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신무기 대백과] 북 불새2형 미사일이 이스라엘 전차에 무릎 꿇은 이유
2023.11.19
(진행자) 한반도의 군사 대치 상황의 현주소를 정확히 파악하면서 평화로 가는 길을 모색해 봅니다. 미국 워싱턴DC에서 전하는 '한반도 신무기 대백과' 진행에 김진국입니다. 한국의 '자주국방네트워크' 이일우 사무국장을 연결합니다.
하마스, “이게 아닌데” 싶은 사면초가에 몰려
(진행자) 북한과도 밀접한 협력 관계를 맺고 있던 가자지구의 무장 정파 하마스가 이스라엘군의 시가전 개시 3주 만에 핵심 거점을 대부분 잃고 궁지에 몰렸습니다. 개전 첫날 여러 종류의 북한제 무기를 들고 자신만만한 모습을 보였는데, 하마스가 생각하던 것과 전혀 다른 양상으로 시가전이 진행되고 있다고요?
(이일우) 하마스가 ‘알 아크사 홍수’ 작전이라는 명칭으로 이스라엘을 공격한 것이 10월 7일이고, 이스 라엘군이 이를 격퇴하고 가자지구 진입을 시작한 것이 10월 27일이기 때문에 이제 이스라엘군 지상 작전이 진행된 지 3주가 좀 넘었습니다.
이스라엘이 지상 작전을 진행 중인 가자지구는 365제곱킬로미터 정도의 면적으로 북한 신의주 딱 2배 정도 되는 면적이지만, 인구는 6배 정도 많은 205만 명이나 되는 지역입니다. 건물들이 빼곡하게 들어서 있고, 사람도 많은데다가 지역 전체에 광활한 땅굴이 만들어져 있어서 시가전 상황이 되면 이스라엘이 엄청나게 고전하며 큰 인명피해를 낼 것이라는 관측이 많았습니다.
하마스 역시 10월 7일 이스라엘 본토를 공격한 뒤, 인질을 잡아 복잡한 가자지구 시가지 안에서 농성하면 제아무리 이스라엘군이라도 별 볼일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막상 전투가 벌어지니 하마스가 생각했던 것과 전혀 다른 상황이 펼쳐졌습니다.
일반적인 상식에서 시가전은 빼곡하게 들어선 건물들 사이의 골목으로 보병을 밀어 넣어 건물 하나하나를 소탕하며 전진하는 보병 작전을 의미하는데, 이스라엘은 거대한 전차와 장갑차, 방탄 불도저를 끌고 와서 시가지 자체를 밀어버리는 초토화 전술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이스라엘이 투입한 전차와 장갑차, 불도저는 일반적인 전차나 장갑차, 불도저와는 차원이 다를 정도로 엄청나게 거대한 괴물들임. 북한군이 사용하는 T-62 전차는 길이가 6.6m, 폭 3.3m, 높이 2.4m 정도지만, 이스라엘군의 메르카바 Mk.IV 전차는 길이 7.6m, 폭 3.7m, 높이 2.6m로 훨씬 크고, 차체와 포탑이 아주 작은 북한 전차와 달리 실제로 보면 집채만 한 괴물이 움직이는 것 같은 느낌이 드는 전차입니다. 나메르 장갑차는 이 메르카바 전차의 차체를 사용해서 크기를 더 키운 보병 수송용 장갑차인데, 무게가 50톤이 넘고, 길이 7.5m, 폭 3.8m, 높이 2m나 됩니다. 이들과 같이 다니는 D9이라는 장갑 불도저는 길이 8m, 폭 4.5m, 높이 4m에 50톤이 넘는 괴물인데, 이런 기갑차량들이 한 조가 되어 시가지를 쓸어버리고 있습니다.
소형 드론이 시가지 곳곳을 누비면서 가가호호 수색을 하고, 무장한 전투원이 있으면 그곳에 포병 사격을 하거나 항공기로 폭격을 하고, 미처 발견하지 못한 적이 건물에서 총이나 로켓포를 쏘면 전차 주포와 장갑차 기관포로 집중 사격을 가해 제압한 뒤, 장갑불도저가 전속력으로 달려가 건물 자체를 무너뜨리는 전술이 사용되고 있습니다.
이런 전술은 상당히 효과적이어서 지난 3주간 최대 1만여 명 정도의 하마스 조직원이 사망하는 동안, 이스라엘군 전사자는 50여 명에 정도에 그쳤음. 시가전으로 이스라엘을 괴롭혀 큰 피해를 입히겠다는 하마스의 계획이 완전히 틀어진 것입니다.
북 불새2형, 이스라엘 전차에 효과는?
