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서울] 삼계탕에 담은 탈북민들의 특별한 마음 (1)

서울-김인선 kimi@rfa.org
2024.08.20
[여기는 서울] 삼계탕에 담은 탈북민들의 특별한 마음 (1) 광명시에 거주하고 있는 탈북민들로 구성된 봉사단체인 하나향우회 봉사단이 지역 주민들을 위해 정성껏 삼계탕을 준비하고 있다.
/RFA PHOTO

안녕하세요. ‘여기는 서울’, 김인선입니다.

 

삼복 중 더위가 막바지에 왔다는 말복이 이미 지났고, 이틀 뒤엔 선선한 가을을 맞이하게 된다는 의미의 처서가 기다리고 있는데요. 그럼에도 한반도의 열기는 식을 기미가 없습니다. 서울은 한밤에도 무더위가 이어져 잠 못 이루는 열대야가 계속되고 있는데요. 기상 관측 이래 최장 기록과 함께 그 기록은 매일 새롭게 경신되고 있습니다.

 

지속되는 폭염의 열기만큼 식지 않는 열기가 또 하나 있습니다. 바로 삼계탕 나눔 열기인데요. 해마다 여름이면 남한 전역에서 지방자치단체, 봉사단체, 시민단체 별로 초복, 중복, 말복에 맞춰 삼계탕을 준비합니다. 어르신들을 비롯한 취약계층의 건강한 여름 나기를 바라면서 말이죠.

 

전국의 탈북민 단체들도 삼계탕 나눔 봉사에 적극 참여 중인데요. 하나향우회 봉사단도 그 중 하나입니다. 하나향우회는 광명시에 거주하고 있는 탈북민들로 구성된 봉사단체인데요. 올 여름에도 지역 주민들을 위해 정성껏 삼계탕을 준비했습니다. 그 현장, <여기는 서울>에서 담아봤습니다.

 

(현장음) 언니, 아직 뼈가 안 익었어. / ? / 뼈까지 익혀야 되겠다. / 뼈가 안 익었어? / 우리 먹기에는 괜찮은데 어르신들이 먹기에는 조금 더 익어야 되겠어.

 

이곳은 경기도 광명시에 위치한 한 아파트 내 상가.

 

맛있는 냄새가 건물 안에 은은히 퍼져 있는데요. 냄새를 따라가 보니 2층에 있는 국시집이 나옵니다. 식당 안에선 6-7명의 여성들이 모여 분주하게 무언가를 하고 있는데요. 이들이 바로 하나향우회 봉사단원들입니다.

 

하나향우회는 20116월에 시작된 단체인데요. 처음엔 새터민 향우회라는 이름으로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지역 주민들의 보다 나은 삶을 위해 복지서비스를 제공하는 지역사회복지관을 통해 광명시에 거주지를 배정받은 탈북민들에게 반찬 지원과 지역 안내, 도시락 배달 등의 활동을 했고요. 이후로 탈북민뿐 아니라 어려운 이웃을 돕는 일에도 앞장서며 영역을 넓혀 나갔다고 하는데요. 2015년부터 현재까지 회장을 맡고 있는 박정옥 씨에게 자세한 얘기 들어봤습니다.  

 

(인터뷰-박정옥) 그 전에는 복지관에서 봉사자가 필요하다고 요청을 했을 때만 가서 봉사를 했었던 것 같아요. 그런데 그렇게 하다 보니까 저희만의 단체성이 있었으면 좋겠고 우리(탈북민들)가 할 수 있는 것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한국(사람들로 구성된) 봉사단체들을 보니까 공모 사업에 신청해서 활동비 받아서 스스로 (봉사활동을) 다 하시더라고요. 그래서 저희도 공모 사업에 신청을 한 번 해봤어요. 제가 2015 3월달에 제가 하나향우회 회장을 하게 됐는데 그때 광명시 마을 공동체 공모 사업이라는 게 있었거든요. 그때 우리가 어떻게 활동하겠다 발표도 하고 검증도 받고 했는데 우리 북한 이탈주민들이 이렇게 해 보겠다 하니까 선뜻 기회를 주더라고요. 그 공모사업에 딱 선정되니까 고마워서 막 함성도 질렀어요.

 

한국에는 지방자치단체와 정부 부처들, 그리고 다양한 기업에서 봉사단체들을 지원해주는 곳이 많습니다. 봉사 계획서 등의 서류 작성부터 일정한 절차에 따라 사업에 선정되면 봉사활동에 필요한 지원금을 받을 수 있는데요. 하나향우회도 지역 공모사업 단체 중 하나로 선정됐습니다.

 

최종적으로 공모사업에 선정되면 지원받은 금액에 맞춰 봉사활동을 자유롭게 진행하면 되는데요. 하나향우회는 지원받은 예산에 맞춰 탈북민과 장애인, 독거노인 등을 위해 할 수 있는 최대한의 봉사활동을 해왔습니다. 한국에 정착하는 과정에서 지역 주민들에게 지원과 도움을 받았는데, 받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탈북민들도 소외되고 어려운 이웃들에게 마음을 나눌 수 있다는 것이 즐거웠기 때문이랍니다.

