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찬일 박사의 주간진단] 모두가 기피하는 ‘북 내각총리직’

워싱턴-홍알벗 honga@rfa.org
2023.08.31
[안찬일 박사의 주간진단] 모두가 기피하는 ‘북 내각총리직’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가운데)이 지난 21일 평안남도 간석지건설종합기업소 안석간석지 피해복구 현장을 현지지도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22일 보도했다.
/연합

MC: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안찬일 박사의 주간진단’ 입니다. 진행을 맡은 홍알벗입니다. 여기는 미국의 수도 워싱턴DC입니다. 지난 21일 평안남도 간석지 건설장을 찾은 김정은 총비서가 내각 총리 김덕훈을 심하게 나무란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심한 욕설과 함께 마치 북한 경제의 파탄 원흉인양 몰아세웠다고 하는데요. 그동안 북한의 내각 총리 대부분은 노동당과 통치자의 희생양이 되어 숙청되는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고 하는데요. 오늘 이 시간에는 한국 사단법인 세계북한연구센터 이사장인 안찬일 박사와 함께 북한의 내가가 총리직에 대해 이야기 나눠 보겠습니다. 안찬일 박사님 안녕하십니까?

 

안찬일: 네 안녕하십니까! .

 

MC : 먼저, 북한에서 내각 총리의 지위는 어떻게 되는지 궁금합니다.

 

안찬일: , 북한의 내각 총리는 북한 헌법에 보면 “내각 총리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행정부인 내각을 대표한다.”이렇게 명문화되어 있습니다. 북한의 내각은 1948 8월 제정된 인민민주주의 헌법에서 최고 집행기구로 규정되었습니다. 다시 1972 12월 사회주의 헌법 제정으로 내각을 국가주석 직속 정무원으로 개편하고, 정무원 총리를 두었다. 그리고 김일성 사망 후 1998 9월 헌법 개정으로 국가주석직이 폐지되면서 다시 내각 총리로 명칭을 변경했습니다. 2019년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사회주의 헌법 개정으로 최고인민회의 휴회 시 내각 구성원 임면권은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에서 국무위원회로 이관되었습니다. 국무위원회는 사실상 주석제의 부활이라고 보면 됩니다.

 

MC : 그럼 북한의 역대 총리직에는 어떤 인물들이 있었나요?.

 

안찬일: 북한의 초대 총리는 김일성으로 초대부터 5대까지 그때는 총리 대신 내각 수상으로 불렀습니다. 김일성은 당과 정권기관, 행정부를 모두 대표해 1972년까지 내각 수상을 지내다 자기의 빨치산 후배 김 일에게 총리직을 물러주고 행정부에서 손을 뗐습니다. 북한 주민들은 이때부터 북한 경제가 무너지기 시작했다고 말하고 있는데 어느 정도 맞는 말일 수도 있습니다. 대한민국과 북한의 경제가 1974년 공식적으로 역전되었기 때문입니다. 김 일 뒤에는 역시 빨치산 출신 박성철, 그 뒤 이종옥부터 본격적인 경제관료가 임명되기 시작했습니다. 강성산, 이근모, 연형묵, 홍성남, 박봉주, 김영일, 최영림, 김재룡, 김덕훈으로 이어져 왔습니다.

 

MC : 15명의 총리가 교체된 셈인데요. 그런데 정상적인 교체보다는 강제 해임이 많다는데 어떻게 된 건가요?

 

안찬일: 그 점이 중요합니다. 김일성 내각 수상 뒤 등장한 김 일부터 김재룡까지 어느 누구도 정상적인 임기를 마치지 못하고 노동당에 의해 강제로 쫓겨났습니다. 김덕훈 전의 김재룡 총리만 보아도 평양종합병원 건설 미완성 책임을 지고 강제로 옷을 벗었습니다. 다행히 그는 노동당 중앙위원회로 자리를 옮겨 전화위복이지만 다른 총리들은 모두 지방으로 하방되었지요. 오래전부터 북한 권력세계에서는 내각 총리가 노동당 과장보다 힘이 없다는 말이 자자합니다. 노동당 과장이 평양시 건설을 위해 벽돌 수 천장을 동원하는 건 가능하지만 내각 총리는 시멘트 몇 백 톤도 동원할 수 없기에 이런 말이 생겨난 것입니다. 그러니까 말로만 경제총사령관이지 실제는 경제하수인에 불과하다 이 말입니다. 강성산과 홍성남 총리처럼 내각의 행정수반을 지낸 사람을 다시 도 당책임비서로 내려보내 수모를 준 것도 도무지 있어서는 안 되는 일이 아닙니까?

 

MC : 김정은 총비서가 김덕훈 총리에 한 행동을 보면 곧 숙청될 것 같은데 말이죠. 도대체 어떻게 야단을 친 건가요?

