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서울-브라보 마이 라이프] 내가 나누며 얻는 것들 (1)

서울- 김인선 kimi@rfa.org
2024.05.21
[여기는 서울-브라보 마이 라이프] 내가 나누며 얻는 것들 (1) 나눔실천 탈북민임원들(우측부터 세명)
/ RFA PHOTO

안녕하세요. ‘여기는 서울’, 김인선입니다.

 

5월을 표현하는 단어가 참 많습니다. 사계절 중 가장 아름다운 자연을 만날 수 있어서 계절의 여왕이라고 표현하기도 하고요. 남한의 경우 어린이날, 어버이날, 부부의 날 등 가족을 위한 날이 많아서 가정의 달이라고도 합니다.

 

이뿐만이 아닙니다. 1일 근로자의 날, 15일 스승의 날까지 5월엔 가족을 포함한 공동체의 화합과 행복을 위한 기념일이 많은데요. 그렇기 때문에 더 외로운 사람들도 있습니다. 함께 할 수 있는 가족이 없기 때문에 말이죠.

 

그래서 많은 기업체와 기관들 그리고 여러 봉사단체마다 소외된 이웃들을 위한 다양한 사업을 펼치는데요, 이들은 5월을 봉사의 달이라고 말합니다.

 

오늘 <여기는 서울>은 마음의 온기가 필요한 곳을 찾는 사람들과 동행했습니다. 특별한 5월을 선물하는 사람들, 함께 만나보시죠.

 

(현장음) 운동장에서 아이들 노는 소리

 

이곳은 서울 마포구 상암동에 위치한 아동복지시설 삼동보이스타운.

지난 511일 토요일 오전, 민간 단체 한민족 통일여성협의회 임원진들이 이곳을 찾았습니다. 가정의 달을 맞아 소외된 이웃을 찾아보는 활동이라는데요, 임원진 중엔 탈북민도 여럿 포함돼 있습니다. 한민족 통일여성협의회 안준희 총재의 이야기, 먼저 들어봤습니다.

 

(인터뷰-안준희 총재) 중앙, 수도권 임원들 위주로 저희가 지금 14명 정도 왔는데 그중에 탈북민이 세 분이 계십니다. 여기 오신 분들은 세 분이지만 탈북민 임원이 총 7명 있습니다. 오늘 여기 오신 분들은 탈북민들 중에서도 굉장히 모범적으로 귀감이 되는 삶을 사세요. 그래서 제가 우리 협회를 찾는 탈북민들에게 늘 이분들처럼 살았으면 좋겠다고 강조하고 있어요. 우리 먼저 온 통일이라고 말하는 탈북민 임원들께서 이렇게 귀한 시간 함께 해주셔서 감사하고 그렇게 모범적으로 사는 모습들이 또 이렇게 탈북민들이 정착하고 사는 데 굉장히 도움이 될 것 같아요. 앞으로도 우리가 탈북민과 더불어서 더 잘 살고 이렇게 통일을 준비하는 데 더 많이 기여했으면 좋겠습니다.

 

오늘 봉사활동은 복지시설에 있는 아이들에게 맛있는 점심 준비해 주기!

이 시설은 부모가 없거나 가정 해체로 부모와 함께 살지 못하는 남자아이들이 생활하고 있는데요, 한민족 통일여성협의회 임원들은 오늘 아이들이 좋아하는 음식을 준비했습니다.

 나눔실천_과일샐러드 만드는 모습.jpg

과일샐러드 만드는 모습. / RFA PHOTO

(인터뷰-안준희 총재) 오늘은 모든 식재료부터 다 저희가 준비 준비했는데요. 상추 씻는 팀, 샐러드 만드는 팀, 삼겹살 굽는 팀 이렇게 해서 아이들이 좋아하는 위주로 삼겹살 파티를 준비했어요. 맛있는 점심을 아이들한테 제공해 주기 위해 특별하게 신경을 썼어요. 아이들이 좋아하는 장난감 로봇, 조립하는 장난감도 있고 여기에서 필수적으로 쓰는 세제도 있고 다양하게 준비해 왔어요.

 

한민족 통일여성협의회 임원진들은 해마다 5월이면 삼동보이스타운을 방문합니다. 올해로 7년째인데요. 선물과 생필품 전달보다 더 공을 들이는 것이 바로 아이들의 점심 식사입니다.

 

(현장음) 식당에서 음식 준비하는 소리

 

점심시간에 맞춰 삼겹살 파티를 준비하느라 분주한 사람들!

하루 전날 수확한 쌈 채소부터 삼겹살과 과일, 아이들 간식 등 장보기 해 온 식재료들이 주방에 하나, 둘 쌓이고 각자 맡은 역할을 찾아 손을 걷어 부치는데요. 한쪽에서는 수북한 남새를 씻고, 주방 밖에서는 다양한 과일을 아이들이 먹기 좋게 잘라서 과일 샐러드를 만듭니다.

 

주방 안쪽에서는 삼겹살을 굽고 쌀밥과 미역국 냄새까지, 금세 맛있는 냄새로 가득해지는데요. 흐르는 물에 남새를 열심히 씻는 임원 중에 낯익은 분이 있습니다. 저희 rfa 방송에서 <성공시대> 방송에 참여 중인 마순희 선생인데요. 해마다 찾는 시설이지만 올해는 더 큰 책임감을 느끼고 참여하게 됐답니다. 지난 3, 탈북민 최초로 한민족 통일여성협의회 부총재로 임명됐기 때문입니다.

