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서울-브라보 마이 라이프] 북한 휴대전화의 배경화면은? (2)

서울-김인선 kimi@rfa.org
2023.10.31
[여기는 서울-브라보 마이 라이프] 북한 휴대전화의 배경화면은? (2) 민간단체 ‘물망초’에서 운영 중인 ‘남북이 함께 하는 사진 교실’.
/ RFA PHOTO

안녕하세요. ‘여기는 서울’, 김인선입니다.

 

예전에는 일기를 쓰면서 하루를 기록하고 추억을 남겼다면 요즘엔 사진이 대신합니다. 타치폰이 보편화되면서 언제, 어디서든 사진을 쉽게 찍을 수 있으니까요. 게다가 인터넷 시대에 성장한 남한의 젊은 세대들은 사진을 통해 자기 자신을 표현하는 것에 거리낌이 없고 사진찍기는 하나의 놀이가 됐습니다.

 

물론 젊은 친구들에게만 해당되는 얘기가 아닙니다. 장년층들도 어디서나 사진을 찍어 인증하고, 자신과 친구들의 모습을 셀카 즉 자기 모습을 절로(스스로) 찍는 시대!

 

남북 사람들이 함께 사진 공부를 하는 강의가 마련돼 찾아가 봤습니다. 지난 시간에 이어, <여기는 서울> 사진으로 소통하고 사진을 통해 자신을 알아가는 남북 사람들의 이야기 전해드립니다.

 

(현장음) 역시 사진은 소통하지 않으면 의미가 없습니다. 나 혼자 찍고 나 혼자 컴퓨터에 넣고! 나 혼자 찍고 나 혼자 인화해서 사진을 수북이 쌓아서 책꽂이나 책상 밑 서랍에 집어 놓으면 무슨 의미가 있어요. 중요한 것은 지금 찍고 친구야! 나 어디 갔다 왔다. 여기는 꽃이 이렇게 폈고 여기는 구절초가 이뻐하면같이 가지 그랬어이렇게 하는 게 소통하는 거잖아요. 이렇게 소통하는 것이 사진이 갖는 힘이자 내 삶을 좀 더 낫게 하지 않는가

 

탈북민들의 정착지원을 위해 다양한 교육을 제공하는 민간단체 ‘물망초에서는 남북이 함께 하는 사진 교실을 운영 중입니다. 지난 106일 금요일 시작해서 1124일까지 총 8회차 수업이 진행되는데요. 4명의 강사가 2회씩 수업을 분담해서 사진 이론 교육과 실습까지 진행합니다. 담당 간사, 임충혁 씨의 설명입니다.

 

(인터뷰-임충혁) 사진 교실에 참여하시는 강사님들은 전문 사진작가로 일하시는 분들이시고요. 사진 교실에 참여하시는 수강 인원은 20명이고요. 남한분이 9, 북한이탈 주민분이 11명 계십니다. 연령대는 50대 이상! 저희가 연령을 딱 50대 이상이라고 정한 건 아니고 성인 북한이탈 주민 또 남한 주민을 모집했는데 50대 이상 분들이 많이 지원했습니다.

 

남북이 함께 하는 사진 교실사진을 통해 남북 사람들이 가까워지고 소통해 보자는 목표를 갖고 만들어졌는데요. 참가자들은 어떻게 느끼고 있을까요? 남한 참가자 이현희 씨의 얘기를 들어봤습니다.

 

(인터뷰-이현희) 수업 진도가 이제 초반이고 개인적인 친밀도를 이렇게 많이 할 수 기회는 많이 없었어요. 그런데 쉬는 시간이나 아니면 짬짬이 서로 이야기하는 과정에서 여기서 무슨 음식 좋아하세요? 사진 찍으면 어떻게 찍어요서로 물어보면서 그러면서 좀 가까워진 것 같아요. 지난주에는 작가님께서 사진 찍어드릴 테니까 나오라고 했는데요. 처음엔 망설이다 용기를 내서 나갔 거든요. 직접 참여하게 되니까 입꼬리 올리세요’, ‘눈 좀 크게 뜨세요이러면서 서로가 서로에게 얘기해 주고 나중엔 이분들도 안경 빌려주세요’, ‘잘 나온 것 같아요그렇게 하면서 더 많이 이야기하고 굉장히 그 과정이 재밌어요. 사진에 대해 문외한이긴 하지만 서로 친밀도가 향상되고 어떤 하나의 목표를 향해서 같이 나아간다는 것에 공감대가 크고요. 함께 한다는 말이 있잖아요? 자연스럽게 서로 간에 또 문화 소통도 되고 좋습니다.

 

청진 출신 김희연 씨에게는 무언가 배운다는 이 기회가 값집니다. 특히 희연 씨가 고향을 떠날 때만 해도 사진은 특별한 날에만 찍는 것이었고 사진 찍기 역시 고급 기술이었습니다. 그런 사진을 배울 수 있다니, 희연 씨는 용기를 냈습니다.

 

(인터뷰-김희연) 사진 교실을 처음 접해서 했어요. 북한에서는 접하지 못한 교육이라 많이 배워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남한에 온 지 20년이 됐지만 한국에 와서 뭔가를 배운 적은 없어요. 지인을 통해서 여기(사진교실)를 들어오게 됐고 물망초를 다니면서 여러 가지 많이 배웠어요.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장소다 보니까 또 사람들을 통해서 많은 것들을 접할 수 있어서 이 활동이 저는 너무 좋은 기회입니다.