(진행자) 이스라엘이 그런 전술을 사용하면 하마스는 대전차 무기를 이용해서 대응하면 되지 않나요? 하마스는 이번 전쟁 이전부터 북한에서 들여온 여러 종류의 대전차 무기를 사용해 왔고, 개전 초기에도 북한제 불새 대전차 미사일이나 RPG-7을 많이 사용했는데, 이런 무기들은 효과가 없나요?
(이일우) 하마스가 그동안 공개한 선전 자료들을 보면 북한제 대전차 미사일인 ‘불새-2’나 대전차 로켓인 RPG-7 같은 무기들이 상당히 많이 식별됐습니다. 불새-2는 북한이 러시아에서 수입한 9K111 유선 유도식 대전차 미사일을 자체적으로 개량한 것으로 사거리 2,000m, 관통력이 1,000mm 정도 되기 때문에 이스라엘 전차나 장갑차에 치명타를 입히기에 충분한 능력이 있습니다. RPG-7 역시 기본형은 관통력이 약하지만, 최근 사용되고 있는 이중 탄두 구조의 신형 로켓탄은 장갑판 700mm 이상을 관통하기 때문에 이스라엘 전차나 장갑차에 대단히 위협적인 것은 사실입니다.
하마스는 이스라엘군이 가자지구 진입을 시작한 이후 적게는 50대에서 많게는 100대 이상의 전차를 파괴했다고 주장하고 있고, 미사일과 로켓으로 이스라엘 전차를 공격하는 영상도 촬영해 SNS를 통해 선전하고 있는데, 이 영상들에는 공통점이 하나 있습니다. 미사일이나 로켓을 발사해 목표물에서 폭발하는 모습까지는 담겨 있는데, 그 이후 모습이 담긴 영상이 하나도 없다는 것입니다.
최근 전쟁은 통신기술의 발달로 SNS를 통해 전투 상황이 실시간으로 중계되고, 전투 장면이 영상으로 촬영돼 SNS로 공유되고 있습니다. 우크라이나 전쟁을 보면 미사일의 발사 과정부터 명중 후 목표물이 파괴되고 몸에 불이 붙은 승무원들이 전차를 탈출하는 영상들이 정말 많은데, 하마스가 이스라엘 전차를 파괴했다고 주장하는 영상들은 폭발 화염만 나오고 전차가 불에 타고 있다거나 승무원들이 탈출하는 장면은 나오지 않습니다. 이것은 하마스가 촬영한 영상 속 폭발은 전차가 터져서 발생한 것이 아니라, 하마스가 발사한 대전차 미사일이나 로켓이 전차 앞에서 터져서 발생한 화염이라는 이야기입니다.
이스라엘 전차와 장갑차에는 트로피라는 능동방어장치, APS가 장착되어 있습니다. 이 시스템은 개발된 지 15년 정도 됐음. 차량 전후좌우 4면에 작은 위상배열레이더를 장착하고, 360도 모든 방향을 감시하다가 자신을 향해 날아오는 고속 금속 물체가 감지되면 요격탄을 발사해 저지하는 원리입니다.
이 트로피의 반응 속도가 얼마나 빠른지는 이번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의 교전 영상들을 찾아보면 알 수 있는데, 정말 놀라울 정도로 빠름. 예전에 이스라엘에서 이 트로피 시스템을 직접 보고, 실전 상황에서 촬영된 영상도 볼 수 있었습니다. 해당 영상은 레바논 지역에서 헤즈볼라 조직원이 촬영한 영상이었고, 영상을 촬영한 휴대전화 주인이 촬영 당시 사망해 버려진 것을 이스라엘군이 노획해 복원한 영상입니다. 당시 영상 속 헤즈볼라 조직원들은 어두운 골목에 숨어서 이스라엘 전차가 가까이 다가올 때까지 기다렸다가, 10m 정도 되는 거리에서 “알라후 아크바르”를 외치면서 RPG-7을 발사했습니다. 그런데 이 알라후 아크바르를 다 외치기도 전에 발사한 로켓탄이 트로피에 요격되면서 로켓을 발사한 사수 바로 앞에서 터졌고, 로켓을 발사한 사수와 옆에서 영상을 촬영 하던 촬영자 모두 폭사했습니다. 즉, 트로피는 10미터도 채 안 되는 근거리에서 발사된 로켓도 대응 할 수 있을 정도로 반응 속도나 요격 능력이 뛰어나다는 것입니다.
이스라엘군은 사망자가 발생하면 죽은 사람이 어느 부대의 누구인지 관등성명과 함께 어느 전투 에서 어떻게 죽었는지를 공개하고 있습니다. 기갑차량에 타고 있다가 하마스의 대전차 무기 공격에 죽은 사람은 10명입니다.