 

(인터뷰-마순희 부총재) 한국에 와서 여러 사회단체에 참여를 하고 하는데 우리(탈북민)는 그냥 어떤 행사를 조직 하면 거기에 참여하는 것 밖에 안 되거든요. 그런데 이 한민족 통일여성협의회는 우리가 직접 활동을 하는 곳이라 책임감이 있고 우리를 수혜자가 아니라 같이 사업하는 동반자로 여기는 게 제일 감사해요. 우리가 계속 수혜자로 살아야 하는 것도 부담이거든요. 받을 때 받더라도 남을 위에 봉사할 때는 봉사도 해야 떳떳하잖아요. 우리도 이 사회 구성원으로서 떳떳하게 살아갈 수 있는 것이라서 정착하는 데 자신감을 불어넣어 주는 그런 활동이 되는 것 같아요. 사실 쉬는 날 봉사 오자고 그러면 좀 부담이 되는 건 사실이지만 이걸 통해서 그보다 더 많은 걸 얻어 가니까 (좋더라고요.) 심적인 부분은 물론 사회적인 영향도 있고 오늘 같은 경우엔 애들이 밝게 씩씩하게 자라고 1년 동안에 애들이 쑥쑥 커가는 성장하는 모습 그대로 직접 느끼잖아요. 그래서 와서 봉사를 하면 오히려 주는 것보다 우리가 더 받는 게 더 많아요.

 

마순희 부총재 외에 두 명의 탈북민 임원이 오늘 점심 봉사에 함께 했는데요. 아이들이 있는 시설로 주말 나들이를 나온 것뿐이라며 입가에 미소가 끊이지 않던 박선희 씨를 만나봤습니다.

 

선희 씨는 무산 출신으로 2008년에 한국에 입국해서 경상도 대구에서 정착을 시작했는데, 전라도 남자를 만나 결혼하면서 전라도에서도 16개월을 살았고 이듬해 2017년에 경기도로 이사해 지금까지 살고 있답니다.  

나눔실천_점심 배식하는 모습.jpg
점심 배식하는 모습 / RFA PHOTO

오늘 봉사를 위해 2시간이나 걸려 왔다는데요, 말주변이 없다며 부끄러워하는 그녀의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선희 씨는 어떤 역할을 맡고 있을까요?

 

(인터뷰-박선희) 저는 정책연구위원입니다. 올해 처음 역할을 맡아서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아직은 잘 모르지만, 협회를 통해서 우리 애가 장학금 받은 것을 계기로 해서 활동을 했더니 올해 정책연구위원 자리를 주셨어요. 사실 저는 협회에 가입해서 3년 활동했지만 (이 시설엔) 올해 처음 와 봤어요. 이렇게 정책 연구원으로 책임지면서 내가 물질적인 지원은 못 해도 몸을 이용한 활동은 열심히 해야 되겠다 싶어서요.

 

선희 씨는 4년 전, 중학생이던 선희 씨의 딸이 탈북민 자녀들을 대상으로 한 장학금을 받게 되면서 한민족 통일여성협의회와 인연이 닿았습니다. 고마운 마음에 봉사활동마다 일손을 돕기 시작했고 그런 선희 씨를 눈여겨 본 협의회 측에서 올해 정책연구위원이라는 직책을 제안했습니다.

 

선희 씨는 생애 처음 완장을 차게 된 셈이라 부담스러우면서도 최근 3년간 자신에게 생긴 큰 변화에 용기를 내게 됐습니다.

 

(인터뷰-박선희) 저는 그런 거 안 했어요. 북한에서는 소심해서 어디 나서기 싫어했고 누가 뭐라 말해도 말도 못 했어요. 그저 내 속에 품고 살다 보니 그게 병이 되더라고요. 중국에서는 누구나 더 하죠. 우리가 국적이 없는 신세니까요. 옳은 소리, 내가 정당하게 옳아도 그 말 못 하는 게 내가 옳다 말했으면 그 사람들이 신고해 버리거든요. 그럼 우린 북송 되죠. 내 가슴을 집어 뜯다 보니 그게 병이 됐어요. 억울해도 말을 못 하니까요. 그렇게 북송이 됐다 왔더니 겉보기엔 멀쩡해도 성한 데가 없어요. 오늘도 허리를 두드리면서 왔는데, 제가 뭐 한 게 있다고 이렇게 믿어 주시는지감사하게 생각합니다.

 

-Closing Music-

이쯤 되면 궁금해집니다. 선희 씨가 활동에 참여하는 이유가 고마움 때문인지, 책임감 때문인지 말이죠. 박선희 씨는 둘 다 아니라고 하는데요. 그럼 선희 씨가 밝힌 이유는 뭘까요? 내 능력과 시간을 대가 없이 나누는 봉사 활동에 오히려 나를 돕는다는 사람들의 이야기, 선희 씨의 답은 다음 시간에 들어볼게요. <여기는 서울> 지금까지 김인선이었습니다.

 

에디터 이현주, 웹팀 김상일

댓글 달기

아래 양식으로 댓글을 작성해 주십시오. Comments are modera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