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신무기 대백과] ‘무기 갑’ 된 북한의 위험천만 청구서

워싱턴-김진국 kimj@rfa.org
2024.10.13
[한반도 신무기 대백과] ‘무기 갑’ 된 북한의 위험천만 청구서 2024년 9월 18일 우크라 공격에 피격된 러107탄약창의 대규모 폭발
/ 출처 – 텔레그램

(진행자) 한반도의 군사 대치 상황의 현주소를 정확히 파악하면서 평화로 가는 길을 모색해 봅니다. 미국 워싱턴DC에서 전하는 '한반도 신무기 대백과' 진행에 김진국입니다. 한국의 '자주국방네트워크' 이일우 사무국장을 연결합니다.

 

NK-군수산업 대호황 “2배로 늘리라

 

(진행자) 북한 군수공장들이 대호황으로 전해집니다. 최근에는 무기 생산량을 2배로 늘리라는 긴급 지시가 내려갈 정도라고요?

 

 (이일우)  최근 일부 북한 전문 매체들이 북한 내부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한 바에 따르면, 지난 10 1,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명의의 제61351호 명령문이 담당 기관들에 하달됐다고 합니다. 명령문 수신 기관은 당 군수공업부, 2경제위원회, 주요 국방공업기업소로 확인되고 있습니다.

 

이 명령문의 핵심은 수출 물량을 신속히 보장해 러시아와의 협력을 강화하는 것인데, 이를 위해 당 중앙군사위는 일선 군수공장들에 4분기 무기 생산량을 2배로 늘리라고 지시했습니다.

 

사실 북한의 군수공업은 이미 전례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활성화됐습니다. 지난해부터 본격화된 러시아 수출을 위해 김정은이 여러 차례 여러 군수공장을 시찰하며 증산을 독려했고, 이를 위해 군수공장들에 대한 인력 충원과 배급 강화가 이루어지고 있다는 보고도 계속해서 들려오고 있습니다.

 

당 중앙군사위는 군수공장들에 대한 증산 지시와 함께, 국방성에도 유효기간이 지났거나, 유효 기간 만료가 임박한 탄약과 무기들을 러시아 수출 물량에 포함시키라는 지시도 내렸는데, 이는 북한이 기존에 비축분으로 가지고 있던 무기와 탄약은 물론, 신규 생산되는 무기와 탄약도 대량 으로 러시아에 넘길 준비를 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입니다.

 

북한은 이러한 지시에 대해 “단순한 무기 증산을 넘어 국가의 국방경제 자립을 강화하고, 군수 산업 발전을 위한 외부 자금을 확보하는데 중요하고도 중차대한 기회”라고 표현했습니다. 이는 북한 지도부가 러시아에 대한 무기와 탄약 수출을 국가 차원의 중대하고 큰 기회로 인식하고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는 것을 시사하는 것입니다.

 

주목할 만한 것은 이번에 내려간 명령문에 ‘성과금’ 개념이 포함돼 있다는 것입니다. 북한은 똑같이 일하고 똑같이 나눠 갖는다는 공산주의 시스템 때문에 국가가 운영하는 공장이나 기업소의 생산 효율이 대단히 나쁜데, 이번 명령문에는 4분기 생산 물량 2배 달성을 독려하기 위해 각 기업소 단위가 아닌, 종사자 개개인에 대해 보상과 상금 체계를 도입한다고 명시돼 있습니다. 이는 그만큼 러시아에 대한 무기 수출이 북한 정권 차원의 최우선 사업임을 방증하는 것입니다.

 

우크라 공격에 러 탄약창 연쇄 폭발.. 이 와중에 왕서방이 된 북한

 

(진행자) 최근에 우크라이나에서 북한군 장교가 우크라이나군 공격으로 여럿 사망했다는 보도도 나오는 등 이번 전쟁에 북한이 개입하는 수위가 점점 더 심화되고 있습니다.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북한 역할이 점점 더 커지는 이유, 무엇 때문인가요?

