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서울-브라보 마이 라이프] 그날, 우리는 (1)
2023.11.21
안녕하세요. ‘여기는 서울’, 김인선입니다.
전 세계 각 나라별로 다양한 축제가 있습니다. 한국에서도 봄이면 꽃, 가을이면 단풍 또 지역 특산물을 주제로 크고 작은 축제가 계속되는데요. ‘통일’을 주제로 한 축제도 있습니다. 정부 부처와 시민단체가 함께 참여해 다채로운 행사를 선보이는데요. 10월 말부터 11월 초까지 열린 청년들의 통일축제 ‘유니페스타’ 현장에 다녀왔습니다. <여기는 서울>에서 소개해 드립니다.
(현장음) 자! 통일을 염원하는 마음으로 한마디 하실 분? / 통일합시다! / 우리의 소원은 통일~~
지난 10월 27일부터 11월 6일까지 11일 동안 2023 유니페스타가 열렸습니다. 청년들이 즐겨찾는 신촌, 대학로, 서대문 일대와 통일교육원, 문래도서관 등에서 다채로운 행사가 진행됐는데요. ‘유니페스타’는 어떤 축제일까요?
<통일과 나눔> 김별 매니저의 설명입니다.
(인터뷰-김별 매니저) 젊음의 통일 이야기 유니페스타는 재단법인 ‘통일과 나눔’이 주최하고 15개 단체가 함께 하고 있는데요. 올해로 2회 차입니다. 행사 슬로건은 ‘야, 진짜 통일이 미래냐?’입니다. 이 질문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축제를 함께 즐기고 젊은 세대로부터 시작되는 통일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하면 긍정적인 통일 환경을 만들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취지에서 마련된 행사입니다.
‘역사 속 통일’이라는 주제로 열리는 강연을 시작으로 북한 소재 영화를 보고 감독과 함께 이야기를 하는 토크콘서트, 통일토론대회, 통일 마당극 등 약 2주 동안 다양한 행사가 마련됐습니다. 행사는 서울 시내 곳곳에서 열렸지만 축제기간, 유일하게 5일 내내 열린 공연도 있습니다.
대학로에서 공연된 통일염원 뮤지컬 ‘그날, 우리는’ 인데요, 노래와 춤이 어우러져 남녀노소 누구나 부담없이 볼 수 있는 뮤지컬 공연은 5일 내내 전 좌석 매진을 기록했습니다. 180석 소극장이 좌석과 좌석 사이의 통로까지 관객들로 꽉 찼다고 합니다. 대본을 쓰고 노랫말도 쓰고 공연 연출까지 담당한 홍정민 감독에게 이번 공연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인터뷰-홍정민) 갑작스럽게 통일이 돼서 북한에 있는 사람이 충청도의 어느 시골 마을로 이사를 와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사실 서울 사람들이 제주도 사람들이랑도 다르잖아요. 그것처럼 남과 북은 너무 오랜 기간 떨어져 있어서 다르니까 서로 다름을 인정하고 화합의 길로 가야 된다… 제가 극을 통해 가장 하고 싶었던 얘기는 ‘서로 다르다. 남과 북은 70년 넘게 떨어져서 다를 수밖에 없다’ 입니다. 그리고 이 통일이라는 게 언제 될지 모르잖아요. 그러니까 그냥 손 놓고 아무것도 안 하는 것보단 그래도 조금 다른 서로를 이해하고 화합하는 노력을 조금이라도 하자… 그런 이야기를 전달하고 싶었습니다.
배우들의 노래로 시작하는 뮤지컬 ‘그날, 우리는’. 잠시 감상해 보시죠.
(현장음-노래) 위대한 민족이여. 다시 한번 일어나자. 5천 년 유구한 민족의 역사. 위대한 민족이여. 다시 한번 일어나자. 삼천리 금수강산. 찬란한 문화. 아시아 황금 시기. 빛나던 동방의 불. 그 등불 다시 밝혀 새 역사 쓰리라. 마지막 남은 유일한 분단국가. 38선에 가로막힌 비운의 운명. 한 맺힌 눈물로 노래를 불러보자. 다 같이 손을 잡고 한 걸음 나가자 ~~
충청도의 어느 시골 마을로 함경도 출신의 북한 남자 유민휘 씨가 이사를 오면서 뮤지컬은 시작됩니다. 그의 등장에 마을 이장은 견제부터 하는데요.
