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서울-브라보 마이 라이프] 북한 사람들을 가장 빨리 이해하는 법(2)

서울-김인선 kimi@rfa.org
2023.09.26
[여기는 서울-브라보 마이 라이프] 북한 사람들을 가장 빨리 이해하는 법(2) 탈북민들의 추석 송편 만들기 모습..
/RFA PHOTO

안녕하세요. ‘여기는 서울’, 김인선입니다.

 

이틀 후부터 추석 명절 연휴가 시작됩니다. 북한에서는 추석 당일 딱 하루만 쉬지만 한국에서는 추석 전후를 포함해 짧게는 3일 쉬고 주말이 끼면 보통 5일 정도 쉴 수 있는데요. 올해는 국경일 중의 하나인 개천절까지 있어서 연휴 기간이 6일이나 됩니다.

 

긴 연휴 기간, 가족들과 명절을 보내면서 여행을 떠나는 사람들도 꽤 많은데요. 이런 한국의 추석 분위기가 탈북민들에게는 낯설게 느껴지고 헤어진 가족에 대한 그리움을 더 커지게 만듭니다.

 

하지만 더이상 한국의 추석을 낯설어 하지 않고 명절 분위기를 제대로 만끽하는 탈북민들도 많습니다. 여러 단체를 비롯해서 탈북민들이 모여 만든 자조모임에서도 한가위를 맞아 함께 음식을 만들고 밥 한끼 같이 먹는 행사가 많은데요. 다양한 피부색을 가진 외국 청년들과 미리 추석을 맞은 탈북민들도 있습니다. 함께 송편도 빚고 점심식사를 한 그 현장, 지난 시간에 이어 <여기는 서울>에서 전해드립니다.

 

(현장음) 여기 두 개 양념 발라야 돼요. / ~ 안 발랐다고?

 

이곳은 은평구 주택가에 위치한 탈북여성들의 쉼터인데요. 30여 명이 옹기종기 모였습니다. 주방에서는 인조고기밥과 두부밥에 양념을 바르고, 거실 가까이에 마련된 탁자 앞에서는 북한식 순대를 먹기 좋게 썰어냅니다. 방 안에는 좌식으로 식사를 할 수 있는 상이 자리잡고 있고요. 부엌 가까이에 있는 방에는 대형 찜기까지 준비되어 있습니다.

 

일손을 거드는 사람들 틈에 5명의 외국 청년들도 있는데요. 오늘 쉼터에 방문한 손님들입니다. 북한인권 문제 개선과 민주주의 실현을 목표로 설립된 단체 NK Net에서 이 청년들을 인솔하고 함께 방문한 것인데요. 북한인권과 관련한 학술적인 만남뿐 아니라 탈북민들과 만나서 함께 이야기를 나누고 그들의 이야기를 직접 들어볼 수 있는 기회를 주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북한민주화네트워크 NK Net 권은경 대표입니다.

 

(인터뷰-권은경) 쉼터에서 해외 각지에서 온 친구들을 위해서 이렇게 여러 가지 음식과 기회를 제공을 해 주셨는데요. 여기 쉼터에 계시는 탈북민 여러분들께서는 우리 친구들에게 북한에 사실 때에 어떤 생활을 하셨는지, 그리고 또 추석은 어떻게 보냈는지 송편은 어떻게 만드는지 어떤 음식들을 즐겨 먹으면서 생활을 했는지 그런 일상적인 생활들을 같이 나누고 송편도 함께 빚으면서 전 세계 이야기를 함께 해나가면 좋겠다 이런 생각이 듭니다. 이 청년들이 앞으로 북한 인권을 위해서 그리고 또 북한 주민들의 삶 더 나은 삶을 위해서 활동을 해줄 수 있도록 여러 가지 도움되는 이야기들 많이 해주시면 좋겠고요. 그리고 우리 청년들은 북한 주민들의 따뜻한 이야기들을 가슴에 많이 담아 가서 자기 영역에서 그 기능을 충분히 해나갈 수 있는 소중한 자산이 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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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북민들의 추석 점심상. / RFA PHOTO

 

한 나라를 가장 쉽게 이해하는 방법은 그 나라 음식을 먹어보는 것이라고 하잖아요. 그래서 국제 청년들과 함께 북한 음식도 먹고 북한식 송편을 직접 만들어 봅니다.

 

탈북 여성이 쌀가루로 미리 만들어 놓은 반죽으로 한 입에 먹기 좋은 크기의 송편을 빚는 모습을 먼저 선보이는데요. 떼어 낸 반죽을 양 손바닥으로 굴려서 동그란 공 모양을 만든 뒤 엄지손가락으로 가운데를 파며 오목한 모양으로 만들고 그 안에 미리 삶은 팥을 넣는 모습을 보고 고개를 끄덕이며 자신 있게 반죽을 떼어 냅니다. 하지만 그 양이 너무 적더라고요.

 

(현장음) 크게.. 크게.. 더 크게. 좀 더. 좀 더 크게. 그렇지~

 

곁에서 도움을 주는 탈북 여성들이 있어서 청년들은 제법 그럴싸하게 송편을 만들어 냅니다.

 

김이 모락모락 나는 찜기에 빚은 송편을 넣는 것은 집주인, 탈북 여성들의 몫입니다. 이제부터 손님맞이를 한 탈북 여성들이 본격적으로 바빠지기 시작하는데요. 송편이 맛있게 익는 동안 점심상을 차리고 배추김치와 깍두기까지 준비합니다.