 

 (이일우) 결론부터 말하자면 지난 9월부터 러시아의 상황이 대단히 나빠졌습니다. 지난 9월부터 우크라이나가 장거리 자폭 드론을 대량으로 사용해 러시아 본토 내륙의 주요 탄약창을 공격하기 시작했는데, 최근 한 달 사이 파괴된 탄약창들은 일반 탄약창이 아니라 러시아 국방부 미사일 및 포병총국에서 직접 관리하는 전략 탄약창들이었습니다. 이러한 탄약창들은 일반 탄약창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규모가 커서 중소도시만한 면적을 가진 탄약창도 있습니다.

 

지난 9 18, 러시아 트베리주 토로페츠 마을의 제107탄약창이 100여 대의 드론 공습을 받은 것을 시작으로 이틀 후인 9 20, 107탄약창 남쪽 약 16km 지점에 있는 제23탄약창도 드론 공격을 받아 파괴됐습니다. 이틀 탄약창 공격 때는 저장된 탄약이 대규모 유폭을 일으키면서 몇 킬로 미터 밖에서 버섯구름을 목격하고 리히터 규모 2.8의 인공지진이 감지될 정도로 엄청난 대폭발이 있었습니다. 저위력 핵무기에 버금가는 폭발과 피해가 있었다는 것입니다.

 

토로페츠의 두 탄약창에 대한 공격이 있은 직후인 9 21일에는 남부 지역인 크라스노다르주의 티호레츠크의 제719포병탄약기지도 드론 공격으로 파괴됐습니다. 그리고 이들 기지에는 모두 공통적으로 북한과 이란에서 반입된 포병탄약과 전술탄도미사일이 저장돼 있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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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라체프 제67탄약창 / 출처 - 구글어스

 

여기에 더해 10 9일 새벽에는 브랸스크주 카라체프시에 있는 제67탄약창도 드론 공습을 받아 큰 피해를 입었습니다. 우크라이나군 총참모부는 이 탄약창에 북한제 탄약이 다량으로 저장돼 있다는 첩보에 따라 드론 공습을 실시했다고 밝혔는데, 이곳도 앞서 소개한 제107탄약창, 23탄약창과 거의 비슷한 규모의 대규모 탄약창이었습니다.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의 전략탄약창들을 계속해서 파괴하면서 러시아는 전쟁 수행에 대단히 큰 어려움을 겪기 시작했습니다. 전쟁 초기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일일 포병 탄약 소모량은 10:1 이상 이었고, 러시아가 바흐무트나 아우디우카에서 대대적인 공세를 벌일 때도 7:1 정도의 화력 격차가 유지됐었는데, 최근에는 3:1까지 떨어졌습니다.  

 

최일선 전투 기록들을 매일 살펴보면, 러시아는 공격부대 투입 전 필수적인 공군의 대대적인 폭격이나 포병의 공격준비사격을 거의 하지 않고 전차와 장갑차, 보병들만 내보내는 경우가 점점 더 많아지고 있습니다. 적 방어진지를 제압하기 위한 화력 투사를 하지 않고 기동부대만 내보내다보니 영국 국방부 추산 일일 평균 1,270명의 사상자가 나올 정도로 인명 피해가 큰 상황이고, 진격도 매우 더딥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보다 인구가 많기는 하지만, 중국이나 인도처럼 10억이 넘는 수준은 아니기 때문에, 이처럼 막대한 인구 손실을 장기간 감당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 러시아는 이 전황을 타개하기 위해 대규모 포병무기와 탄약이 필요합니다.

 

문제는 러시아가 아무리 전시체제로 군수공업을 돌리고 있다고 해도 원하는 만큼 무기와 탄약을 만들어낼 수 없다는 것입니다. 10월 초 모스크바타임즈 등 현지 보도를 보면, 최근 한 달 동안 러시아 주요 군수공장들의 구인공고를 통해 추산한 러시아 군수공업 부족 인력은 9만 명이 넘고, 특히 CNC가공, 즉 금속이나 플라스틱을 깎아 각종 부품을 만드는 전문 인력이 가장 부족한 것으로 집계되고 있습니다. 전쟁 장기화와 인명피해 급증으로 공장에서 일할 성인 남성 인구 전체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당연한 현상인데, 이렇다보니 러시아는 청소년과 여성들을 공장 노동자로 활용하는 한편으로, 부족한 탄약과 무기를 외부에서 조달하려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공급자로 나선 것이 북한입니다. 러시아의 전황이 악화되면 악화될수록, 북한 무기에 대한 러시아의 의존도는 점점 더 커질 수밖에 없다는 것입니다.