8명은 트로피 APS가 장착되지 않은 나메르 장갑차를 타고 단독 행동을 하다가 미사일에 피격돼 폭사했고, 다른 1명은 박격포탄 여러 발을 묶어 만든 강력한 급조 폭발물이 전차 조종석 바로 아래에서 터져서 사망한 사례였음. 다른 1명은 전차장이었는데, 포탑 위에 상반신을 내밀고 주변을 관측하다가 근거리에서 발사된 RPG-7 로켓이 트로피에 요격 되는 과정에서 발생한 파편을 맞고 사망했습니다. 이 사례들을 제외하면 하마스가 대전차 미사일이나 로켓을 사용해 이스라엘 전차를 파괴하고 승무원을 사살한 사례는 보고되지 않고 있습니다.
한국형 능동방어장치의 효력은?
(진행자) 능동방어장치라는 것이 위력이 정말 대단한 것 같다. 한국도 오래 전에 한국형 능동방어장치를 개발했다고 하는데, 그러면 한반도에서 군사적 충돌이 발생하면, 북한군이 보유한 대전차 무기들도 한국군 기갑장비를 제압할 수 없는 것인가요?
(이일우) 한국은 10년 전에 K2 전차를 개발하는 과정에서 K-APS라는 능동방어장치를 개발했고, 요격 실험에도 성공해 실전 배치를 앞두고 있었지만 채택되지 않았습니다.
북한은 가장 말단 제대인 보병분대도 한국군이 보유한 거의 모든 기갑장비를 제압할 수 있는 화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보병 분대에 7호 발사관이 2개씩 편제돼 있고, 보병대대에는 82mm 무반동총 3문과 AT-3 대전차 미사일 3세트가 편성되어 있기 때문에 대단히 강력한 공격 능력을 갖추고 있습니다. 보병연대 고사총 중대에 있는 14.5mm 중기관총도 한국군 장갑차에게는 대단히 위력적인 공격 무기입니다.
7호 발사관은 기본 대전차 고폭탄을 쏘면 330mm의 장갑판을 뚫을 수 있고, 신형 이중탄두 로켓은 700mm 이상을 관통할 수 있어 한국군이 보유한 모든 유형의 장갑차를 일격에 파괴할 수 있습니다.
한국군은 기존 장비의 성능 개량이나 생존성 강화에 큰 관심이 없는 편이어서 전차나 장갑차의 전반적인 방어력이 서방 세계 표준에 미치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K2 전차엔 능동방어장치 예정, 다른 전차는?
(진행자) 이번 전쟁을 계기로 한국도 기갑차량을 포함해서 여러 종류의 기동장비에 대한 생존성 강화 대책을 세워야 할 것 같은데, 현재 진행되고 있는 사업은 있나요?
(이일우) 최근 세계 각국은 전차는 물론이고 장갑차에도 능동방어장치를 장착하는 것이 대세로 자리 잡아 가고 있습니다. 전차 1대가 1,000만 달러를 가볍게 넘어가는 시대이고, 장갑차에는 이보다 더 귀한, 돈으로 가치를 따질 수 없는 소중한 생명이 10명 넘게 탑승하는 시대이기 때문임. 미국과 유럽, 서방 세계 대부분이 능동방어장치를 장착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고, 심지어 중국조차도 전차와 장갑차에 능동방어장치를 붙이고 있습니다.
한국은 K2 전차에 능동방어장치를 붙일 계획은 가지고 있지만, 다른 전차나 장갑차에는 방어력 개선을 위한 계획을 전혀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한국군이 대량으로 보유하고 있는 K200 장갑차나 K808, K806 장갑차는 대당 100만 달러에서 200만 달러 안팎의 가격인데, 한국형 능동방어장치 가격이 장갑차 가격과 비슷합니다.
특히 한국군 장갑차는 비용 절감을 위해 버스나 트럭에 사용되는 엔진을 넣어 능동방어장치를 붙이더라도 이것에 전력을 공급하기 어렵고, 애초에 능동방어장치 설치를 전혀 염두에 두지 않은 설계로 만들어졌기 때문에 붙이기도 어렵습니다.
최근 한국은 출산율 급감으로 병역자원 확보가 어려운 상황이고, 병사 하나 하나가 귀해져 병사 월급을 200만원 수준까지 올릴 정도로 병사에 대한 처우에 신경을 쓰고 있는데, 정작 이 귀한 병사들이 실전에 투입됐을 때 살아 돌아올 수 있게 만드는 방호장비 도입에는 별다른 생각이 없는 것 같아 대단히 아쉽습니다.
(진행자) 한국의 자주 국방 네트워크 이일우 사무국장이었습니다. 지금까지 진행에 미국 워싱턴 RFA 김진국입니다.
에디터 이진서, 웹팀 이경하