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서울-브라보 마이 라이프] 북한 사람들을 가장 빨리 이해하는 법(1)

서울-김인선 kimi@rfa.org
2023.09.19
[여기는 서울-브라보 마이 라이프] 북한 사람들을 가장 빨리 이해하는 법(1) 지난 16일에 진행된 탈북민들과 글로벌 청년들이 함께하는 ‘추석맞이 북한송편 나눔 자원봉사’ 현장
/RFA PHOTO

안녕하세요. ‘여기는 서울’, 김인선입니다.

 

북한의 인권 개선과 탈북자 보호를 촉구하기 위해 해마다 열리고 있는 ‘북한자유주간이 시작됐습니다. 북한 인권과 관련된 행사 중 가장 큰 규모로 꼽히는 '북한자유주간'은 올해로 20회째를 맞는데요. 지난 17일 사전 행사를 시작으로 23일까지, 한미일 3국의 대북 인권단체 등이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습니다. 그 중 한 곳이 북한민주화네트워크 NK Net입니다.

 

NK Net은 지난 1999년 북한인권 문제 개선과 민주주의 실현을 목표로 설립된 단체인데요. 유엔 북한인권조사위원회(COI) 설립 10주년을 기념해 지난 13일에는 북한인권 영화 상영회를 열었습니다. 영화 상영회를 시작으로 나흘 동안 다양한 북한인권 관련 행사들을 개최했는데요. <여기는 서울>에서는 16일에 진행된 탈북민들과 글로벌 청년들이 함께하는추석맞이 북한송편 나눔 자원봉사현장을 찾았습니다. 함께 가보시죠.

 

(현장음)

 

이곳은 은평구에 위치한 한 주택가.

시끌시끌 왁자지껄한 소리가 대문 밖까지 흘러나오는데요. 웃음 소리를 따라 들어가보니 10여 명의 여성들이 모여 있습니다. 주방부터 거실까지 자 모양으로 탁자와 의자가 마련돼 있고, 방 안에도 여럿이 둘러 앉을 수 있는 상이 준비돼 있습니다. 오늘 이곳에 특별한 손님이 오기 때문에 손님맞이 준비가 한창입니다.  

 

(현장음) 이거 전기 냄비 쓰나? 안 쓰면 치우자. 왜냐면 여기 사람들이 앉아야 돼서~

 

분주한 사람들 사이로 음식점처럼 상과 탁자 등이 준비돼 있고, 열기가 후끈 느껴지는 대형 찜기도 있습니다. 대충 둘러 보면 가정집을 개조한 음식점으로 착각할 정도인데요. 찬찬히 둘러 보면 간소하지만 꼭 필요한 가전, 가구가 있고 옷가지에 화장품까지 영락없는 가정집인데요. 이곳엔 특별한 분들이 살고 있다고 하네요.

 

(인터뷰-손준호 이사장) 안녕하십니까 사단법인 하늘우산 이사장 손준호입니다. 하늘우산은 북한 변경에 있는 우리 동포들을 돕는 일과 제3국에 머물고 있는 탈북민들을 돕는 일, 그리고 한국에 들어와 있는 탈북민들을 보호하고 돌보는 일들을 하고 있습니다. 사단법인 하늘우산에서 운영하는 하늘 쉼터는 탈북민 여성 쉼터로 여러 가정 사정으로 인해 주택을 상실했거나 피치 못할 사정이 있는 분들 그리고 하나원에서 나와서 아직까지 주책을 배정받지 못한 분들을 보호하고 그분들을 도와주는 시설입니다. 직업훈련이나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서 정착할 수 있는 좋은 통로가 될 수 있는 역할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하늘 쉼터는 저마다의 사연을 가진 탈북 여성들이 잠시 쉬어가는 공간으로, 적게는 4-5, 많게는 10여 명이 함께 합니다. 평균적으로 짧게는 두, 세달 길게는 6개월 가량 쉼터를 이용하지만 이용기간이 정해진 것은 아니랍니다. 거주지가 정해지기 전까지 탈북 여성 누구나 충분히 보호받고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거죠. 오늘은 쉼터에 있는 여성들이 안주인이 되어 손님을 맞이하는 날입니다.

 

(현장음) 우리 인사말이라도 해야지. / 웰컴해~ / 하이 그러면 되나요? / 그렇게 하면 되지 않을까요? / 들어오세요. 어서 오세요. / 하이!! (웃음소리)

 

탈북 여성들이 인사말 연습까지 하고 맞이한 오늘의 손님은 다양한 피부색을 가진 외국인 청년들입니다. 청년들을 인솔하고 함께 방문한 단체는 북한민주화네트워크 NK Net인데요. 특별한 방문 목적이 있다고 합니다. NK Net 권은경 대표의 목소리로 직접 들어보시죠.

