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찬일의 주간진단] 푸틴 평양방문, “방사포-밀가루” 동맹
2024.06.27
MC: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안찬일 박사의 주간진단 시간입니다. 이 시간 진행에 미국 워싱턴의 홍알벗입니다. 지난 19일 러시아 대통령 블라디미르 푸틴이 24년 만에 평양을 방문했습니다. 러시아 대통령이 평양을 찾은 이유는 뭘까요? 한국의 사단법인 세계북한연구센터 이사장 안찬일 박사와 함께 ‘방사포탄과 밀가루로 엮어진 동맹, 그리고 평양정권의 세 번째 환승” 이런 제목을 갖고 이번에 열린 북-러 정상회담을 자세히 들여다 보겠습니다.
MC : 안찬일 박사님 안녕하십니까 한 주간 잘 지내셨습니까?
안찬일: 네 안녕하십니까! 잘 지냈습니다.
MC : 이번 러시아 대통령 푸틴의 평양 방문이 갖는 중요도 또는 비중은 어느 정도라고 할 수 있을까요?
안찬일: 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24년 만에 북한을 방문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다시 만났습니다. 1922년 소베트사회주의 연방공화국이 성립된 이후 러시아 최고지도자가 평양을 방문한 것은 이번이 겨우 두 번째입니다. 스탈린이나 후루시쵸프, 브레즈네프 등 소련의 최고 지도자가 평양을 방문하는 일은 단 한번도 없었습니다. 중국의 경우도 마오쩌둥은 일체 평양에 발길을 돌린 적이 없으며 덩샤오핑이나 장쩌민, 호요방, 주언라이 등이 평양을 방문한 적은 있습니다.
MC : 그런데 김정은 북한 총비서가 새벽 2시 넘어서까지 푸틴 대통령을 기다렸다고들 하는데 어떤 일이 있었던 건가요?
안찬일: 맞습니다. 지난 19일 크렘린궁이 공개한 영상을 보면 푸틴 대통령이 탄 일류신(IL)-96 전용기는 이날 오전 2시 45분 어두컴컴한 평양 순안 공항 활주로에 착륙했습니다. 아마도 세계 국가원수 친선국가 방문 사상 이런 경우는 최초일 것입니다. 평소 외교무대에서 잦은 지각을 하는 것으로 유명한 푸틴 대통령은 이번에도 지각을 했습니다. 이날 오후 베트남으로 출발하는 것을 감안하면 푸틴 대통령이 북한에 실제 체류하는 시간은 채 만 하루가 되지 않는 셈으로 방북 일정은 공식 발표했던 ‘1박 2일’이 아닌 당일치기 일정으로 급박하게 진행됐습니다. 무더위에 지칠대로 지친 평양 시민들과 어린이들이 쓰러질 정도였습니다.
MC : 먼저 푸틴 대통령과 김정은 총비서가 새로 맺은 동맹의 냉용을 좀 요약해 주시죠.
안찬일: 네, 제일 먼저 북·러 양측은 새로운 조약에서 침략당할 경우 상호지원을 한다는 조항을 추가했습니다. 이것은 군사동맹의 부활이지만 아주 새로운 것이 아니고, 지난 1961년 체결된 조·소 조약에서 같은 조항이 이미 있었는데, 한반도 상황에 많은 영향을 미치지 못했습니다. 흥미롭게도 1968년 푸에블로함 피랍사건 당시 소련 외교관들은 한반도에서 전쟁이 발발한다면 소련이 참전할 의무가 없다는 근거를 찾았습니다. 외교관들은 이 위기가 북한의 일방적 행동 때문에 생긴 것을 강조한다면 위기에 흡수되는 것을 회피할 수 있다는 방안을 상부에 보고하였던 것입니다.
지금도 비슷한 상황이 아닐까요? 핵보유국이 된 북한을 공격할 수 있는 나라는 세계에 하나도 없습니다. 반대로 북한이 이웃나라에 대한 침략을 감행한다면 러시아는 상황에 따라 지원할 수도 있고 지원하지 않을 수도 있을 것입니다. 북한을 군사적으로 지원할 결정의 유무는 조약의 내용과 별 상관이 없습니다. 이러한 조항이 없었어도 러시아 측은 자신의 전략 때문에 북한이 감행할 침공을 지지하는 것으로 결정한다면 조약과 관계없이 북한을 지원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MC : 이밖에도 큰 관심을 끄는 것은 바로, 러시아가 북한에 우주기술 등 신기술을 과연 전수할 것이냐 하는 문제인데요. 어떻게 보십니까?
