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찬일의 주간진단] 특권층만을 위한 북한의 교육정책
2025.0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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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C: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안찬일의 주간진단’ 시간입니다. 이 시간 진행에 미국 워싱턴의 홍알벗입니다.
북한은 1960년대까지 아시아에서 가장 앞선 교육 선진국이었다고 합니다. 7년제 의무교육, 9년제 의무 교육을 가장 먼저 실시한 나라도 북한인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런가 하면, 김정은 총비서는 2012년 집권하며 12년제 의무교육을 실시한 바 있습니다.
그렇다면 과연 북한의 교육정책은 지금 제대로 이뤄지고 있을까요? 출신성분과 성별, 신분, 그리고 직업이나 사는 곳에 대한 차별없이 골고루 균등하게 북한 주민들이 교육혜택을 받으면서 살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이 시간에는 “특권층의 자녀를 또 특권층으로 만드는 북한의 교육제도”라는 제목으로 한국의 사단법인 세계북한연구센터 이사장 안찬일 박사와 대담 나누겠습니다. 안찬일 박사님, 안녕하십니까.
안찬일: 네 안녕하십니까!
MC : 앞서 언급한 것처럼, 북한은 1950년대와 1960년대 당시 중등교육에 있어 주변국들에 비해 교육수준이 높았다고 하는데 그때 북한의 교육환경에 대해 설명해 주시죠.
안찬일: 네, 북한은 1950년대 말에 벌써 7년제 의무교육을 실시했고 1972년 7월부터 11년제 의무교육제를 채택했습니다. 북한 당국은 40년간 11년제 의무교육제를 유지해오다가 김정은 집권 이후인 2012년에 ‘12년제 의무교육’으로 변경했는데요. ‘12년제 의무교육제도’는 2014년부터 단계적으로 적용 해 2016년 4월 1일 새 학기부터 완전하게 시행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북한 당국의 의무교육 기간을 ‘12년제’로 변경한 이유는 형식상 김정은 체제가 들어서면서 인민들에게 당의 배려와 은덕이 크다는 선전을 하기 위한 목적이 더 크다고 할 수 있습니다.
북한의 교육환경 크게 달라져
MC : 그러면, 북한 당국이 의도했던 대로 오늘 날 그 성과가 나타나고 있나요, 어떤가요?
안찬일: 아닙니다. 오늘 북한교육은 완전 특권층 위주의 교육으로 변질되면서 교육분야에서 제일 먼저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습니다. 특히 평양시를 중심으로 각 도, 시 군에서도 노동당 간부들을 비롯한 권력기관 간부들, 당과 결탁해 돈을 왕창 벌은 신흥부자들이 교육의 혜택을 독점하고 있습니다.
MC : 고위 탈북민들의 증언에 따르면, 평양시와 같은 특정 지역에서의 교육독점과 횡포가 다른 곳에 비해 크다는데 어느 지역이 제일 심한가요?
안찬일: 네, 당연히 평양시 중구역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바로 여기에 북한 권력의 핵심인 중앙당 간부들과 신흥부자들, 즉 평양의 ‘붉은 자본가’들이 몰려 살거든요. 이들은 저들의 자녀들을 김일성종합대학교와 김책공업종합대학교, 평양외국어대학교, 평양의과대학, 즉 KKP에 보내기 위해 탁아소부터 유치원, 중학교와 고급중학교 엘리트 코스를 밟고 있습니다. 특히 금성제1고등중학교를 앞다투어 가려고 노력하는데 여기만 나오면 평양의 최고대학인 김일성종합대학과 외국어대학을 선참으로 갈 수 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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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C : 그러면 이들 특권층들의 금성제1고중학교 입학은 어떻게 이루어지나요? 성적 위주로 입학이 되는 건가요?
안찬일: 네, 북한도 사실 초급중학교부터 지역 안배로 사는 동네 위주로 배정받게 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금성제1고중학교 등은 영재교육이기 때문에 머리 좋은 학생 순위로 입학하는게 정상이지만, 이 학교만 졸업하면 일류대학 입학 문이 열려 있어 고위 간부 내지 특권층들이 돈과 뇌물로 자기 자식들을 이 학교에 집어 넣습니다. 보통 노동자 농민의 자녀가 이 학교에 입학하는 것은 “고슴도치가 바늘구멍 들어가는 것”보다 더 힘듭니다. 고슴도치가 바늘 구멍에 들어가는 건 낙타가 들어가기 보다 더 힘들죠.