 

(인터뷰-권은경) 저희가 15일 북한 인권을 위한 세계 청년들의 청년 포럼을 열었어요. 북한 인권운동을 청년 차원에서 북한의 장마당 세대를 대상으로 어떤 활동들을 하면 더 북한 인권 개선에 도움이 될 것인가라는 토론을 진행을 했고요. 그 이후에 이 친구들을 그냥 학술적인 토론 또는 인권운동을 위한 토론, 여기에만 그칠 것이 아니라 장마당에서 그리고 각자 가정에서 북한 사람들은 어떻게 생활하는지를 좀 들어보는 그런 시간을 가지려고 쉼터에 방문했습니다. 송편을 만들고 자원봉사 활동을 하면서 같이 살을 부대끼면서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을 가지면 좋겠다라는 생각으로 이 활동을 기획했습니다.

 

쉼터에 도착한 국제 청년들은 차례대로 손부터 씻고 건네 받은 일회용 위생 모자를 씁니다.

이제부터 본격적인 행사가 시작되는데요.

 

(현장음) 북한이탈부민과 국제청년이 함께 하는 함께 하는 추석맞이 북한송편 나눔 자원봉사를 여러분의 힘찬 박수로 시작하겠습니다.

 

국제 청년들 앞에 탈북 여성들이 마주보고 앉았습니다. 송편 만들기를 처음 해보는 청년들이기에 11로 도움을 주기 위해서인데요. 본격적으로 송편을 만들기 전 행사를 마련한 재단측의 인사말에 이어 하늘쉼터를 실질적으로 운영하는 탈북여성 이보배 실장의 환영사가 전해집니다. 북한의 추석 음식에 대한 소개도 들려주는데요. 직접 들어보시죠.

 

(현장음-이보배) 여기(한국)서 추석은 명절이라고 하는데 북한에서 추석은 부모님이나 조상들이 있는 산에 가기 위해서 햇곡식을, 햇밥을 해서 제사를 드리는 날이거든요. 북한은 먹을 게 부족하다 보니 없는 분들은 햇밥 한 끼라도 부모님 상에 올리려고 노력하고 있고요. 송편은 형제들이 모이니까 같이 먹으려고 만드는 거지 상에 올리진 않아요. 절편 같은 건 상에 올려요. 우리가 오늘 송편, 순대, 인조고기밥, 두부밥 이런 것을 준비했는데요. 지방마다 달라요. 여기 오신 분들 역시 출신 지방이 다 달라서 서로 배우면서 어제부터 만들었어요. 각국에서 오신 여러분들을 모시게 돼서 반갑습니다. 환영합니다~

송편나눔7.jpg
16일에 진행된 탈북민들과 글로벌 청년들이 함께하는 ‘추석맞이 북한송편 나눔 자원봉사’ 현장. / RFA Photo

 

이보배 실장을 시작으로 이 자리에 함께 한 모두가 간략하게나마 자기 소개를 하는 시간을 갖습니다. 통역까지 거치다 보니 시간이 꽤 오래 걸렸지만 서로에 대해 조금이나마 알게 되는데요. 탈북여성들은 북한인권에 관심 갖고 이 자리까지 온 국제청년들에게 아낌없는 환호와 박수로 반가움을 표현합니다. 그에 화답하듯 서툰 한국말로 인사를 건네는 청년도 있습니다.  

 

(현장음) 안녕하세요. 저는 수잔이라고 하고요. 초대해 주셔서 좋았고 좋은 기회 주셔서 감사합니다. / 안녕하세요. 죄송합니다. 저는 한국말을 못해요. 제 이름은 나비입니다. 만나서 반갑습니다. / ~~ (박수소리) / I’m from south Africa. And I study~ / (통역) 꿈이 나중에 국제인권변호사가 되는 거래요. 그래서 지금 여러분들이 이렇게 반겨주고 열심히 활동하시는 모습들을 보면서 젊은 세대로써 큰 영향을 받았고 환영해 주셔서 감사하다고 해요.

 

나이지리아 출신의 미국인 애지, 네덜란드 출신의 수잔, 남아프리카 출신의 나비, 그리고 동독 출신의 아버지와 서독 출신의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는 독일인 니코와 또 다른 독일인 아나까지! 5명의 청년들 소개까지 끝난 후에 본격적으로 송편 만들기가 시작됩니다.

 

(현장음) 이렇게 해서요렇게! 요렇게 해서 하나씩 이렇게 넣고

 

처음부터 끝까지 ‘이렇게라는 말로만 된 설명이지만 반죽을 굴리며 송편을 만들어 가는 탈북 여성들의 손끝을 보고 열심히 따라 하는데요. 제법 그럴싸한 모양을 만들어 냅니다.

 

-Closing Music-

국제 청년들과 짝꿍이 된 탈북 여성들이 송편을 빚어내면 한쪽에선 찜기에 넣어 찌고, 또 한쪽에선 두부밥과 인조고기밥을 만듭니다. 말은 안 통해도 음식을 만들고 함께 웃으며 모두 한 마음이 되어갑니다.

 

한 나라를 가장 쉽게 이해하는 방법은 그 나라 음식을 먹어보는 것이겠죠? 과연 북한 음식 맛은 어땠을까요? ‘추석맞이 북한송편 나눔 현장이야기는 다음 시간에 계속됩니다.

<여기는 서울> 지금까지 김인선이었습니다.

 

에디터 이예진, 웹팀 김상일

댓글 달기

아래 양식으로 댓글을 작성해 주십시오. Comments are modera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