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서울] 7인의 ‘MZ’ 탈북화가 (1)
2024.08.06
안녕하세요. ‘여기는 서울’, 김인선입니다.
1980년대 초부터 2000년대 초반에 태어난 2030 청년들을 남한에서는 ‘MZ세대’라고 하는데요. 이 세대의 특징은 개인의 취향과 사생활을 중요하게 여기고 수평적 문화를 선호하고 수자화(디지털) 환경에 친숙하다는 겁니다.
역사상 가장 긴 시간을 아우르는 세대답게 이들의 영향력이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예술 다양한 분야에서 나타나고 있는데요, 탈북민 MZ 세대들의 영향력도 막강합니다.
한국은 물론 국제무대에서 다양한 활약을 펼치는 탈북민 MZ들, 오늘 <여기는 서울>에서는 7명의 탈북 MZ 미술 작가를 소개합니다. 함께 모여 전시회를 열었는데요, MZ는 뭐가 좀 다를까요? 오늘 한번 확인해 보시죠.
(현장음) 전시회장 현장음
지난 6월 말, 서울의 중심가에 위치한 한 전시회장. 관람객들이 하나, 둘 모입니다. 이번 전시회를 축하하기 위한 오프닝 리셉션이 곧 열릴 예정입니다.
(현장음) 지금부터 블러썸 7인전 ‘MZ Artist from the North’의 오픈 행사를 시작하겠습니다. (박수 소리) 오늘 전시회에서는 탈북이라는 편견 없이 참여해 주신 7분의 작가님들이 아픔과 어려움을 넘어서 한 분 한 분의 아티스트로서 예술의 작품을 꽃을 피울 수 있는 그러한 마음을 담아서 기획하게 됐습니다.
이번 전시회는 ‘비로소 꽃을 피운다’는 ‘블러썸’이란 주제로 마련됐습니다. 이념과 갈등을 초월한 평화의 이야기를 예술로 꽃피운다는 의미인데요. 7명의 작가는 자신이 겪은 아픔과 어려움을 극복하고 예술로 성장하고 얘기를 작품에 담았습니다.
전시에 참여한 7명의 탈북 MZ세대 작가는 강춘혁, 심수진, 안수민, 안충국, 전주영, 조다비, 코이인데요. 해외에서 체류 중인 조다비 작가를 제외한 6명의 작가들이 관람객들 앞에 섰습니다. 이번 전시에서는 관람객들에게 작품을 설명하는 안내인, 도슨트를 작가들이 직접 맡았는데요, 제일 먼저 안충국 작가 차례입니다.
안 작가는 함경도 출신으로 15살에 한국에 입국했습니다. 올해 나이는 30살. 북한에서 보낸 시간과 한국에서 보낸 시간이 같아지는 해입니다. 미술대학을 졸업한 후 2021년부터 개인전을 펼치면서 활발하게 작품 활동을 하고 있는데요. 시멘트를 주재료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안충국 작가가 설명하는 자신의 작품 이야기, 함께 들어보시죠.
(현장음-안충국) 안녕하세요. 저는 시멘트 물성을 가지고 세상과 소통하고 있는 안충국 작가입니다. 시멘트는 아예 생명력이 없는 재료입니다. 그러나 이 재료와 소통하다 보면 텍스처 그리고 시멘트가 무언가를 복사하며 보여주는 독특한 방식이 있습니다. 그런 것들을 보면서 ‘굉장히 나와 닮았구나’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함경도에서 태어나서 여기까지 오게 되기까지 저의 정체성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자 작업을 이어왔는데요. 이 작품의 경우 ‘다른 것을 알았을 때’라는 제목으로 제가 함경도라는 작은 마을에서 살다가 두만강이라는 하나를 넘었을 때 다른 세계가 있다, 그런 기쁨을 컬러적인 부분으로 표현하다가, 요즘은 저라는 사람이 지금까지 있게 한 이유는 많은 사람들의 도움 덕분이라는 이야기를 하고 싶은데요. 그래서 이런 식으로 한 인간의 정체성을 주변의 빛으로 표현했다고 봐주시면 될 것 같습니다.
거칠고 메말라 보이는 시멘트이지만 안 작가에겐 어린 시절의 경험이 담긴 재료입니다. 또 북한, 고향이라는 장소를 표현하는 매개체이기도 한데요. 안충국 작가의 이야기를 좀 더 들어봤습니다.