 

북한의 갑질에 러시아가 이것까지 넘길까 우려

 

(진행자러시아에 대한 북한의 지원이 확대되면 확대될수록, 러시아가 북한에게 치러야 할 계산서의 금액도 커지는 것은 자명한 일입니다. 그렇다는 것은 북한이 이 거래 관계에서 갑의 위치를 점하고 점점 더 수위가 높은 요구를 할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것 아닌가요?

 

(이일우)  어떤 거래 관계에서 물건을 요구하고 값을 치르는 사람을 갑, 돈을 받고 물건을 납품하는 사람을 을이라고 표현합니다. 갑이 고객의 입장이기 때문에 더 우월한 지위에 있고, 북한의 무기를 구매하는 입장인 러시아는 갑의 위치에 있어야 하지만, 지금은 북한이 갑인 상황입니다.

 

최근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의 전략 탄약창 연쇄 공격으로 막대한 양의 탄약을 잃었고, 특히 가장 최근의 공격이었던 제67탄약창 피격으로 이 탄약창과 가까운 러시아 본토 쿠르스크 전선에 대한 탄약 공급에 비상이 걸린 상황입니다.

 

전쟁 이후 처음으로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본토를 대대적으로 밀고 들어간 쿠르스크 전선은 10월 중순 현재 러시아에 대단히 불리한 상황이 펼쳐지고 있습니다. 3개 축선에서 전투가 진행 중인데, 서부 축선에서는 상당한 규모의 병력, 자료에 따라서는 3천여 명 정도로 평가되는 병력이 고립 되어 하루에도 수십 명씩 투항하는 상황이 보고되고 있습니다. 러시아가 이곳에 공수군과 전차군단을 급히 배치해 반격을 준비하고 있는데, 우크라이나도 이곳에 사상 최대 규모의 대규모 병력을 집 중 투입해 맞받아칠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러시아 영토인 쿠르스크 지역에 투입된 우크라이나군은 전차여단 2, 기계화여단 7, 공중강습 여단 4, 영토방위여단 5, 해병여단과 특수임무여단 각각 1, 포병여단 2개 등 22개 여단에 달합니다. 병력으로 따지면 최소 7만에서 최대 9만 명에 달하는 수준인데, 우크라이나가 단일 전선에 이렇게 많은 병력과 장비를 투입한 적은 없었습니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우크라이나가 쿠르스크 지역을 확실하게 장악하고, 상황에 따라 점령지를 더 넓혀서 차후 휴전 협상에서 러시아를 압박하는 카드로 쓰려는 전략을 가지고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핵무기를 보유한 강대국이 이처럼 넓은 영토를, 이처럼 오랫동안 빼앗긴 적은 없었기 때문에 쿠르스크는 푸틴 대통령의 리더십에 심각한 상처를 내고 있는 중대 위협입니다.

 

러시아가 이 쿠르스크에서 우크라이나군을 몰아내려면 많은 병력과 장비, 탄약이 필요한데, 앞서 언급한 것처럼 러시아는 이를 자체적으로 조달하기 어려운 상태입니다. 이 때문에 외부 조달이 시급한 상황인데, 10월 초에 북한 내부에 4분기 러시아 수출용 무기 생산량을 2배로 늘리라는 명령문이 하달된 것은 바로 이러한 상황과 맞물려 있는 것입니다.

 

다시 말해 지금 급한 것은 러시아이고, 이 무기 거래에서 갑의 위치는 북한이 차지하고 있습니다. 북한은 러시아에 돈이나 자원을 요구할 수도 있지만, 첨단무기나 첨단무기 제작을 위한 기술과 부품을 요구할 수도 있습니다. 한국 입장에서는 이것이 가장 큰 문제입니다.