 

안찬일: , 마치 꼭 10년 전인 지난 2013 12월 김정은 총비서의 고모부 장성택에 대한 모욕적인 장면을 다시 보는 듯 했습니다. 김정은은 최근 침수 피해 지역을 찾은 자리에서 김덕훈 내각총리와 간부들을 “너절한” “건달뱅이” “틀려먹은 것들” 등 거친 표현으로 비난했습니다. 또 “책임 있는 기관과 당사자들을 색출해 당적, 법적으로 단단히 문책하고 엄격히 처벌”하라는 명령을 내려 내각에 대한 대규모 숙청을 예고했습니다. 이는 식량난 등 열악한 경제상황의 화살을 이들에게 돌리고 김정은 자신은 책임을 회피하려는 의도로 보입니다. 바야흐로 평양발 숙청 장마 전선이 북한 전역을 목표로 서서히 움직이기 시작한 것입니다.

 

북한의 관영 조선중앙통신은 지난 22일 김정은이 전날(21) 평안남도 간석지 건설종합기업소 안석 간설치 공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바닷물에 제방이 파괴되면서 간석지 구역이 침수됐는데 김정은은 그 책임을 김덕훈 총리와 내각 간부들에게 뒤집어 씌웠습니다. 통신에 따르면 김정은은 “최근 몇 년 어간에 김덕훈 내각의 행정경제 규율이 점점 더 극심하게 문란해졌고 그 결과 건달뱅이들의 무책임한 일본새로 국가경제사업을 다 말아먹고 있다”며 “내각총리의 무맥한 사업 태도와 비뚤어진 관점에도 단단히 문제가 있다”고 비난했다. 이어 “김 총리가 대책답지 못한 대책을 보고해 놓고는 그나마 너절하게 조직한 사업마저도 료해(파악)해보면 피해 상황을 대하는 그의 해이성과 비적극성을 잘 알 수 있다”고 했습니다.

 

MC: 그런데 김덕훈 내각 총리는 얼마전까지만 해도 김정은 총비서 최측근에 있었던 인물 아닙니까. 어쩌다 이렇게 되었을까요?

 

안찬일: 맞습니다. 이미 숙청의 길을 떠났을지도 모르는 김덕훈은 공장 지배인 출신으로 생산 현장 실무감각을 갖췄고 당과 내각에서 경제정책을 두루 총괄해본 경험으로 실무에 잔뼈가 굵은데다 성실함을 인정받아 2020 60세 젊은 나이에 총리에 오를 수 있었습니다.

 

총리에 임명된 김덕훈은 올해 들어 정치국 상무위원 가운데 최용해를 제치고 김정은 다음으로 호명되고 주석단에서도 권력 서열 2위에 오르는 등 위상이 높아졌습니다. 김정은의 측근임을 상징하는 ‘검은색 가죽 롱코트’를 입고 다니는 등 신임에 힘입어 임명 이후 김정은을 대신해 전국의 경제현장을 누볐습니다. 그러나 거기까지였습니다. 이번 김정은의 호통으로 김덕훈은 더 이상 노동당의 권력무대에 서 있을 자리가 없게 되었습니다. 김덕훈 총리뿐만 아니라 경제간부들에 대한 대대적인 검열이 예고 있는 가운데, 김정은은 “당 중앙의 호소에 호흡을 맞출 줄 모르는 정치적 미숙아들, 지적 저능아들, 책무에 불성실한 자들을 절대로 용서할 수 없다”며 “책임 있는 기관과 당사자들을 색출해 당적, 법적으로 단단히 문책하고 엄격히 처벌”하라는 명령을 내렸습니다.

 

MC : 아무리 그래도, 지난 3년여 동안 무너져 내린 북한 경제를 일으켜 세운다면서 뛰어다닌 김덕훈 총리를 저렇게 취급하는 건 좀 너무한 것 같은데 말이죠. 만약 김덕훈 총리가 숙청되면 다음 총리는 누가 될까요?

 

안찬일: 아마 모두들 제발 총리로 임명되지 않을까 전전긍긍하고 있을 것 같습니다. 차라리 노동당의 부장급 정도에 앉아 권력을 누리는게 낫지 명색뿐인 총리 자리에 오르면 또 언제 숙청의 칼을 맞을지 좌불안석이기 때문입니다. 북한의 내각 총리는 원천적으로 권력의 힘을 쓸 수가 없는 자리입니다. 노동당이 자금을 장악하고 있는 ‘노동당경제’이기 때문입니다. 특히 노동당 39호실이 외화를 장악하고 권력을 휘두르는 한 내각 총리는 말 그대로 바지저고리가 될 수밖에 없습니다. 아마 김정은이 한 번 내각 총리 해보라 그러지요 뭐, 그러면 뭐가 좀 달라질까요? 아무것도 달라질게 없습니다. 김정은 한 사람 바꾸면 북한 경제가 살아날텐데 늘 내각 총리만 바꿔봤자 이건 상처만 깊어가는 것입니다.

 

MC: 오늘은 안찬일 박사님과 함께 불안하기만 한 북한 내각총리직에 대해 살펴 봤습니다. 안 박사님, 수고 많으셨습니다.

 

안찬일: , 수고하셨습니다

 

MC: 청취자 여러분 고맙습니다. 안녕히 계십시오.

 

에디터: 이진서, 웹담당: 이경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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