 

지역 공모사업의 경험을 살려 국가적으로 탈북민 지원사업을 하고 있는 통일부 산하 기관, 남북하나재단에서 선발하는 탈북민 대상의 착한봉사단 선정 사업에도 도전을 했고, 첫 해 1기부터 올해 8기까지 8년 연속 활동 중인 하나향우회인데요. 북한 음식 나누기를 하면서 지역주민들과 소통을 하고 마을공동체 활동, 장애인 돕기 등 지역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했고 꾸준히 활동을 이어가다 보니 경기도 광명시를 대표하는 봉사단체가 됐습니다.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이맘때, 장애인들과 탈북 독거노인들에게 한끼 대접하는 하나향우회의 삼계탕 나눔 봉사는 8년째 꾸준히 이어가는 활동 중의 하나라고 하는데요

 

(인터뷰-박정옥) 처음에는 150마리를 시작으로 200마리를 기준으로 했고요. 작년엔 (삼계탕) 300마리. 중간에 코로나 기간에도 포장해서 드린 거죠. 코로나의 규칙을 지키면서요. 삼계탕은 계속 빠지지 않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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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명시에 거주하고 있는 탈북민들로 구성된 봉사단체인 하나향우회 봉사단이 지역 주민들을 위해 정성껏 삼계탕을 준비하고 있다. /RFA PHOT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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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가상승 문제 등 여러 가지 상황으로 올해는 삼계탕 60여 마리를 준비했습니다.

화구에 놓인 2개의 큰 솥에서 삼계탕이 푹 익어가고 봉사자들에게는 잠시 휴식 시간이 주어집니다. 식당 의자에 앉아 찐 감자를 먹으면서 잠시 땀을 식히는데요. 봉사자 중에는 생후 6개월 된 아기를 안고 있는 분도 있습니다. 하나향우회 부회장을 맡고 있는 최은복 씨인데요. 그녀의 이야기, 직접 들어보시죠.

 

(인터뷰-최은복) 지금 아기 때문에 부회장 역할 하기는 좀 힘들고요. 그냥 받쳐 드리기만 하고 있어요. 일하느라고 (봉사활동) 할 생각은 크게 없었는데 지금 회장님이 임명되면서 권유로 참여했더니 봉사도 할 만하고 재미있어서 괜찮더라고요. / (리포터) 봉사 활동하는 게 기운이 좋은가요? 봉사 활동 열심히 하시다가 이렇게 뒤늦게 늦둥이까지 보셨다고요. / (최은복) 그럼요.(웃음) 큰 아들은 20세고 딸이 15, 얘가 지금 6개월이에요. 막내만 한국에서 태어났어요.

 

늦둥이 아들은 하나향우회의 명예 회원이라며 밝게 웃는 은복 씨인데요. 아이를 안고 함께 봉사활동에 참여할 만큼 하나향우회는 은복 씨 인생에 큰 의미를 차지한다고 합니다.

 

(인터뷰-최은복) 외롭지 않아요. 혼자라는 느낌이 안 들어요. 서로 돕기 때문에 내가 힘들 때마다 같이 찾아와서 애도 봐주고 그러니까 외로운 게 없어요. 항상 함께 해 주고 곁에 있어주고 그래서 항상 고마운 마음이에요.

 

아이를 업고 온 은복 씨를 두고 유독 타박하는 분이 있습니다. 그런데 말로는 타박을 하면서도 눈가엔 정이 가득하고 손으로는 은복 씨에게 먹을 것을 건네고 아이를 대신 안아줍니다. 알고 보니 두 사람은 친 자매라고 하는데요. 은복 씨의 언니 최순남 씨와도 잠시 애기를 나눠봤습니다. 순남 씨는 준비 중인 삼계탕이 많지 않아서 아쉽다고 하네요.

 

(인터뷰-최순남) 여기 장애인들 분 많으시거든요. 그리고 독거 노인들도 많고요. 그분들을 위해서 지금 준비를 하고 있어요. 작년에는 저희가 350마리를 준비했었거든요. 그래서 한국 어르신들도 독거 어르신을 대상으로 작년에는 다 드렸었어요. 그런데 올해는 이 정도로 밖에 못하는 거죠. 그래서 (탈북) 독거어르신들과 장애인분들께 드리려고 지금 만들고 있어요.

 

순남 씨는 지역 공공기관에서 조리사로 근무 중이라는데요. 오늘 삼계탕 봉사를 위해 하루 월차를 냈답니다. 음식 만드는 것에는 누구보다 자신이 있기에 하나향우회에서 실력을 마음껏 선보이는데요. 오늘 삼계탕 역시 최순남 씨의 진두지휘 아래 준비 중입니다.

중간중간 주방을 오가며 삼계탕 상태를 확인하는 최순남 씨. 어르신들이 쉽게 드실 수 있을 만큼 푹 익은 것을 확인하고 닭을 건져냅니다. 건져낸 닭을 큰 대야에 담아 식당 탁자 쪽으로 옮기는데요. 탁자 위에는 어느새 포장 용기가 준비돼 있습니다.

 

(인터뷰-박정옥) 코로나 시작하기 전에는 경로 식당 등 마땅한 장소를 정해서 반찬이랑 밥까지 준비해서 (선정된 분들께) 대접했어요. (직접) 차려드리고 식사 다 하실 때까지 같이 얘기도 나누고 했었는데, 코로나가 시작되면서부터 포장을 해서 집에 가서 드시는 걸로 하고 있어요. 이렇게 하는 게 건강상에도 좋으실 것 같다는 생각에 지금 포장을 해서 오늘도 이렇게 (삼계탕을) 나눠 드리려고 합니다.

 

-Closing Music-

 

김이 모락모락 나는 삼계탕이 먹음직스럽습니다. 적당히 식으면 포장 용기에 담기만 하면 될 것 같은데 봉사자들은 오히려 더 분주해 집니다. 어떤 과정이 더 남아있는 걸까요? 광명시 하나향우회 봉사단의 삼계탕 나눔 봉사 이야기는 다음 시간에 계속 이어집니다.

 

<여기는 서울>, 지금까지 김인선이었습니다


에디터 이예진, 웹편집 김상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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