(인터뷰-안충국) 제가 어렸을 때 고향에서 아버지와 같이 미장을 하고 그랬던 경험이 있는데요. 어떠한 공간이 의미를 지닌 장소가 되기 위해서는 사건들이 일어나야 하고 시간도 흘러야 하고… 그러면서 이야기가 생겼을 때 비로소 ‘장소’라는 개념이 되는 것 같습니다. 제가 살았던 고향 집도 저랑 아버지가 미장을 하고 이후, 그 위에 어떤 누군가가 낙서나 흔적… 이런 것들을 남기면 그게 모여서 ‘우리 집’이라는 개념이 생기더라고요. 그런 경험들이 저에게 누적이 돼 이런 이미지들을 만들게 되는 것 같고요. 그리고 사람의 형태를 하고 있는 이 작품은 제가 어떻게 지금까지 살아 있고 왜 존재하는지에 대한 질문을 던지면서 또 작가로서의 위치가 어디에 있는지에 대한 성찰을 하는 가운데 만들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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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심수진 작가, 심 작가가 소개되고 관람객들은 심 작가의 작품 앞으로 함께 이동합니다. 그녀는 10년 간의 투병 생활과 무명작가 생활을 했다는 설명과 함께 작품에 대한 얘기를 시작합니다.
(현장음-심수진) 남과 북의 갈라진 아픔을 표현하고자 한지를 배경으로 깔고 다시 피어난 생명력을 표현하고자 작품을 만들게 되었습니다. 저에게는 자식으로 치면 다섯 가지 종류의 자식이 있어요. 첫 번째 시작한 것이 도자기였는데~
심수진 작가는 도자기, 낙엽, 모래, 인물화, 판화, 유화 등 장르를 넘나드는 소재로 다양한 작품을 선보이는데요. 재료비에 대한 부담과 간경화로 인한 투병 생활 등 고단한 삶으로 인해 장르를 넘나드는 작품 활동이 가능했다고 말합니다.
2020년, 병원에서 주변 정리를 권유받았을 만큼 건강 상태가 악화됐고 아들이 간 이식을 해주면서 회복될 수 있었다는데요, 그녀는 작품 활동으로 힘든 시간을 견뎌낼 수 있었답니다. 심 작가는 자신에게 닥친 모든 ‘고난’을 갈라진 배경으로 표현하고 그 위에 화려하고 아름답게 피어난 ‘꽃송이’를 그려 고난을 극복해 낸 본인의 모습을 투영했습니다.
(인터뷰-심수진) 남과 북의 아픔, 고통을 배경으로 깔았고 한지를 이용해서 한국의 한과 투영해 내 모습을 보여주고자 작업을 하였습니다. 작품을 통해서 사람들에게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나를 통해서, 나 같은 사람도 이렇게 고난을 이기고 피어나듯이 사람들에게 생명을 소중히 여기고 꿈과 희망을 갖고 살아가라고, 고난 후에 피운 꽃을 이렇게 시리즈로 작업을 하게 됐어요.
이번엔 안수민 작가의 순서입니다. 안 작가는 함경북도 회령 출신으로 2011년, 17살 때 한국에 입국했습니다. 미술대학에 진학한 후 현대 미술을 전공하면서 자신의 정체성에 대한 혼란과 고민을 캔버스에 담기 시작했는데요. 그녀의 그림은 하나의 색상이 다른 색상으로 변하는 단계를 표현하는 그라데이션 기법을 즐겨 사용하고 있습니다.
(현장음-안수민) 저는 돌아갈 수 없는 옛집에 대한 그리움을 색채의 변화를 통해서 작품에 표현해 보았는데요. 안개나 구름이나 물, 이런 것에서 착안해서 배경에 많이 사용했고요. 핑크색이나 다양한 색들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고향의 함경북도 회령인데 꿈속에서 자주 집에 다시 가곤 해요. 그런 경험도 작품으로 표현하고 싶었는데 꿈에서는 아무래도 희미하거나 기억이 좀 안 나는 부분들이 있잖아요. 그런 것들을 표현하기 위해 희미하게 그라데이션으로 표현했고요. 작품을 통해서 저 자신의 정체성을 확인하고 자아와 마주하고 고향에 돌아갈 수 없는 아픔을 작품을 통해서 치유하고 해소하고 있습니다.
-Closing Music-
자신이 경험했던 삶과 그리움을 작품의 소재로 삼는 안수민 작가, 어둡기만 했던 작품의 색상은 점점 따뜻하게 변하고 있다는데요. 하늘색에서 노란빛으로 다시 노란빛에서 희색으로 바뀌는 그녀의 작품을 보면서 관람객들의 마음도 함께 움직입니다.
(인터뷰-안수민) 제 작품은 부드러운 그라데이션 기법이나 따뜻한 컬러들을 많이 사용하고 있습니다. 이번 전시는 특별히 저희 고향 출신 작가들과 함께하는 전시라서 그만큼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됩니다. 이번 전시를 통해서 삶의 위로를 전하는 시간이 되기를 바라고 관람객들에게 의미 있고 기억에 남는 시간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탈북 MZ 작가들의 삶이 작품이라는 꽃으로 피어난 전시회 ‘블러썸’! 못다한 작가들과 관객들의 이야기는 다음 시간에 이어가겠습니다. <여기는 서울>, 지금까지 김인선이었습니다.
에디터 이현주, 웹편집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