 

반면 탈북민 여성 쉼터에 온 국제 청년들은 잠시 꿀맛 같은 휴식시간을 갖는데요. 유독 자리에 앉지 않고 탈북 여성들 사이를 서성이며 뭔가 도울 일이 없는지 묻는 청년이 있습니다. 오늘 모인 사람들 모두가 자기 소개를 할 때 짧게나마 한국말로 인사를 했던 남아프리카 출신의 나비 씨인데요. 오늘 방문한 이곳, 쉼터가 너무도 아름다운 공간인 것 같다고 합니다.

 

(인터뷰-나비) 안녕하세요. 저는 나비입니다. 만나서 반갑습니다. I think a very beautiful concept~

(통역가) 나비가 살고 있는 남아공에서도 여성들을 위한 쉼터가 되게 활발하게 많이 있다고 해요. 그런 것 때문에 스스로 남아공을 자랑스럽게 생각하는데 한국에 와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취약한 상황에 있는 북한사람들을 위해 남한 사람들이 쉼터를 만들어줬다는 게 굉장히 대단하다고 생각한대요. 어제 청년 포럼을 진행하면서 발표하는 참가자 중에 탈북자분들이 몇 분 계시긴 했지만 실질적으로 대화를 해보는 경험을 갖지 못했고 오늘 송편 만들기 행사를 통해 처음으로 탈북민과 대화를 나눠봤는데 너무 대단하신 여성분들이 많고 너무 환영해 주시고 좋은 활동하게 해주셔서 너무 기쁘게 참여하고 있다고 해요.

 

나비 씨는 송편을 만들기 전, 탈북 여성들의 자기 소개 시간이 무척이나 인상깊었다고 합니다. 책이나 학술지에서 알게 된 이야기가 아니라 실제 북한에서 살다가 온 분들의 이야기를 가까이에서 들어본 것이 처음이기 때문입니다.

 

한국에 와서 다시 태어났고 새로운 삶을 시작하게 됐다는 탈북 여성들의 이야기.

그들에게 이곳 쉼터는 친정집과 같다는 이야기를 들으며 나비 씨는 감동을 느꼈다고 하네요.  

 

(인터뷰-통역) 자기소개를 하면서 되게 개인적으로 감동적인 순간들이 많았던 게, 나비는 남아공에 살고 있지만 학업 때문에 여러 나라를 돌아다녔고 이번에도 남아공에서 한국 왔다가 한국에서 바로 또 런던으로 가거든요. 그래서 오기 전에 이모, 할머니, 가족들이랑 잘 지내라 이렇게 하고 인사를 하고 왔는데 여기 계신 분들이 우리 엄마 같고 우리 이모, 우리 할머니 같대요. 할머니가 멀리 남아공에 계시지만 마치 여기서 지금 나를 돌봐주고 계시는 것 같 너무 기분이 좋았고 너무 감동적이었다고 합니다..

 

나비 씨는 국제 인권 변호사를 꿈꾸는데요. 오늘 쉼터에 와서 받은 감동을 통해 북한 인권을 위해 자신이 무엇을 할 수 있을지에 대해 좀더 깊이 있게 생각해 보겠다고 말합니다. 그리고 인터뷰를 통해 북한 청취자들에게 북한 인권이 개선될 수 있는 좋은 결과물을 꼭 만들어내겠다고 다짐하는데요. 직접 들어보시죠.

 

(인터뷰-나비) For any of the North Korean residence~

(통역) 저는 남아공이란 아주 멀리 있는 나라에서 온 사람이지만 북한 인권에도 굉장히 관심이 많고 지금 당신들이 겪고 있는 상황은 절대 그걸 겪어야 될 게 아닌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걸 겪고 있어서 굉장히 마음이 아파요. 하지만 우리가 멀리서도 항상 당신들이 생각을 하고 그리고 우리가 우리의 최선의 힘을 다해서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게 밖에서 노력하고 있으니까 혼자가 아니라는 점을 꼭 기억했으면 좋겠어요. 노력을 계속적으로 할 거기 때문에 절대 외로워하지 말고 무서워하지 마세요. 우리가 어떻게든 좋은 결과를 만들어내겠다는 말을 전합니다.

 

그 사이 송편이 맛있게 쪄지고 푸짐한 점심상이 차려졌습니다. 드디어 기다리던 식사 시간인데요. 김이 모락모락 나는 송편 더미에서 자신이 직접 만든 것을 찾아내는 재미까지 보태 지다 보니 음식 맛이 꿀맛입니다.

 

-Closing Music-

식사를 끝내고 어느덧 청년들이 돌아갈 시간이 되었네요.

참가자들을 대표해서 NK Net 북한민주화네트워크 권은경 대표가 감사의 인사를 전합니다.

 

(현장음-권은경) 정말 상다리가 부러질 것 같아요. 화려한 음식을 차려 놓고 우리는 맞이해 주셔서 몸둘 바를 모르겠습니다. 우리 친구들이 여기 와서 웃고 떠들고 귀가 따갑도록 이야기를 하면서 시간을 보내니까 아마도 이 친구들 기억 속에 오래 남을 것 같습니다. 정말 너무너무 감사드리고 어제 새벽까지 음식을 만드느라 애 쓰셨다고 들었어요. 그만한 가치가 있도록 만들겠습니다. 정말 너무 감사드리고 저희는 이제 떠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먹는 데에서 인심이 난다고 하잖아요. 특히 이날의 식사 한 끼가 앞으로 외국 청년들의 인권 활동에 작은 보탬이 되기를 바랍니다. <여기는 서울> 지금까지 김인선이었습니다.

 

에디터 이예진, 웹팀 김상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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