안찬일: 이것이 매우 중요한 사안이죠. 러시아가 북한으로 군사기술을 이전함으로써 한반도에서 전략적인 균형을 파괴할 수 있다는 주장으로, 러시아가 북한으로 최신 군사기술을 이전하는 것은 완전히 불가능한 일이 아니지만, 가능성이 그리 높다고도 할 수 없습니다.. 기본 이유는 러시아의 국가 이익과 관련되는 것으로 러시아가 대북 군사기술 이전을 행할 경우 북한 측이 이렇게 얻은 기술을 마음대로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 문제입니다. 북한은 러시아에서 얻은 기술을 이용해서 자체 무기를 제작해 저렴한 가격으로 팔 수도 있습니다. 이것은 이미 발생한 상황 아닙니까? 보다 더 나쁜 시나리오도 있는데 북한이 러시아와 관계가 깨질 경우 다른 나라에 이러한 기술을 왕 왕 파는 시나리오입니다.
러시아는 지난해 9월 김정은을 우주센터로 초청함으로써 미사일 기술이전이 가능함을 암시한 것이 사실입니다. 이렇게 한 이유는 무엇보다 한국에 대한 외교 압박 수단이었습니다.
당시에 러시아는 남한이 대(對)우크라이나 살상무기 지원을 개시한다면 러시아도 보복조치로 미사일 기술을 북한으로 전달할 수 있다는 암시를 했습니다. 그러나 한국이 우크라이나로 살상무기 지원을 하지 않아서, 러시아가 이러한 보복조치를 할 필요가 없었습니다. 그러나 이번에 새로운 조-러 조약은 그런 면을 크게 완화시켰습니다.
MC : 과거 소련 시절처럼 북한과 러시아가 경제적으로 동맹하는 문제는 또 어떻게 봐야 할까요?
안찬일: 네, 바로 러시아 경제와 북한 경제는 호환성이 별로 없다는 점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 러시아는 북한으로부터 수많은 포탄을 수입하고 대신 북한은 밀가루와 중유 등을 받고 있습니다. 북한이 세계시장에서 잘 팔 수 있는 품목은 석탄, 광물 및 수산물이 전부입니다. 러시아는 지하자원이 매우 풍부한 나라로, 이들 품목을 북한에서 수입할 필요가 조금도 없습니다. 다른 입장에서 북한은 러시아의 수출품에 대해 흥미가 있지만, 많이 수입할 수 없는 이유 즉 외화, 돈이 없습니다.
소련시대 북·소 무역이 활발했던 건 기본적으로 전략적인 이유 때문에 소련 정부가 북한과의 무역에 소련 국가 예산을 많이 지원했기 때문입니다. 오늘날 러시아는 같은 정책을 취할 수도 있지만 그렇게 될 가능성이 그리 높지 않습니다. 오늘날 러시아는 옛 소련보다 경제규모가 작을 뿐만 아니라 동유럽이나 옛 소련 지역과 달리 북한을 주변적인 지역으로 간주하고 있습니다.
MC : 푸틴과 김정은의 만남을 놓고 ‘북한의 세번째 환승’이라는 비판이 있는데 이건 또 무슨 소리인가요?
안찬일: 맞습니다. 김일성은 청년 시절 중국의 만주에서 중국 공산당원으로 항일 빨치산을 했고 광복은 소련군의 힘으로 얻었습니다. 군대도 쏘련군의 지원으로 만들고 남침전쟁에서는 중국군의 도움으로 기사회생했습니다. 이런 역사를 뒤로 하고 김정은 총비서는 지난 2018년 미국에 과감하게 다가서는 국제사회로의 진출을 시도했지만 보기좋게 망신만 당하고 접었습니다. 무모한 핵무기 개발 뒤에 국제사회 즉 UN과 미국의 제재로 벼랑 끝에 선 김정은 총비서에게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은 ‘던져진 구명 밧줄’이었습니다. 푸틴은 포탄이 필요했고, 김정은 총비서는 밀가루와 중유가 필요했습니다. 그래서 현재 평양의 엘리트들은 북-러 관계를 <방사포탄-밀가루 동맹>이라고 비판하고 있습니다. 과연 세 번째 권력 상속인 김정은 총비서가 세 번째 환승에서 목적지로의 이전을 원만하게 이룰지 앞날은 그리 밝아 보이질 않습니다.
MC : 그런가 하면, 일각에선 북한이 러시아 전쟁터에 군대까지 파견할 거란 이야기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안 박사님은 어떻게 보시는지요?
안찬일: 북한이 무엇인들 마다하겠습니까? 직접 총을 들고 싸우는 군대보다 공병이나 특수전병들을 파견해 전쟁을 간접으로 돕는 일은 북한이 마다할 리 없다고 봅니다. 예를 들어 전투병력 5만 명에 전쟁복구 인력 10만 명만 보내면 북한은 최고의 외화벌이를 할 수 있습니다. 푸틴과 김정은의 5시간 이상 단독 대화에서 그런 아젠다들이 논의될 수 있었을 것입니다.
MC : 네 오늘 저희가 준비한 내용은 여기까지입니다. 안박사님, 수고 많으셨습니다.
안찬일: 네, 수고하셔셨습니다.
MC: 저희는 다음 주에 다시 찾아 뵙겠습니다. 안녕히 계십시오.
에디터 이진서, 웹편집 한덕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