 앉은 분이 핸드폰으로 뭘 보고 있는지 궁금해서 슬쩍 봤는데 게임을 하는 거예요. 그것도 머리가 희끗희끗하신 분이요. 옆에 분도 게임을 하고... 혹시 해연 씨도 게임을 좋아해요?

 

이해연 : 좋아하지만 지하철에서는 안 합니다. 왜냐면요 제가 초보라 게임에 서툴러서 집에서 몰래 합니다. 누가 보면 창피합니다. (웃음)

 

박소연 : 제가 이 얘기로 시작한 이유는 오늘의 주제가 연관이 있기 때문인데요, 바로 게임에 대해 얘기해 보려고 합니다.

 

이해연 : 남한은 애들부터 머리가 하얀 분들까지 정말 게임을 많이 하는 것 같아요. 북한은 어린애부터 20대 중반까지 게임을 주로 하지만 성인들은 하진 않아요. 중학생들이 제일 많이 하는 것 같습니다.

 

박소연 : 그렇죠? 제가 북한에 있을 때도 게임 하면 보통 10대가 많이 했어요. 20살 넘어서 게임방에 기웃거리면 어른들이 '저게 사람질 하겠니?' 혀를 찼어요. 그만큼 북한은 게임에 대해 그렇게 좋은 인식을 갖고 있진 않아요. 아이들은 아이들이어서 놀 수 있지만 게임 자체는 배부르고 할 일 없는 사람이 하는 행위라고 생각하죠.

 

이해연 : 지금도 어른들에게는 게임이 거의 사치라고 생각을 해요. 그런데 알고 보면 꼭 그런 것만은 아닌 것 같아요. 남한은 어린이들의 눈높이에 맞는 한글 맞추기 게임, 영어 자모와 영어 단어 맞추기 게임을 비롯한 교육용 게임이 많습니다. 또 남한 사람들은 회사에 출근할 때 지하철이나 버스를 타는데 평균적으로 1시간 정도 소요하는데요, 그 시간에 게임을 하는 거죠.

 

박소연 : 저도 직장을 다닐 때 대중교통을 주로 이용했는데 이동시간이 1시간~1시간 반 정도 걸렸어요. 남한 사람들은 이동 시간의 지루함을 달래기 위해 게임을 하는 경우가 많고 또 어떤 사람들은 게임을 하면 머리를 비울 수 있다는 얘길 많이 해요.

 

이해연 : 그런데 남한은 터치폰으로도 게임을 할 수 있지만 대형 화면에 연결된 개인 컴퓨터로 게임을 전문적으로 즐길 수 있는 피시방들이 전국 곳곳에 있습니다. 이제는 정말 피시방은 하나의 문화공간으로 볼 수 있는데요, 먼저 입장료를 내고 시간에 따른 사용료를 냅니다. 컴퓨터 게임은 정말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종류가 많아요. 그런 많은 게임 중 내가 원하는 것을 선택해서 하면 됩니다. 그런데 피시방은 요즘 게임을 하러 가는 게 아니라 먹으러 간다는 얘기를 합니다.

 

박소연 : 맞아요. 피시방에 들어서면 참을 수 없게 꼬부랑 국수(라면) 냄새가 진동해요. (웃음)

 

이해연 : 라면뿐이 아니라 음식 종류도 정말 많더라고요. 피시방 아니고 요리방 같습니다. (웃음) 주말에 가서 게임도 하면서 음식도 주문해 먹고, 주말을 즐기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박소연 : 개인적으로 피시방과 연관된 추억이 있어요. 남한에 온 첫해에 어떤 회사에 이력서를 보내야 하는데 집에 컴퓨터가 없었어요. 담당 경찰관한테 상황을 얘기했더니 동네 피시방에 가면 컴퓨터를 쓸 수 있으니 찾아가 보라는 거예요. 그때 처음 피시방에 갔는데, 컴퓨터 화면이 너무 큰 거예요. 자판기는 일반 사람들이 쓰는 자판기가 아니라 옛날에 무전 칠 때 쓰는 것과 비슷한 소리가 나고... 거기에 자판을 누를 때마다 불이 번쩍번쩍합디다. 머리에는 마치 무전수가 쓰는 것처럼 생긴 헤드폰을 낀 젊은 친구들이 온 정신을 집중해 게임을 하고 있었어요. 의자는 북한의 도당 책임비서도 그런 의자에 못 앉을 고급 의자였어요. 갔던 김에 한 번 앉아서 게임을 해보려고 했는데 아무것도 할 줄 몰라 자판기만 냅다 누르다가 그냥 나왔던 기억이 납니다.

 

이해연 : 그냥 뭘 타이핑하는 게 아니라 그냥 키보드만 두들겼다는 말씀이세요? (웃음) 북한에는 남한처럼 큰 컴퓨터가 없잖아요. 기껏해야 학교 컴퓨터실에는 화면 뒷면이 툭 튀어나온 구형 컴퓨터뿐입니다. 북한에서 구형만 보다가 남한의 신형을 보니까 너무 신기하기도 하고 화려한 조명도 있어서 멋있고 좋았어요. 보통 북한에서 게임을 하려면 CD 알판이나 USB에 다운받아서 해야 하고 게임 종류도 적고 제한이 많습니다. 또 인터넷이 연결이 안 되니까 할 수 있는 게임이 상당히 제한적이죠.