 

러 핵잠수함의 북행 막을 감시와 압박 서둘러야

 

(진행자북한에 대한 러시아의 의존도가 심해지고, 러시아의 상황이 절박해지면 절박해질수록, 러시아가 레드라인을 넘어 북한에 주지 말아야 할 것을 줄 수도 있다고요

 

(이일우)  지금 김정은이 가장 큰 관심을 가지고 있는 무기는 한국은 물론 미국과 일본을 상대로 가장 큰 위협이 될 수 있는 수중 핵전력입니다. 이 수중 핵전력에는 핵어뢰도 있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핵 동력으로 움직이는 잠수함입니다.

 

최근 한국 국방부 국방정보본부는 국회에 “함경남도 신포 일대에서 북한이 잠수함을 새로 건조 하고 있는 모습이 식별됐다”면서 이 잠수함이 원자력 추진 잠수함일 가능성도 있다고 보고했습니다.

 

그러나 9월에 신포 조선소를 촬영한 위성사진을 보면, 원자력 잠수함 건조 가능성을 추론할 수 있는 움직임은 없었습니다. 신포에서 원자력 잠수함을 건조하려면 우선 원자로 설치와 핵연료 장전 공정을 처리할 수 있는 방사선 차폐 시설을 갖춘 전용 도크를 만들어야 하는데, 신포에는 그러한 시설이 없습니다. 또한 북한은 잠수함 동력으로 사용할 수 있는 밀폐용기 방식의 원자로를 개발 해본 적이 없기 때문에 이러한 원자로를 새로 개발해서 지상에서 실험할 수 있는 전기선박 육상 시험소, LBTS를 조선소 근처에 반드시 만들어서 가동 실험 데이터를 확보해야 하는데, 신포에는 그러한 시설이 없습니다. , 신포에는 잠수함 건조 도크와 별개로 원자로에 들어갈 핵연료를 저장, 주입할 수 있는 핵연료 공급 시설도 식별되지 않습니다.

 

무엇보다 가장 최근에 신포 조선소 야적장에서 식별된 잠수함용 압력선체는 기존 김군옥영웅함과 같은 규격이었기 때문에, 북한은 고품질 고장력강 생산은 물론 용접을 위한 기술과 인프라를 가지고 있지 않기 때문에 김군옥영웅함과 다른 완전 신규 건조 방식으로 중대형 잠수함을 건조 할 수 있는 능력이 없습니다.

 

한국정부에서 추진하던 원자력 추진 잠수함 타당성 검토 연구를 수행하며 잠수함 건조 공정과 소요 기술에 대한 분석을 담당했던 실무자로서 단언컨대, 북한은 원자로, 압력선체, 배터리와 추진기관, 잠수함용 소나와 전투체계 등을 만들 기술과 인프라를 갖추고 있지 않아 자체 기술과 인프라로는 절대 원자력 잠수함을 만들 수 없습니다. 그런데 원자력 잠수함에 대한 당 중앙의 의지와 욕구가 매우 강력하기 때문에, 북한은 러시아와의 갑을관계를 이용해 러시아에 원자력 잠수함 공여나 건조 지원이라는 무리한 요구를 할 수 있습니다. 러시아가 곧 퇴역시킬 예정인 원자력 잠수함을 보수해 북한에 제공하거나, 잠수함용 원자로와 부품, 기술 인력을 북한에 보내 북한이 잠수함을 건조할 수 있게 도와주는 것입니다.

 

러시아는 푸틴 대통령의 리더십 유지를 위해 쿠르스크 전선이 더 확장되는 것을 막아야 하는 상황이고, 북한은 체제 안전을 위한 강력한 세컨드 스트라이크 무기로 핵잠수함이 절박합니다. 둘다 절박하기 때문에 레드라인을 넘는 거래가 성사될 수 있고, 한미일 삼국은 이러한 움직임을 예의 주시하면서 거래를 막기 위한 모든 노력을 기울여야 함.

 

(진행자) 한국의 자주 국방 네트워크 이일우 사무국장이었습니다. 지금까지 진행에 미국 워싱턴 RFA 김진국입니다.  

 

에디터 이진서, 웹편집 이경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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