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서울-브라보 마이 라이프] 아는 사람 되기 (1)

서울-김인선 kimi@rfa.org
2023.09.05
[여기는 서울-브라보 마이 라이프] 아는 사람 되기 (1) 지난 8월 25일부터 9월 3일까지 대학로예술극장에서 공연한 극단 바바서커스의 ‘아는 사람 되기’
/사진제공: 바바서커스

안녕하세요. ‘여기는 서울’, 김인선입니다.

 

다가오는 추석 명절을 앞두고 한국 영화 3편이 동시에 개봉을 앞두고 있습니다. 추석 연휴는 관객을 끌어모으기 가장 좋은 시기이긴 하지만 관객 분산으로 어떤 영화도 흥행하지 못할 것이란 전망도 있습니다. 하지만 관객들 입장에서 분명 골라보는 재미가 있는데요, 영화 세 편 중 하나는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입니다.

 

<여기는 서울> 오늘 이 시간에는 연극을 한 편 소개하려 하는데요. 이 작품 역시 실화를 바탕으로 했습니다. 제목이 아는 사람 되기’, 분단과 남북 관계 등 남북 사람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를 담았습니다. 공연 현장, 함께 가보시죠.

 

(현장음1-1) 공연 시작 알림음

지난 92일 토요일. ‘아는 사람 되기아홉 번째 공연의 막이 오릅니다. 공연 시작을 알리는 종소리가 들리고 곧이어 배우들이 등장하는데요. 대사 한 마디 없이 이렇게 각자 목을 풀기만 합니다.

 

(현장음1-2) 공연 현장음 : 아아~~~~~

 

평범하지 않은 시작에 관객들은 한순간, 무대에 집중합니다. 그리고 배우들은 3-4초 간의 정적 후 반주없이 노래를 부르기 시작합니다.

 

(현장음1-3) 아아 우리 대한민국. 아아 우리 조국. 아아 영원토록 사랑하리라. 우리 대한민국. 아아 우리조국. 아아. 영원토록 사랑하리라.

 

무대 위에 배우들 외에 아무것도 없습니다. 어둠이 채운 빈 무대에서 시작하는 아는 사람 되기는 어떤 연극일까요?

 

(인터뷰-이은진) 저는 아는 사람 되기에 작, 연출을 맡은 극단 바바서커스의 이은진입니다. ‘아는 사람 되기아는 사람이 되는 게 무엇인가?’라는 화두에서 출발해서 남북 관계를 기본 전제로, 그러니까 분단의 상황이라는 걸 기본 전제로 그게 우리 일상 안에 어떤 식으로 녹아 있는지 살펴보는 공연이기도 하고요. 그리고 함께 잘 살아감의 의미가 무엇일까? 그리고 그 공존의 과정에서 넘어서야 될 것들이 무엇인가?, 이런 의문들을 극으로 풀어낸 작품입니다.

 

극단 바바서커스는 남북관계, 전쟁과 평화, 분단을 주제로 작품 활동하고 있는데요. ‘아는 사람 되기는 지난해 입체낭독극 형식으로 한 차례 공연된 작품을 올해 연극으로 만든 겁니다.

아는사람되기_서울공연 (4).jpg
지난 8월 25일부터 9월 3일까지 대학로예술극장에서 공연한 극단 바바서커스의 ‘아는 사람 되기’ /사진제공: 바바서커스

 

독립된 몇 개의 짧은 이야기를 주제나 인물로 연결해 한 편의 작품으로 만드는 옴니버스 형식의 극인데요. 은영의 아는 사람 되기, 재석의 아는 사람 되기 그리고 현주의 아는 사람 되기, 이렇게 3개의 이야기로 이뤄져 있습니다.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연극! 잠시 감상해 보시죠.

 

(공연 현장음) 저는 2010년에 대한민국에 왔어요. 오빠가 먼저 한국에 들어간 상태였는데 오빠 전화를 받은 어머니가 어느 날 갑자기 지금 가자이러시는 거예요. ‘네 오빠가 사람이며 돈이며 다 준비해 놨다. 오늘 밤에 출발하자저는 몸도 마음도 준비된 상태가 아니었어요. 한국에 갈 마음이 없었어요. 고향에 내 일도 있고, 집도 있고, 무엇보다 애인이 있었어요.

 

시작은 한 여성의 탈북 이야기입니다. 사랑하는 사람을 두고 엄마 손에 이끌려 고향을 떠난 여자

 

(공연 현장음) 국경 근처에서 엄마만 보내고 다시 돌아올 요량으로 따라나섰습니다. 그런데 어머니가 이겼습니다. 일이 얼마나 갑작스럽게 돌아가느냐 하면 그때 당시에 제가 하이힐을 신고 있었거든요. 나는 탈북하는 줄 몰랐으니까 평상시에 신던 구두를 신고 있었던 거죠. 브로커를 만나서 거기 살림집에서 밤까지 숨어 있었어요. 그리고는 군인들이 와서 우리 모녀를 안내해 줬죠. 어머니, , 군인 이렇게 일렬로 쫙 서서 마치 순찰 나가는 것처럼 발을 맞춰서 걸었습니다.