MC : 평양시 특권층 자녀들의 하루 일과는 어떻게 진행되나요? 일반 학생들과 차이가 많이 나는지 궁금하네요.
안찬일: 네, 오전에는 일반적인 중등교육 과정을 공부하고 오후가 되면 평양학생소년궁전이란 곳에 가서 전문가 선생님들한테 거의 개인지도에 가까운 예체능 교육도 받는데 여기에는 IT시설과 수학, 과학, 영어, 미술, 음악 등 영재교육을 위한 제반 시설이 잘 갖추어져 있습니다. 평양학생소년궁전은 엘리트교육기관으로 수용능력에 한계가 있어 평양시 소수 특권층 자녀들만 이용할 수 있어 수많은 보통 학생들의 부러움의 대상으로 되고 있습니다. 노동당 선전기관들은 이런 특수 시설을 만들어 놓고 마치 북한의 모든 청소년들이 “세상에 부럼없어라” 노래 부르면서 이런 시설에서 재능을 키워간다고 선전하고 있지 않습니까?
특권층 자녀 과외 성행
MC : 금성 제2고등중학교도 있다고 들었습니다. 어떤 곳인가요?
안찬일: 네, 금성제2고등중학교는 만경대구역에 있는데, 교육제도와 시설은 제1고등중학교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제1고등중학교에 주로 노동당을 비롯한 권력기관 자녀들이 몰린다면 만경대의 제2고등중학교엔 김일성종합대학 교수 등 교육자 자녀들이 몰리고 있습니다. 김정일 때 너무 노동당이 교육혜택을 독점하니 만경대구역에 하나 더 만들어 좀 특혜를 분산시킨 셈이죠. 하여간 제1고등중학교이든 제2중학교이든 특권층 자제들만 들어갈 수 있다는 것은 이미 공인된 것입니다.
MC : 혹시 이렇게 좋은 학교에 자녀들을 보내기 위해 과외를 시키는 학부모는 없나요, 어떻습니까?
안찬일: 고난의 행군 뒤에 북한의 일반 교육은 완전히 무너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그러나 특권층을 위한 사교육은 점점 왕성하게 번창하고 있습니다. 또 대학 입학이 공정하게 이루어 질 수 없는 비리 구조로 자리잡다 보니 이른바 ‘뒷문’으로 대학에 들어가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이는 사교육 발달로 와전되고 있습니다. 현재 러시아 전쟁터에 나가 있는 군인들에게 북한 정권은 첫째, 노동당 입당, 둘째 부모의 평양 이주와 정착, 대학 입학을 당근으로 제시한 걸 보면 대학입학이 목숨을 걸어야 할만큼 어려워졌다는 것입니다. 사교육이 더욱 번창하는 분야는 이공계나 인문계가 아니라 예체능계라고 합니다. 다른 대학은 뒷백으로 입학이 가능하지만 악기를 다루거나 하는 일은 어느 정도 순위를 결정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MC : 과외 비용도 꽤 비쌀텐데 말이죠. 역시 과외도 역시 특권층 자녀들만이 할 수 있는 일이겠지요?
안찬일: 맞습니다. 과외는 영어와 컴퓨터, 악기 등에서 많이 진행되는데 모두 달라와 위안화로 지급해야지 북한 화페는 받지 않는다고 합니다. 휴지조각이나 다름 없는 북한 돈을 받고 누가 돌대가리 같은 특권층 자녀들을 가르치겠습니다. 결국 고위 간부들과 신흥부자들은 자신들의 권력과 부를 세습하기 위해 외화를 벌어야 하고 공정하게 돈을 벌 수 없는 북한 사회 특성상 부정부패를 일삼을 수 밖에 없는 것입니다. 그렇게 부정한 방법으로 공부하고 부정한 방식으로 대학에 들어가 공부한 자들이 어떻게 나라와 인민을 위한 정치를 할 수 있겠습니까? 악어와 악어새 라는 말처럼 악의 연결 고리가 오늘 가뜩이나 위태로운 북한 권력구조를 병들게 만들고 있습니다. 먼저 북한이 변화되려면 교육에서부터 개혁이 이루어져 누구나 열심히 노력한 자가 최고 대학에 입학하는 제도가 정착될 때 북한에도 희망이 있지 지금처럼 특권층이 부와 명예, 특혜를 독점한다면 북한에 미래는 없습니다.
MC : 네, 오늘은 여기서 마치겠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안찬일: 네, 수고하셨습니다.
MC: 청취자 여러분 고맙습니다. 안녕히 계십시오.
에디터 이진서, 웹편집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