 

박소연 : 그런데 해연 씨, 지금 북한에 게임방이 있습니까?

 

이해연 : 북한에는 당연히 피시방은 없고 게임방 또는 휴대용 오락기 대신 노트컴이 많으니까 요즘은 아이들이 노트컴으로 게임을 합니다.

 

<관련 기사>

“게임하느라 중요 정치 행사도 나 몰라라”... 북한도 게임으로 골머리

북 지방에 스마트폰 앱 파는 ‘정보기술교류소’ 늘어

 

박소연 : 그것만 봐도 제가 있을 때보다 발전했네요. 저희 때는 노트컴이 아니라 오락기를 텔레비전과 연결했죠. 고난의 행군이 시작되면서 중국에서 대대적으로 게임기, 그러니까 북한에선 오락 기계가 밀수를 통해 들어왔습니다. 단추가 달린 오락기를 누르면서 게임을 하는... 중요한 건 오락기가 있어도 텔레비에 연결할 수 있어야 해요. 북한산 텔리비전에는 연결 단자가 맞는 게 없어서 반드시 중국 또는 일본산 외국 텔레비전이 있어야 가능했습니다. 저희 집 텔레비전이 일본산이었고, 그래서 어머니가 중국산 오락 기구를 사서 돈을 받고 아이들을 오락 시켜주는 장사를 시작했어요. 게임비는 겨울에는 화목도 받고 여름에는 고철, 밀수품도 받았죠. 게임은 보통 1-2명만 하지만 돈 없는 아이들이 구경을 하러 오니 보통 한번에 8명은 왔어요. 저는 정말 반갑지 않았지만 엄마는 돈을 벌어야 한다고 하고...

 

이해연 : 북한에선 게임을 갖고 있으면 주변에 친구들이 정말 많아요. 학교에 가면 애들이 사탕 과자를 주면서 저녁에 같이 가서 게임을 하자고 조르죠. 어떤 때는 친구들과 게임을 한참 하는데 엄마들이 전기 코드를 빼놓고 정전됐다고 거짓말을 하죠. 게임 그만하라는 거죠. 밖에 나오면 정전이라는데 다른 집에 불이 다 켜져 있던 기억이 납니다. (웃음)

 

박소연 : 한편으로는 아픈 마음도 있습니다. 게임하고 싶어 구경하는 애들은 남의 집에 가면 편안히 못 앉고 꼭 무릎 꿇고 앉아서 게임을 구경해요. 게임기나 외국 텔레비가 있는 집은 잘사는 집이라 장판도 깨끗하거든요. 그러니까 양말이 구멍 나거나 발이 더러우면 그걸 감추려고 꼭 무릎을 꿇고 앉아 게임하는 친구를 보는 거죠.

 

이해연 : 지금도 그런 상황이 많을 겁니다. 그에 비해서 남한은 게임할 수 있는 환경이 정말 좋지요. 핸드폰으로도 할 수도 있고 노트북이나 컴퓨터로 집에서 언제든지 할 수 있고, 어떤 사람들은 PC방에 가서 직접 하는 느낌이 다르다고 굳이 피시방으로 가서 게임을 하기도 합니다.

 

박소연 : 피시방 가격이 그렇게 비싸지는 않다고 들었어요.

 

이해연 : 맞아요. 시간당 한화로 천 원 정도인데요. 0.73달러에서 1.5달러 정도 합니다

 

박소연 : 이렇게 생각하면 계산이 빠를 것 같아요. 한국에서 1시간 일하면 시급으로 남한 돈 만 원을 받습니다. 그러니까 1시간 일하면 보통 10시간 동안 게임을 즐길 수 있습니다.

 

이해연 : 남한 기준으로는 적은 돈으로도 게임을 즐길 수 있는 거죠. 남한 피시방은 게임도 할 수 있지만, 일단 앉으면 컴퓨터 화면에 음식을 주문하라고 차례 안내문이 뜹니다. 종류도 다양해요. 국수, , 커피, 탄산수, 튀김 지어 돼지고기 삼겹살도 구워 주는 피시방이 있다고 들었어요.

 

박소연 : 아침에 가서 저녁까지 있어도 될 것 같은데요? 사실 저는 피시방 하면 좋은 추억보다는 아들 잡으러 다니느라 고생했던 기억이 많습니다. 아들이 사춘기가 왔는데 시간만 나면 동네 피시방에 갔어요. 아예 전화기도 꺼서 연락도 안 되니까 화가 나서 찾아 나선 적이 있습니다. 한참 공부할 나이에 게임을 그렇게 하니, 남한에 있는 피시방 다 폭파됐으면 좋겠다는 생각까지 했다니까요!(웃음)

 

중학생 자녀가 게임에 빠지면 남한 부모님들의 고민은 말로 표현하기 어려울 정돈데요. 북한도 게임에 많이 빠지는 나이대가 중학생이라고 하니 남북은 확실히 한 핏줄임이 분명합니다. 그렇다면 게임에 빠진 아이들을 구원할 확실한 방법은 없는 걸까요? 그 얘기는 다음 시간에 이어 갈게요.

 

지금까지 탈북 선후배가 나누는 남한 정착 이야기 <우리는 10년 차이> 진행에 박소연, 이해연, 제작에 서울 지국이었습니다.

 


에디터 이현주, 웹편집 한덕인

댓글 달기

아래 양식으로 댓글을 작성해 주십시오. Comments are modera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