 

여성이 신고 떠난 뾰족구두 하이힐을 비롯해 첫 번째 이야기엔 배우들의 신발이 자주 등장합니다. 이은진 작가는 신발은 우리가 어디를 가는지 알려주는 지표라고 설명하는데요. 그래서 신발은 길고 험난한 여정을 상징합니다. 두만강을 건널 때는 신발로 물결을 표현했고 한국에 정착할 때는 신발을 벗고 던졌고, 한국 사회에서 느끼는 차별 앞에선 신발을 다시 찾아듭니다.

 

(공연 현장음) 정말 그렇게 힘들어? / 사람들이 정말 굶어 죽어? /  김일생 죽었는데 왜 우냐? / 김정은이 정말 좋아?  자유 있으니까 너무 좋지?

 

첫번째 편은 은영의 아는 사람 되기. 연극배우인 은영이 탈북 여성인 미모를 만나 우정을 쌓아가는 이야기입니다. 은영은 한 연극에서 북한 사람 역할을 맡아 미모에게 사투리를 배우는데요, 은영의 주변 사람들은 미모에 대한 선입견을 감추지 않습니다. 첫번째 편, 은영의 이야기는 출연 배우가 경험한 실제 이야기를 바탕으로 극본을 썼다는데요. 은영과 미모를 통해 관객들은 북한에 대해 그리고 탈북민에 대해 갖고 있는 편견이 있나 생각해 보게 됩니다.  

 

미모 역할을 한 배우 김보나 씨는 관객들이 미모를 우리 가까이에 있는 사람으로 기억해 달라고 당부하는데요. 보나 씨의 이야기 직접 들어보시죠.

 

(인터뷰-김보나) 미모가 우리와 똑같은 사람이고, 여러 가지 것들을 느끼고 있고, 다양한 꿈을 꿀 수 있고, 다양한 자기의 지향성이나 목표를 갖고 살아가는 그냥 내 옆의 누구로 그렇게 느꼈으면 좋겠어요. 내 친구, 동료, 이웃으로 느꼈으면 좋겠다는 의미입니다. 그래서 막연히 갖고 있는 선입견의 질문들 말고

조금 더 구체적인 한 인간에 대한 질문을 던질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두 번째 편은 ‘재석의 아는 사람 되기입니다. 중년이 된 재석과 노인이 된 그의 아버지의 이야기인데요. 6.25 전쟁에 따른 이념의 차이, 분단국가라는 이념 속 가족 간의 갈등을 그립니다. 사상에 대한 이야기가 다소 무겁게 여겨질 수 있지만 재석과 사촌동생의 술자리 장면 속에서 웃음과 함께 유쾌하게 또 진솔하게 그려집니다. 극 후반 재석은 아버지를 조금씩 이해하는데요. 그 모습을 통해 관객들은 누군가를 안다는 게 어떤 의미인지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설령 그 아는 사람이 가족이라도, 우리가 이해하고자 노력하지 않으면 정작 우리는 누구도 제대로 알지 못한다는 의미입니다.  

 

아는사람되기_서울공연 (30).jpg
지난 8월 25일부터 9월 3일까지 대학로예술극장에서 공연한 극단 바바서커스의 ‘아는 사람 되기’ /사진제공: 바바서커스

 

(공연 현장음) 아 그러니까 우리 할아버지는 좌로만, 좌회전만 그냥 씨앗을 먹고 한 거고 큰 할아버지는 또 우회전만 그냥 옹호한 거야. 그냥.

 

마지막 세 번째 편은 서로 다른 정치색으로 상대방을 혐오하는 사람들의 이야기입니다. ‘현주의 아는 사람 되기인데요. 진보 성향을 가진 현주가 시위 현장에 아이를 데리고 갔다가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았습니다.

 

아이가 길을 잃은 줄 알고 보수 성향을 가진 태극기 부대 노인이 아이를 좀 더 안전한 곳으로 데리고 가는데 현주는 그 모습을 오해합니다. 싸움으로 분주소(파출소)까지 가면서 오해는 결국 풀리지만, 현주는 오해였다는 사실을 받아들일 수 없습니다.

 

(공연 현장음) 경찰서를 빠져나와서 그 할아버지를 바래다 드리던 그 순간에도 저는 저 사람은 태극기 부대이고 저 사람은 젊은이의 죽음에도 눈 하나 까딱 않는 노인네일 뿐이다이렇게 정신을 쥐어 잡았습니다. 그리고 집으로 돌아와서도 과연 그 사람한테서 어떠한 악의가 없었을까 한순간 한순간을 곱씹어 보았습니다. 그 노인은 우리 우주를 납치하지 않았다! 이 사실을 인정하는 게 너무 싫었습니다.

 

-Closing Music-

공연장에 100여 명이 넘는 관객이 연극을 보고 있다는 게 믿기지 않을 만큼 정적이 흐릅니다. 아마도 다들 깊은 생각에 빠진 것 아닐까요? ‘아는 사람 되기를 관람한 관객들의 이야기 그리고 연출진과 배우들의 못다 한 이야기는 다음 시간에 이어집니다. <여기는 서울> 지금까지 김인선이었습니다.

 

에디터: 이현주, 웹팀: 이경하

댓글 달기

아래 양식으로 댓글을 작성해 주십시오. Comments are modera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