 

수업은 사진 이론과 진짜 사진 찍기가 병행됩니다. 인물, 자연, 사물 등 2주 마다 주제도 달라집니다. 그리고 이렇게 찍은 사진으로 전시회도 계획하고 있습니다. 임충혁 간사의 설명, 다시 한번 들어보시죠.

 

(인터뷰-임충혁) 첫째 날 수업에서는, 인물 사진을 찍기 위해서 구도나 빛의 밝기 이런 이론 수업을 한 주 진행했고요. 2주 차에는 배운 기술을 가지고 직접 찍어보는 식으로 수업이 진행됐고요. 3주 차, 4주 차는 주제가 바뀌어서 자연입니다. 자연을 찍을 때는 빛의 영향이 중요하기 때문에 그 빛을 어떻게 조절하는지에 대해서 이론 수업을 먼저 하고 그다음 주에 실습수업을 진행하게 됩니다. 마지막 7, 8주 차에는 본인들이 직접 사진을 찍는 거죠. 세 가지 배운 이론에 맞춰서 인물, 자연, 사물 사진 한 장씩, 본인이 찍은 사진 중에 가장 잘 나왔거나 의미가 있는 사진을 저희한테 보내주시면 저희는 그걸 가지고 전시회를 기획하고 있습니다.

 

희연 씨는 잘 배워서 찍어보고 싶은 사진이 있습니다. 어린 시절 견학으로 갔던 백두산 그리고 한국의 관광지를 카메라에 담고 싶다고 하는데요. 통일되면 그 사진을 고향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싶다는 꿈도 있습니다.

 

(인터뷰-김희연) 중학교 3학년 때 백두산에 갔다 왔거든요. 견학으로요. 그때 백두산은 갔지만 못 찍었잖아요. 사진을 좀 잘 배워서 백두산을 멋있게 찍어서 사진 액자를 집에 걸어 놓고 싶어요. 그때 중학교 3학년 때는 카메라 같은 것도 없었고 어리니까 그냥 올라가서 보고 멋있다고 이렇게 흘러 보냈는데 나이가 드니까 그런 것도 후회돼. / (리포터) 쉽게 사진을 찍게 될 수 있다면 어떤 사진을 핸드폰으로 가득 채우고 싶으세요? / (김희연) 제가 보니까 관광지가 내가 모르게 많은 것 같더라고요. 그러니까 그런 관광지들을 돌아보면서 멋있는 풍경 같은 거.. 찍고 싶어요. 이런 좋은 것들 많이 찍어서 그걸 이제 다 사진으로 뽑아 둘 겁니다. 그래서 나중에 문이 열릴 때 북한의 친척들이나 형제들한테 이렇게 다 보여주고 싶어요.

 

회령 출신의 김소현 씨는 한국의 도시를, 특히 자동차가 가득 찬 도로를 카메라에 담고 싶답니다. 그리고 가능하다면 그 사진을 북한에 보내고 싶다는데요. 소현 씨의 이야기, 직접 들어보시죠.

 

(인터뷰-김소현) 어떻게 앉아서 구도를 어떻게 잡는가에 따라서 사진이, 사람이 다르게 나오잖아요. 그런 기술적인 부분을 조금이나마 알게 되니까 사진을 들여다보는 관점이 달라지는 거예요. 그래서 확실히 뭐든 배워야 하겠다는 걸 느끼게 됐습니다. / (리포터) 사진을 배워서 꼭 찍어보고 싶은 사진이 있다면요? / (김소현) 풍경이요. 저는 대한민국에 와서 제일 크게 놀란 것이 차입니다. ! 북한은 자기 개인 소유의 자동차가 없잖아요. 여기 와서 승용차가 많은 거 보고 너무 놀랐는데 도로 한복판에 승용차가진짜 차 막힐 때 기가 막히죠. 특히 밤에 그 자동차의 전조등 불빛을 보면 너무 황홀한 거예요. 대한민국의 그런 모습을 찍어서 (북한에) 보내고 싶어요. 북에는 사진기가 없잖아요. 사진사 외에는 사진기가 없어요. 저는 카메라를 만져도 못 봤어요. 대한민국에 와서야 스마트폰으로 사진을 찍어봤지 사진기를 만져보지도 못했어요.

 

-Closing Music-

김소현 씨는 수시로 타치폰의 카메라를 켜서 사진을 찍습니다. 덕분에 타치폰 안에는 수많은 사진이 저장돼 있다는데요. 풍경 사진, 친구들 사진 그리고 소현 씨 본인 사진도 꽤 많답니다. 사진을 찍는 게 즐겁다는데요. 오늘이 가장 젊은 날이기 때문에 바로, 지금, 많이 찍어 둬야 한다고 말하네요.

 

(인터뷰-김소현) 점점 나이 들면 늙어가는 모습이 안 좋잖아요. 한 살이라도 젊었을 때 더 멋있는 사진을 남기고 싶은 거죠. 먼 훗날에 사진 보면서 나도 이럴 때가 있었구나. 얼마나 사진 보면 즐거워요.

 

소현 씨가 사진을 더 잘 찍고 싶은 또 다른 이유! 언젠가 북한에 남아있는 두 딸을 만났을 때 예쁘게 사진을 찍어주고 싶어서랍니다. 소연 씨의 타치폰 사진첩에 두 딸의 사진이 가득 차는 그날을 기다리며 오늘 <여기는 서울> 인사드립니다. 지금까지 김인선이었습니다.

 

에디터 이현주, 웹팀 김상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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