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서울-브라보 마이 라이프] 아는 사람 되기 (2)

서울-김인선 kimi@rfa.org
2023.09.12
[여기는 서울-브라보 마이 라이프] 아는 사람 되기 (2) 연극 ‘아는 사람 되기’ 출연진이 관객과 대화를 하고 있다.
/ RFA PHOTO

안녕하세요. ‘여기는 서울’, 김인선입니다.

 

우리는 일상생활 속에서도 ‘아는 사람이라는 말을 흔히 사용합니다. 그렇지만 그 아는 사람의 기준은 명확하지 않습니다. 흔히 한 번도 만나 본 적 없는 유명 가수나 배우도 안다고 말하니까요.

 

누군가를 안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또 얼마큼, 무엇을 알아야 아는 사람이라 말할 수 있을까? 연극 아는 사람 되기는 바로 이런 질문에서 시작한 작품입니다. 지난 825일부터 93일까지 열흘 간 공연한 아는 사람 되기’, 공연 현장을 찾았는데요. 오늘은 관객들의 이야기 그리고 연출진과 배우들의 못다 한 이야기를 담아 봅니다.

 

(공연 현장음) 여기, 우리가 있습니다. 여기 있는 우리는 후천성 분단 인식 결핍 증후군남북 관계그리고 아는 사람 되기라는 소재를 바탕으로 자신의 이야기와 자신의 이야기가 아닌 것을 결합하여 여러분께 들려드릴 예정입니다. 일종의 옴니버스식 구성이죠.

 

연극 ‘아는 사람 되기는 세 사람의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작품 제목에서 이미, 연극에서 전하고자 하는 목표를 명확히 알려주는데요. 우리가 서로 알아가야 한다는 거죠. 극을 쓴 이은진 씨와 연출을 맡은 심재욱 씨의 이야기, 직접 들어보시죠.

 

(인터뷰-이은진) 북한이라는 국가 혹은 존재가 저한테 너무 아는 사람이 아닌 거예요. 사람으로 치면 너무 모르는 너무 미스터리한 존재. 다시 말해 물리적으로는 가장 가까이 있는데 심리적으로는 가장 먼 곳이 바로 북한이었거든요. 그래서 안다는 게 여러 가지 의미가 있는 것 같아요. 아는 사람이 된다는 것은 관계를 맺는다라는 의미가 있고 또 그리고 무언가를 알게 되는 것이라는 의미도 있습니다. / (심재욱) 잠깐 첨언하자면 나와 반대쪽에 있는 사람이 거기 있었구나, 나도 여기 있는데최소한 그런 존재 자체가 있다는 것만이라도 인식하고 살자는 의미입니다.

 

연극 ‘아는 사람 되기는 은영, 재석, 현주 세 사람의 이야기로 구성됩니다. 탈북민 역할에 충실하고자 실제 탈북민을 만나 연기 연습을 하게 된 배우 은영의 이야기, 정치적 견해 차이로 아버지와 멀어진 아들 재석의 이야기 그리고 아이와 촛불집회에 나갔다가 태극기 부대 할아버지와 얽히게 된 젊은 엄마, 현주 이야기가 합해져 한 편의 극이 되는 형식입니다.

 

세 개의 이야기는 두 가지 점에서 연결 고리가 있습니다. 우선 세 개의 이야기는 우리가 모르는 사이 일상에서 영향을 주는 남북의 분단 현실을 반영한다는 점입니다. 주인공 세 명은 모두 그들과 반대되는 사람을 만나, 그들을 결국 알고 이해하게 되는데요, 그 대립 자체도 남북 분단의 상황과 관련이 있습니다.

 

(공연 현장음) 나는 우리 할아버지가 외면당했다고 생각해. 후손들에 의해서.. 우리 할아버지도 학살로 돌아가신 거잖아. 근데 그의 아들은 그 또 다른 학살자랑 골프를 막 치고 다녔다는 거지.

 

연극의 막이 내리면 배우와 연출진은 관객들과 마주 앉아 연극에 대한 대화를 나눕니다. 제가 찾아간 날은 연기를 전공하는 학생 20여 명이 단체 관람을 했는데요. 이날도 관객과의 대화 자리가 마련됐습니다.

 

(현장음) 작 연출을 맡은 이은진입니다. 반갑습니다. / 저는 공동 연출을 맡은 심재혁입니다. 반갑습니다. / 노인 역을 했던 김필주입니다. / 미모 역할의 김보나 배우입니다. / 재민 역할의 박성민입니다.

 

관객들과의 대화 시간은 15!

길지 않은 시간이기에 서둘러 질문하고 답변하는데요. 그 현장, 잠시 들려드립니다.