(현장음-공연) 왜 왔대유? / 왜 오다니요. 통일이 됐으니까, 북쪽에 계신 분들도 남쪽에 내려 오셔야죠. / 허구 많은데 두고 왜 하필 우리 마을로 왔대유? / 아~ 김만철 아저씨 사촌이신데 원래 남쪽에 내려오고 싶으셨대요. 그런데 만철 아저씨가 여기에 빈집이 있다고 하시니까…좋은 기회인 것 같아서 바로 내려오셨대요. / 그럼 만철이 쫒아내고 저쪽이 온 겨? 아이고~ 무섭다. 무서워. / 쫒아낸 게 아니죠. 만철 아저씨가 허락을 하셨으니까.. / 앞으로 문단속들 잘 혀~~
이장은 북한 남자 유민휘를 견제하지만 이장 딸 청이는 호감을 느낍니다. 민휘 역시 이장 딸에게 관심을 보이는데요. 무대 위 배경이 되는 서울댁의 상점 앞에서 마주한 두 사람.
게다가 남쪽에서도 느리기도 유명한 충청도 말과 말 빨리하는 것이라면 둘째가면 서러운 함경도 말!
두 사람, 대화가 잘 될까요?
(현장음-공연) 무엇을 사러 오셨어요. / 지는 사러 온 것이 아니고 아버지가 외상값 갚으라고 하셔서.. / 아~ 저는 위생종이가 다 떨어져서 위생 종이를 사러 왔어요. / 위생종이요? / 네. 에스키모 좀 드실랍니까? / 에스키모? / 찬 거 싫으면 기름 사탕이라도. / 기름사탕이요? / 아니면 가락지 빵 좀 드시갔습니까? / 가락지 빵요?
한국에서는 위생 종이를 휴지라고 하고요. 에스키모는 아이스크림, 기름 사탕은 카라멜, 가락지 빵은 도넛이라고 합니다. 이렇게 물건을 지칭하는 말은, 특히 그 물건이 앞에 있다면 대강 소통이 되지만 의미가 다르게 쓰는 단어를 잘 못 쓰면 오해를 낳습니다.
극 중 이장과 북한 남자 유민휘의 대화, 잠시 들어보시죠.
(현장음-공연) 청이 동무한테는 배울 점이 참 많은 것 같습네다. 심성도 곱고 사람이 깐깐합네다. / 그 애가 깐깐혀? / 깐깐합니다~ / 뭐가 그리 깐깐하댜. / 깐깐합니다. / 니가 깐깐하지. / 아유~ 저는 깐깐하지 않디요. / 우리 딸은? / 깐깐합니다. / 아니, 우리 딸이 뭐가 깐깐혀. 그 애가 깐깐하지 안 깐깐한지는 나중에 마을 사람들 오면 물어보자고!
북쪽 말로 깐깐하다는 행동이 세심하다, 꼼꼼하다는 뜻이지만 남쪽 말로 깐깐하다는 행동이나 성격이 까다롭다는 뜻입니다.
연출을 맡은 홍정민 감독은 남북 사람들이 서로의 말을 알아들을 수 없는 이유가 ‘시간이 없기 때문’이라고 말합니다. 관심을 갖고 알려고만 한다면 얼마든지 간극을 좁혀갈 수 있지만 그럴 시간이 남북 사람들에겐 없었다는 얘기죠. 사실 이건 홍 감독의 개인적인 경험이기도 합니다.
(인터뷰-홍정민) 제가 통일 관련된 작품들을 하기 전에는 탈북민을 한 번도 만난 적이 없었어요. 그런데 이 작품을 하기 위해서 탈북민들과 만나면서 예상보다 많이 다르다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사실 북에서 오신 분들은 말투가 좀 세더라고요. 약간 공격적으로 느껴지는 거예요. 왜 화를 내지? 싶었어요. 근데 여러 번 작업을 함께 하다 보니까 그냥 말투가 그런 것이지 화를 내고 있는 건 아니었어요. 그런데 또 말투와 다르게 마음은 더 따뜻하고… 그런 것들을 많이 느꼈습니다. 사실은 통일에 대해서 저도 아무 생각이 없었는데 ‘통일되면 엄청난 재미난, 행복한, 유쾌한 일들이 많이 벌어질 수 있겠구나’라는 생각이 많이 들었습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북에서 오신, 저는 북에서 일찍 이사 왔다고 얘기를 하는데 그분들에 대해서 많이 생각하게 됐습니다.
-Closing Music-
감독이 극을 통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관객들에게 잘 전달됐을까요? 뮤지컬 ‘그날, 우리는’의 결말은 결국 서로를 이해하는 남북 사람들을 보여주는데요. 서로 다른 언어로 갈등이 생겼던 인물들이 어떻게 오해를 풀어나가는지 나머지 이야기는 다음 시간에 전해드릴게요.
<여기는 서울> 지금까지 김인선이었습니다.
에디터 이현주,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