 

(현장음) (이은진) 재미있게 보셨어요? 이해는 되셨어요? / (관객1) 너무너무 재밌었어요. 남북통일이라는 주제를 옛날부터 많이 생각해 보기도 했고 개인적인 생각이 좀 많았는데 공연을 보면서 제가 미처 생각하지 못한 부분들을 봤습니다. / (이은진) 저희가 더 집중했던 것은 분단이었어요. 남과 북도 분단의 상황 속에 있지만 우리 일상에도 남북의 분단으로 인한 영향이 알게 모르게 많이 녹아 있구나 알게 됐죠. / (관객2) 아버지랑 아들이 전화 통화를 했잖아요. 그것도 남북에 관해서, 분단이 다시 통일되는 것을 표현하신 건지… / (배우 김필주) 해석하기에 나름인 것 같습니다. 일단 분단으로 접근해서 봤을 때는 부모와 자식 간의 서먹한 관계가 남북 간에도 적용이 된다고 봐요. 그런데 이 극에서는 분단이라는 영향을 안고 할아버지, 아버지, 나까지 이렇게 쭉 연결된 이야기들이 숨어져 있죠

 

이은진 작가는 작품을 통해 ‘아는 사람이 되기 위해선 넘어서야 할 여러 장애물이 있다는 것을 전하고 싶었다는데요. 대표적인 장애물은 편견, 선입견, 의심이라고 말합니다.

 

실제로 극 속에서 주인공 세 사람 모두, 누군가를 알아가는데 자신이 가진 선입견, 편견, 의심이라는 장애물을 마주치게 됩니다. 이런 장애물을 넘지 않으면 결국 누군가를 제대로 알 수 없다는 메시지가 연극에 담겼습니다. 실제 관객들은 연극을 어떻게 봤을까요? 대진대학교 1학년 김시우 학생입니다.

 

(관객) 제일 기억에 남는 거는 제일 마지막에 했던 이야기예요. 요즘 뭔가 얘기가 많이 나오잖아요. 전쟁이 안 나면 좋지만 뭔가 요즘 러시아 문제도 있고 남북 사이에서도 미사일도 발사하고 무서운 상황이었잖아요. 그거에 대해서 가족들이랑 얘기하곤 하는데 (연극 내에서) 살짝 저희 가족의 모습도 보여서 기억에 제일 많이 남았습니다. 인상 깊게 들었던 대사가 있는데 현주가 마지막에 그 할아버지는 내 딸을 납치하지 않았다라는 대사요. 이 말에 모든 게 압축된 것 같아서 그게 굉장히 좀 기억에 많이 남았었던 것 같습니다.

 

관객이 제일 기억에 남는다는 마지막 현주의 이야기는 촛불 집회에 나갔던 현주가 자신의 아이를 잃어버리고 그 아이를 데리고 있었던 보수 태극기 할아버지를 오해하면서 생기는 소동을 담고 있습니다. 현주는 자신이 그토록 싫어하는 태극기 할아버지가 아이를 보호해 줬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싶지 않아 하죠. 그러나 그것은 자신의 선입견과 편견이 만들어낸 오해였으며 오해를 풀지 않았던 건 결국 본인이었습니다.

 

(공연 현장음) 과연 그 사람한테서 어떠한 악의가 없었을까.. 한순간 한순간을 곱씹어 보았습니다. 그 노인은 우리 우주를 납치하지 않았다! 이 사실을 인정하는 게 너무 싫었습니다.

 

나와 다른 편을 가르고 상대편에 대한 편견과 혐오의 모습을 보이는 현주를, 재석을, 은영을 관객들은 낯설어하지 않습니다. 그 어디엔가 분명 우리의 모습이 숨어있으니까요. 출연한 배우들도 연극이 전하는 메시지의 무게를 공감합니다. 이번 연극에서 재석의 아버지 역으로 열연한 탈북민 배우 김필주 씨입니다.

 

(인터뷰-김필주) 저는 사실은 현주의 장면을 그냥 현주 장면으로 안 보거든요. 어쩌면 제가 남한 사회 또는 또 다른 누군가에게 편견, 혐오 이런 걸 안고 살지는 않는지 그리고 현주처럼 좀 자각하고 뭔가 성찰을 해야 되는 부분들이 분명히 있을 텐데 그건 뭘까이런 것들에 대해 자극을 주는 장면이라서 개인적으로는 제일 좋아합니다. 이 작품을 통해서 (관객들이) 좀 머리가 복잡했으면 좋겠어요. 생각할 게 좀 많아졌으면 좋겠고 그게 탈북민이 됐든 남과 북의 문제가 됐든 그냥 일종의 사회, 정치 이런 갈등의 문제가 됐든 간에 각자 자기 위치에서 이런 부분을 놓치고 살지 않았나 이런 고민을 가져갔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Closing Music-

어려운 연극이었습니다. 하지만 연극이 주는 메시지는 단순합니다. 나와 생각이 다른 사람들이 있다는 걸 인정한다면 누군가를 조금씩이나마 잘 알아갈 수 있지 않을까? 그러니까 서로 다른 우리가 함께 잘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은 바로 서로가 서로에게아는 사람 되기인 것이죠. 남북의 모든 사람이 아는 사람 되기 이야기를 만들어 볼 수 있길 희망하며 <여기는 서울> 지금까지 김인선이었습니다.

 

에디터 이현주, 웹팀 김상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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